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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그리고 여성

순경 각시를 아시나요?

2023-04-03

이미지 출처 제주 4.3을 담은 영화 <비념> 스틸컷

오늘은 제75주기 제주 4.3 추념일입니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이념 간 대립으로 제주에서 무고한 시민 3만여 명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하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제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해요.

당시 여성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연구한 논문 <제주4.3에 대한 여성의 기억서사와 ‘순경 각시’>(박상란, Journal of korean Culture, 45, 301-333., 2019)에 따르면 무장 단체와 경찰을 피하기 어려웠던 임신부나 아기 엄마, 또는 남편이 도주하여 혼자 남은 기혼 여성이 쉽게 표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순 폭력을 넘어 성고문을 당하거나 경찰로부터 관계나 결혼을 강요받기도 했다고 해요. 일부 경찰이 여성의 목숨이나 그 가족의 안위를 인질 삼아 거절할 수 없도록 협박한 것이죠. 하지만 막상 결혼한 후에도 가정 폭력에 노출되거나, 알고 보니 경찰이 기혼자였던 경우도 있었다고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협박에 응했지만, 또 다른 지옥이 시작된 거죠. 한편 이 같은 피해를 본 여성은 ‘순경 각시’라는 말로 불렸다고 하는데요. 공권력이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일의 무게가 ‘순경 각시’라는 단어로 가벼워지는 것 같아 되레 마음이 무거운 한편, ‘순경 각시’란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여성의 피해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현실도 씁쓸하게 느껴져요. 이번 제주 4.3 추념일부터는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 지옥의 그늘에서 살아야 했던 여성 피해자들을 함께 기억하고 마음으로라도 위로를 전해야겠습니다.

#제주43 #여성 #인권 #역사 #womensright

  • 에디터
    렛허 (info@leth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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