Editorial

다낭성난소증후군?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 된 이유

2026-09-09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면 우리가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던 것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PCOS)’이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5월 국제 연구진과 환자단체들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새로운 명칭으로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Polyendocrine Metabolic Ovarian Syndrome·PMOS)’을 공식 채택했다.

가임기 여성 약 8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흔한 질환의 이름이 바뀐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정작 이 병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의학계 내부에서 지적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직 국내 학계가 확정한 공식 한국어 명칭은 없다.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은 Polyendocrine Metabolic Ovarian Syndrome을 한글로 옮긴 표현이며, 국내 의료계에서는 향후 명칭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낭종’이 없어도 진단받을 수 있다

기존 이름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단어는 ‘다낭성(polycystic)’이다. 이름만 보면 난소에 여러 개의 낭종, 흔히 말하는 ‘물혹’이 생기는 질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초음파에서 관찰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병적인 낭종이라기보다 성장이 완전히 진행되지 않은 여러 난포에 가깝다. 무엇보다 ‘다낭성 난소’가 반드시 있어야 이 질환을 진단받는 것도 아니다.

현재 성인의 진단에는 이른바 로테르담 기준을 바탕으로 ① 배란 장애 또는 불규칙한 월경 ② 임상적·생화학적 고안드로겐증 ③ 초음파나 항뮐러관호르몬(AMH)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다낭성 난소 형태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사용된다. 다른 원인이 배제됐다는 전제에서 월경 불규칙과 고안드로겐증이 모두 있다면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를 확인하지 않아도 진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난소에 물혹이 없어도 ‘다낭성난소증후군’일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이름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데 있다. 국제 명칭 변경을 주도한 모나쉬대학교 헬레나 티드(Helena Teede) 교수 연구팀은 기존 명칭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질환을 난소 문제로 인식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진단 지연이나 파편화된 치료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생리불순과 난임 뒤에 가려져 있던 ‘대사’

새 이름에 가장 눈에 띄게 추가된 단어는 ‘대사(Metabolic)’이다.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은 월경이나 배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오래전부터 이 질환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떨어지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러한 대사 환경은 안드로겐 과다와 배란 장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을 생식연령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성 대사성 질환으로 설명한다.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 비만을 비롯한 장기 건강 문제가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없는 여성보다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1만 명 이상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 위험 증가는 과체중·비만군에서 뚜렷했고, 비만이 아닌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결론이다(2023년 국제 가이드라인은 체중과 무관하게 진단 당시 혈당 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개인의 위험요인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서 또 하나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있다. 바로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살이 쪄서 생기는 병’도 아니고, 마른 사람은 걸리지 않는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체중은 증상과 대사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름 변경 이후 “정상 체중 환자에게까지 무조건 살을 빼라고 말해온 진료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 이름은 환자를 체중이나 난소 모양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각자의 대사 상태와 증상을 따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장도, 수면도, 마음도 연결돼 있다

그동안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한 문제는 생리불순과 난임이었다. 물론 중요한 증상이다. 그러나 질환의 영향은 생식기관에만 미치지 않는다.

2023년 국제 진료지침이 이전보다 크게 강조한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혈관 건강이다. 100만 명 이상을 포함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에게 전체 심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국제 가이드라인은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모든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막연히 “나중에 임신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끝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최근 메타분석에서는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집단에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더 흔하게 나타났으며, 국제 진료지침 역시 코골이와 개운하지 않은 수면, 낮 시간의 졸림이나 피로가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에 관해 언급할 때, 어쩌면 가장 오래 간과돼 온 영역은 정신건강이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에게 우울과 불안 증상이 흔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모든 성인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 환자의 우울·불안 증상을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실제 메타분석에서도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 여성의 우울과 불안 증상 유병률이 높게 보고됐다.

즉, 여드름·다모증·탈모·체중 변화·불규칙한 월경·임신에 대한 불안이 각각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질환 안에서 동시에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임신할 때 치료하면 되는 병’이 아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난임의 원인’으로만 여기면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임신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당장 관리할 이유가 없는 질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은 가임기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다.

