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존에 소홀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기어코 탈이 나서야 그곳을 들여다봤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지 않고는 올바른 관리법조차 알기가 어려웠다. 집에서 스스로 해보려 해도 관리 제품에 대한 정보도, 선택지도 턱없이 부족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소중한 신체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도 컸다. 그곳을 관리하는 여성이라면 응당 문란한 성생활을 하거나 별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시선도 한몫했다.
변화의 시작은 그동안 대부분의 여성이 믿고 사용해온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편리함이나 미용보다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이때부터. 여성 스스로 더 건강하고 실현 가능한 V존 관리법과 여성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소변과 대변 배출은 물론 행복한 성생활과 임신, 출산이라는 아름다운 행위가 모두 우리의 V존에서 일어난다. 이곳은 각질층이 아주 얇은 피부의 보호만 받고 있을 뿐 습도도 높고 민감한 곳이므로 꾸준한 관심과 관리를 받아야 마땅하다. 아래는 여성 생식기를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이미지다. 개인마다 모양부터 색깔까지 모두 다르니 거울을 요리조리 비추어 자신의 진짜 V존을 탐구해보자.
외음부 Vulva
겉으로 드러나 있는 여성의 생식기 전체를 ‘외음부’라고 한다. 한국에서 ‘Y존’이라고 부르는 여성 생식기를 대부분의 영어권에서는 ‘V존’으로 지칭하는데, 이때 V를 질(Vagina)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해부학적으로는 외음부(Vulva)가 정확하다. 외음부는 미지근한 물로 닦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데, 분비물이 있거나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약산성의 순한 여성 청결제로 일주일에 2~3회가량 세정한다.
대음순 Labia Majora
라틴어로 ‘입술’을 뜻하는 음순은 대음순과 소음순으로 분류한다. 그중 가장 바깥, 두터운 피부가 바로 대음순이다. 볼록하고 두꺼운 조직으로 입술처럼 좌우로 길게 갈라져 있다. 겉면은 보통의 피부로 이루어졌으며2차 성징이 시작되면 곱슬곱슬한 체모가 자란다. 대음순은 두터운 피부로 섬세한 성기 안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소음순 Labia Minora
대음순 안쪽에 있는 피부 주름으로 질 입구를 감싼 채 좌우로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다. 소음순 또한 입술처럼 생겼지만, 대음순과는 다르게 체모가 자라지 않는다. 이유는 점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인데, 점액이 나오는 촉촉한 피부로 외부 자극에 상당히 민감하다. 꽉 끼는 스키니 팬츠나 운동복을 입은 뒤 쓰라리거나 통증이 있다면 바로 이 소음순이 자극받은 것이다.
음핵 Clitoris
영어로 ‘클리토리스’라고 하는 외음부 상단의 작은 돌기. 약 8,000개의 신경세포가 몰려 있어 자극에 상당히 민감하다. 아직까지 ‘오르가슴’ 외의 기능이 밝혀진 바 없다.
음핵 표피 Clitoral Hood
음핵을 덮고 있는 피부로 음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너무 두껍거나 음핵을 많이 덮고 있는 경우 성적 민감도가 떨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피를 잘라내는 성형 수술을 하기도 한다.
질 입구 Vaginal Opening
질이 시작되는 입구다. 외음부에서 자궁까지 이어지는 좁은 관의 시작점. 근육으로 이루어져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평상시에는 수축되어 있어 물이나 외부 물질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항문 Anus
소화기관의 마지막 기관으로 대변을 배출하는 곳. 고리 형태의 근육으로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아 반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질과 얇은 벽으로 나뉘어 있으며 주변에 신경 다발이 몰려 있어 음핵만큼 성 민감도가 높다.
요도 Urethra
정액과 소변을 한 구멍에서 배출하는 남성의 요도와 달리 여성의 요도는 소변만 배출한다. 구멍 자체가 아주 작은 데다 음핵 아래 위치해 쉽게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자궁 Uterus
여성 생식기의 중심이 되는 신체 기관으로 점막과 근육으로 이뤄졌다. 보통 여성의 주먹 정도 크기고 길이는 7.5cm에 무게는 약 70g이다. 임신했을 경우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져 태아의 발달을 돕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궁내막 Endometrium
‘자궁속막’이라고도 하는 자궁 내 점막이다. 약 2~2.5cm 두께로 생리 주기에 따라 내막이 떨어져 나가고 재생되기를 반복한다.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심한 생리통을 동반하는 ‘자궁내막증’이 바로 이 자궁내막과 관련이 있다.
자궁경부 Cervix
질과 자궁이 연결된 부분으로 ‘자궁목’이라고도 한다. 질 입구에서 7~10cm 떨어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으며 자궁경부암이 발생하거나 성 매개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이다.
질 Vagina
약 7~8cm길이의 주름진 내부 성기다. 성관계 시 성기를 삽입하는 곳이자 매달 생리혈을 배출하는 통로. 분만 시에는 태아가 지나가는 ‘산도’ 역할을 한다. 건강한 질 내부의 pH농도는 약산성(3~4.5)으로 외부의 세균이 쉽게 번식하지 못하는 환경을 유지한다. 이 산성도가 깨질 경우 방어 기제가 약해져 외부의 세균 감염이나 곰팡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질은 2차 성징 이후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매일같이 냉을 생산한다. 질벽은 분비샘이 따로 없으며 체내에서 질벽으로 스며드는 체액과 질 입구, 자궁목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섞이면서 냉이 된다.
난소 Ovary
난자를 성숙시키고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V존의 핵심 기관. 자궁 양 끝에 주머니처럼 생긴 두 개의 난소가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난소에는 약 30만 개의 난자가 존재한다. 개인에 따라 난자의 수는 다르지만 난자를 잘 보관해 성숙시킨 뒤 매달 생리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난소는 배란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다음 생리 기간에 난자를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무한정 하는 것이 아니라 난자가 모두 없어질 때가지만 반복한다.
나팔관 Oviduct
난소와 자궁을 연결하는 가늘고 긴(7~12cm) 관으로 ‘수정관’이라고도 한다. 이곳에서 성숙한 난자가 정자와 만나 자궁으로 이동한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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