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Say

나 잘 자고 있는 걸까?

2022-05-03

‘잠이 안 오는데, 혹시 불면증은 아닐까?’ ‘잠자기 전 술 한 잔이 수면에 도움이 될까?’ 침실 안 밖의 빛과 소음은 물론 내 머리맡 스마트폰마저 잠을 방해하는 시대다. 그저 ‘잘’자기도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좋은 잠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과 함께 좋은 잠에 대한 진실을 밝혀보고자 한다.

잠은 잘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많이 자는 것이 좋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수면의 양이라는 것이 있지만, 잠은 7~8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10시간까지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잠을 잔다면 평소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비정형 우울증이 있는 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잠자기 좋은 시간대가 따로 있나요?

 

있습니다. 어두운 밤이 되면 몸에서 잠잘 시간이 됐다고 분비되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멜라토닌이라고 하는데, 약 오후 10, 11시가 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요. 멜라토닌의 작용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 시간에 자지 않거나 생체 리듬이 깨진 상태라면 체내 멜라토닌 수치가 낮아요. 지속되면 불면증이 될 수 있습니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늦어도 자정 전에 잠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12시 이후에 자는 잠은 질이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12시 이후에 3시간을 잔다 해도 수면의 질은 12시 이전에 1시간 잔 것과 다름 없어요.

종종 잠이 안 오는데, 이것도 불면증인가요?

네, 불면증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준이 있어요. 잠자는 데 20분 이상 걸리거나 잠들고 난 뒤에 두 번 이상 깨는 것 그리고 원치 않은 시간에 깨는 것이에요. 이 중 한 가지라도 주 4회 이상, 3주간 지속된다면 불면증일 가능성이 높아요.

잠자리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어요. 정상인가요?

 

아니요. 정상이 아닙니다. 과수면일 수도 있어요. 과수면은 평소 수면의 질이 안 좋은 사람에게 나타나거든요. 제대로 자지 못하기 때문에 잠에 굶주려 있는 상태거든요.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을 마주할 때처럼 똑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두통에 시달려요. 잠자는 자세가 잘못 됐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느끼는 두통은 주로 수면 중 산소 부족일 가능성이 커요. 무호흡증 환자일 수 있죠. 산소가 부족하면 뇌는 각성상태가 됩니다. 본능적으로 호흡 근육을 작동시키죠. 혈압과 맥박이 올라가고 뇌압도 따라 올라가요. 자고 일어나도 머리 속이 뿌연 느낌이 들죠. 이런 두통이 주 4회 이상으로 반복되면 꼭 수면 검사를 받아 봐야합니다.

잘 때는 따듯한 게 최고인가요?

 

아니요, 무조건 따듯하다고 해서 잠이 잘 오는 건 아니에요. 잠자기 좋은 온도는 따로 있습니다. 실내 온도는 여름에는 26°C고 겨울에는 21°C예요. 이불 속 온도도 중요한데요, 체온보다 조금 낮은 편이 좋습니다. 32~34°C 정도가 적당하죠. 이유는 인간의 몸이 낮과 밤을 정확히 구별하기 때문입니다. 빛이 없는 밤이 되면 코어 체온(심부 체온)은 낮보다 조금 내려갑니다. 이 체온이 내려가는 시점이 잠들기 좋은 타이밍이거든요.

자다가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습관이 있어요. 꼭 전문병원을 가야만 치료할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코를 골고 이를 가는 건 결국 질환이에요. 코를 골면 산소가 부족해 심혈관 질환까지 생길 수 있어요. 혈압, 당뇨, 뇌혈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면 중 나타나는 코골이, 이갈이 같은 질환은 치료가 늦으면 늦을 수록 힘들어요. 그래도 다행히 전문가를 찾기 전에 시도해볼 수 있는 건 있습니다. 먼저 체중을 줄이고 옆으로 누워 자보는 것이에요.

불이나 TV를 켜 놓고 자는 습관이 있어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잠 드는데 도움은 됩니다. 잘 때 밝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뇌가 불안해지는 거예요. 하지만 빛을 차단해야 숙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습관은 결국 ‘수면 개시 장애’라고 해요. 빛은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거든요. 결국 수면의 질 또한 나빠지죠. 차츰차츰 빛을 줄여 나가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자기 전, 술 한 잔은 수면에 도움이 되나요?

 

아닙니다. 술을 마신 뒤 잠들면 초반 2시간 가량은 숙면을 취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일시적으로는 긴장이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도 수면에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술은 결국 뇌 건강을 망칩니다. 수면제보다 의존성이 심해서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주 높아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한다고 들었습니다. ‘야간 모드’로 바꾸면 괜찮나요?

네,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의 희고 푸른 빛은 뇌를 각성시킵니다. 집중하고 빠지게 만드는 거죠. 현란한 클럽의 조명들처럼요. 그래서 잠자기 3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루라이트를 차단한 ‘야간 모드’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국수면학회 이사이자 서울스페셜수면의원의 원장. 미국 수면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신경과 의사로 국내 수면 분야의 권위자다. 잠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올바른 수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도움말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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