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여성 성욕 저하 장애 치료제, 어디까지 왔니?

2022-01-04

세상에 없던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Viagra)’가 출시된 건 20여 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 예방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Pfizer)가 정확히는 1998년 3월에 처음 선보였다. 이듬해 국내에도 소개됐는데, 오늘날까지 중년 남성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사랑을 나누기 30분 전에만 복용해도 성기에 힘이 실린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비아그라는 성기의 동맥 확장을 지속해 발기가 쉽고 오래가도록 만들어 주는 원리다. 비뇨기과에서 발기 부전을 진단 받고 처방전만 있으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여성을 위한 성욕 치료제는 걸음마 단계인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림의 떡’이다. 아직 국내에는 여성 성욕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사정은 어떨까?

여성을 위한 최초의 성욕 저하 장애 치료제

‘애디(Addyi)’는 실제로 분홍색의 알약으로 일명 ‘핑크 비아그라’라고 불린다. 원래 이름은 ‘플리반세린’이지만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별명만 ‘핑크 비아그라’지 비아그라와 작용하는 메커니즘도 많이 다르다. 비아그라가 생식기의 혈류를 증진시키는 약이라면, 애디는 호르몬을 조절해 떨어진 성욕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를 늘리고 성욕을 낮추는 세로토닌 분비를 줄이는 것이 이 약의 핵심이다. 애디를 개발한 제약사 ‘스프라우트(Sprout)’ 말에 의하면 평소보다 성욕이 53% 높아진다고 한다. 기대보다 효과가 미비한데 반해 메스꺼움, 저혈압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 미국 FDA가 두 번이나 승인을 거절하기도 했다. 남녀 성차별이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출시가 가속화됐는데, 비아그라가 출시된 지 17년 만인 2015년에 세상에 나왔다. 애디는 가임기 여성보다 완경 전 여성이 섭취할 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비아그라와 다르게 취침 전 에디 1알을 1일 1회 꾸준하게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복용 후 8주가 지나도 효과가 없으면 가차없이 복용을 중지해야한다. 물론 복용 기간 동안 항진균제, 피임 약제를 복용해서도 안된다.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위험한 수준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도 애디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이다.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라 아직까지는 처방 받을 수 없다.

허벅지에 맞는 성욕 장애 치료 주사제

‘바이리시(Vyleesi)’ 역시 성욕 저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에서 2019년에 출시됐다. 먹는 약인 애디와 다르게 주사 형태로 개발됐는데, 적어도 사랑을 나누기 45분 전에 복부나 허벅지에 주사하는 것이 바이리시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약효는 두 시간가량 지속된다. 바이리시의 메커니즘은 중추신경계의 멜라노코르틴(Melanocortin)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성적 반응, 욕구와 관련된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인슐린 주사처럼 펜 타입으로 사용이 간편한 데다 매일 주사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주사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결정적으로 음주도 하면서 성욕 저하를 치료할 수 있어 애디보다 호감도는 높은 편. 하지만 메스꺼움과 홍조, 두통이라는 부작용은 존재한다. 특히 메스꺼움은 바이리시를 주사한 여성의 40%가 경험했을 만큼 흔한 반응이라고. 출시국인 미국에서는 완경 전 성욕이 저하된 여성에게 처방하고 있으며,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바이리시를 사용할 수 있다. 국내는 광동제약이 독점으로 판권을 보유해 2022년 출시를 목표로 3교 가교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장영희

YHC 대표

한국 오가논, MSD,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알보젠을 비롯한 굵직한 글로벌 제약 회사를 거치며 인류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의 이사이자 YHC 대표, 한국 필립모리스 과학 총괄 상임 고문으로 늘 여성의 건강한 일상을 위해 고민하고 응원하는 기업인이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디자인
    박솔미
  • 자문
    장영희(YH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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