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동작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호주의 유니버설 섹스토이 브랜드 피콕(Pcock)은, 많은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기던 즐거움의 사각지대에 주목했어요. 손가락으로 작은 버튼을 누르거나 제품을 오래 쥐고 있기 어려운 사람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섹스토이를 설계한 것이죠. 장애인 지원 현장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하나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가 됐을까요? 아시아 최초, 텀블벅 펀딩으로 한국 진출에 나선 피콕 CEO를 렛허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Q. Pcock은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장애인 지원 기관에서 일하면서 성인 웰니스 분야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공백을 발견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한 이용자를 돕기 위해 성인용품을 찾던 중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의 신체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고도 결정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그렇게 실제 사용자의 필요를 반영해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함께 만들었고, 여기에서 Pcock의 기본 철학이 시작됐습니다. 완성된 제품에 접근성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양한 신체를 고려해 제품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Q. ‘다양한 몸을 고려한다’는 것은 실제 제품 개발에서 어떻게 구현되나요?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은 결국 모두에게 더 직관적인 사용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전동칫솔이나 비데를 생각해보세요. 두 제품 모두 본래 장애인을 위해 개발됐지만 실용성이 인정되면서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Pcock 역시 접근성을 나중에 덧붙이는 요소가 아니라 제품 설계의 첫 단계부터 고려합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뿐 아니라 실제 장애 경험을 가진 당사자와 옹호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제품의 개선 과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몸이 제품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다양한 몸에 맞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 Pcock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Pcock은 특정한 사람을 위한 틈새 브랜드가 아니라 유니버설 디자인 브랜드입니다.
처음부터 일반 소비자 누구나 좋아하고 사용하고 싶어 할 만큼 뛰어난 섹슈얼 웰니스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다만,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신체적 조건과 접근성을 고려합니다. 손의 움직임이나 세밀한 조작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부터 관절염 등으로 제품을 오래 쥐기 어려운 고령자까지,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장벽을 느꼈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신체적 장벽을 고려해 디자인하면 결국 더 사용하기 쉽고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좋은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Q. Pcock 제품은 호주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Pcock 제품은 호주의 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국가장애보험제도)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Pcock의 모든 제품은 저비용 보조공학(Low-Cost Assistive Technology) 범주에 해당하며, 실제 이용자가 제품에 접근할 때 행정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별도의 구매 프로세스도 구축했습니다. 현재는 장애인 보조기기 전문 공급업체에도 제품을 등록하며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제품으로 모든 사람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신체 능력과 필요한 사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서로 다른 몸에 맞는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Pcock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는 쾌락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것이 있습니다. 성인 웰니스에 대해 누구나 보다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Pcock에게 포용성은 더 다양한 신체와 젠더,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 역시 고려되고 있다’, ‘나에게 맞는 선택지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쾌락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Pcock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