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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터 주짓수까지, 스포츠에는 성별이 없어요

2021-08-31

위밋업스포츠는 여성 전용 스포츠 클래스를 운영한다. 흔히 생각하는 요가, 필라테스, 발레 수업은 없다. 축구, 농구, 주짓수가 인기 수업. 왜 우리는 여성 스포츠에서 축구나 농구 등을 배제해왔을까?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양수안나 대표는 경험의 기회를 말했다.

Q 위밋업스포츠에 개설된 수업을 보면서 운동 종목에도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일부러 여성 친화적인 운동을 배제한 건가요?

여성 친화적인 운동도, 남성 친화적인 운동도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맞는 운동만 있을 뿐이죠. 위밋업은 성별보다는 그동안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없던 여성들에게 선택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주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저희는 여성이 운동을 선택할 때 어느 정도 학습에 의한 암묵적 강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학습된 선택이라고요?

부모님이 ‘우리 딸 나중에 발레 시켜야지’, ‘피겨 선수 시켜야지’는 하는데 ‘축구나 농구 선수 시켜야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조신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죠. 또 성인이 돼서 미디어에서 보는 여성 스포츠가 대부분 몸매에 집중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축구, 농구 같은 운동은 확실히 신체적으로 남성이 잘하는 종목이잖아요. 잘할 자신이 없어서 멀리하는 여성도 많지 않을까요?

물론 신체적인 차이로 조금 더 잘할 수 있고, 조금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해볼 기회가 없으니 실제로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희가 축구 선수 출신이다 보니 잘 알겠더라고요. 저희는 어릴 때부터 축구 할 기회가 있었고 직접 경험하며 연습하다 보니 재능이 발현돼 선수가 됐어요. 다른 공부와 비교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요. 저희가 영어를 못해서 어렵고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기회가 와서 영어를 배우면 잘할 수도 있잖아요. 운동도 경험이 없으면 내게 맞는지, 또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Q 운동하면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위밋업은 경험이 목적인 거네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위밋업을 하기 전에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언니들 축구대회’를 열었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참여하는 소규모 스포츠 축제인데, 사람들이 축구공 하나를 두고 헛발질을 해도 아이처럼 박수치고 좋아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어요. 구르고, 넘어지고, 골을 넣지 못해도 좋은 걸까 싶어서. 그런데 그냥 몸을 쓰면서 땀 흘리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더라고요. 만약 저분들이 제대로 배워서 잘하게 되면 얼마나 더 좋아할까 생각했고, 제대로 가르쳐드리고 싶은 마음에 위밋업을 만들었죠.

Q 그동안 여성들이 멀리했던 스포츠 위주로 수업을 개설하나요?

계절에 따라 열리는 수업이 조금씩 달라요. 다만 꾸준히 개설하는 수업은 단체 스포츠예요. 남자들이 쉽게 하는 이야기 중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가봐서’가 있죠. 여자도 군대에 가서 고생해봐야 한다는 내심도 있겠지만 그보단 단체 생활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의미가 크죠. 남자는 사회로 나가기 전에 자의든 타의든 군대에서 연대하고 협동하는 경험을 해봐요. 반면 여성들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어요. 단체 스포츠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과 팀을 이루고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것, 희생, 패배, 도전 등 자연스럽게 단합을 배울 수 있죠. 이 또한 부딪혀봐야 자신이 단체 활동으로 활력을 얻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Q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걸 시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위밋업스포츠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대부분 1년 정도 지켜보다가 어렵게 결심하고 나오신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 집순이에요’라고 하세요(웃음). 수업에 나오기 전에 ‘나만 못하면 어쩌지? 운동복을 사야 하나?’ 같은 고민과 두려움이 있잖아요. 저희는 집에 있는 옷에 편한 운동화만 신고 와도 된다고 해요. 먼저 해본 다음 재미있으면 다치지 않고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걸 준비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실력이 비슷비슷하니까 서로 응원해주고 칭찬해주는 분위기예요. 강사님들도 다 여성으로 이루어져서 부담도 덜하고요.

Q 강사님이 다 여성이라는 점도 운동의 문턱을 낮춰주는 것 같아요.

운동을 멀리하게 된 이유 중 어린 시절 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체육 시간에 누군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거나, 달리기할 때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았다거나 하는. 그런데 여자만 있는 집단에서는 그런 부담이 확실히 덜하죠. 그런 부담 없이 재미있게 하다 보면 몸에 대한 긍정성도 찾을 수 있어요. 하체가 크더라도, 팔이 두껍더라도 운동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 굳이 여성만 있는 곳이 아닌,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어요. 주체적인 삶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Q 앞으로 위밋업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성만 특정 운동에 대해 경험이 없는 게 아니에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 역시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도 배울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재능기부로 청각장애 여성을 위한 수업을 열고 있어요. 지난봄에 청각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프리다이빙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좀 더 많은 청각장애 여성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에 운동을 수어로 설명하는 책자의 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스포츠에는 그 어떤 다름도, 차별도 없거든요. 성별과 장애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를 경험하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사진
    맹민화,위밋업스포츠
  • 디자인
    박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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