배란이 장기간 불규칙하면 자궁내막이 프로게스테론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한 채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과 자궁내막증식증 및 자궁내막암 위험 증가가 연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국제 가이드라인 역시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완경 전 여성의 자궁내막증식증과 자궁내막암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릴 것을 권고한다. 다만, 실제 절대 위험은 낮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일상적인 자궁내막암 선별검사를 시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임신 중에도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을 비롯한 일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신 전후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월경 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 여드름을 줄이는 것, 임신을 돕는 것은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 치료의 일부일 뿐이다. 혈당과 혈압, 지질, 수면, 정신건강까지 장기간 살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름 바꾸는 데 14년 걸린 이유

사실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최근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12년 전문가 워크숍에서 이미 명칭 변경 필요성을 제안했고, 이후 환자와 의료진이 참여하는 국제 논의가 계속됐다.

2026년 최종 명칭을 결정한 과정에는 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ASRM)를 비롯한 56개 전문학회와 환자단체가 참여했다. 설문과 워크숍에는 전 세계 환자·의료진 1만4,360명이 참여했으며, 이를 포함해 총 2만2,000건 이상의 응답이 수집됐다.

그 결과 선택된 단어가 ‘Polyendocrine(다중 내분비)’ ‘Metabolic(대사)’ ‘Ovarian(난소의)’이다.

여러 호르몬과 내분비계가 관련된 질환이라는 것, 대사 건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난소와 생식 건강 역시 여전히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한 이름 안에 담고자 한 결과다.

물론 새 이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가 ‘대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뚜렷한 대사 이상이 없는 환자가 오히려 소외될 가능성이 있고, 질환의 중요한 특징인 고안드로겐증이 이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상황이다.

해외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증후군’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순히 글자가 어떻게 바뀌었느냐가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그동안 이 질환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볼 기회다.

불규칙한 월경 주기가 복구되면 끝나는 병도,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병도, 임신할 때만 신경 쓰면 되는 병이 아니라 난소에서 시작해 호르몬과 대사, 심혈관 건강, 수면과 정신건강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건강 문제라고 생각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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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
    ChatGPT 생성 이미지, Unsplash
  • 참고
    Teede HJ, Tay CT, Laven JSE, et al., 〈International Evidence-based Guideline for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Polycystic Ovary Syndrome 2023〉Human Reproduction, Fertility and Sterility, 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 J Clin Endocrinol Metab. 2023
  •   
    World Health Organization(WHO). 〈Polycystic ovary syndrome〉 Fact Sheet. 2026
  •     
    Anagnostis P, Tarlatzis BC, Kauffman RP. 〈Polycystic ovarian syndrome (PCOS): Long-term metabolic consequences〉 Metabolism. 2018
  •     
    Tay CT, Mousa A, Vyas A, et al. 〈2023 International Evidence-Based Polycystic Ovary Syndrome Guideline Update: Insights From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n Elevated Clinical Cardiovascular Disease in Polycystic Ovary Syndrome〉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2024
  •     
    Abdul Jafar NK, Al Balushi A, Subramanian A, et al. 〈Obstructive sleep apnea syndrome in polycystic ovary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iers in Endocrinology. 2025
  •     
    Wang Y, Ni Z, Li K. 〈The prevalence of anxiety and depression of different severity in women with polycystic ovary syndrome: a meta-analysis〉 Gynecological Endocrinology. 2021
  •     
    Johnson JE, Daley D, Tarta C, Stanciu PI. 〈Risk of endometrial cancer in patients with polycystic ovarian syndrome: A meta-analysis〉 Oncology Letters. 2023
  •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ASRM). 〈PCOS is Now PMOS: Understanding the Name Change〉 ASRM. 2026
  •     
    서효주, 〈[소셜+] 47㎏ 환자에게 "살 빼라" 그만…14년만에 이름 바뀐 이 질환〉, 연합뉴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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