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식부터 바로잡으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술자리에서 종종 술은 0 kcal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이야기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먼저 술은 0kcal가 아니다. 농촌진흥청의 식품성분표를 보면 맥주 1잔(500cc)은 185kcal, 소주 1잔은 63kcal, 막걸리 1잔은 138kcal로, 엄연히 칼로리가 존재한다. 0kcal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술은 가짜(empty) 칼로리 식품이기 때문이다. 술에는 알코올 외에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이 하나도 없다. 또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로 소비해버린다. 그럼 술만 마실 경우 살이 빠진다는 공식이 성립할 것 같지만, 문제는 몸이 알코올은 가장 먼저 대사하면서 다른 영양성분을 잉여로 인식해 지방으로 축적해버리는 데 있다. 술과 안주를 함께 먹을 경우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고, 술만 마실 경우 몸무게는 빠질 수 있지만 영양 결핍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안색이 좋지 않고 빼빼 마른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
술을 마시면 속이 뜨거워지면서 열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를 두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술을 마시면 혈액이 피부 표면으로 모여들면서 일시적으로 피부 온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오른 열을 배출하기 위해 모공이 확장되면서 체온을 떨어뜨린다. 음주는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랭질환자로 보고된 사람 중 79.7%가 저체온증 환자였는데, 이중 30%는 음주 상태였다고 한다. 추위를 물리치기 위해 마시는 술 한 잔이 결국 더 춥게 만든다는 사실.
술을 마시면 잠이 오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꿀잠을 잘 수 있는 건 아니다. 알코올은 수면을 유도하는 뇌의 부위를 활성화시키고, 뇌는 몸을 이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술을 마실수록 몸이 둔해지면서 잠이 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때 자는 잠은 얕은 잠이다. 술을 마시면 몸은 약 6~8시간 동안 알코올을 분해한다. 잠들었다 하더라도 신체 기관은 알코올 분해를 위해 각성된 상태로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음한 다음날 유독 일찍 눈이 떠지는 것도, 더욱 피로를 느끼는 것도 깊은 잠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구가 적고 체중도 적게 나가는 편이다. 또 체지방비율은 높고, 수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보다 10% 적다.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체중 대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술에 약한 이유는 분해효소 분비량이 적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나오는 알코올분해효소와 위 점막의 알코올산화효소에 의해서 분해된다. 여성은 간의 알코올분해효소가 남성의 절반 정도, 위 점막의 알코올산화효소가 남성의 1/4 정도이므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숙취를 일으키는 성분은 아세트알데히드로, 이 성분이 많이 포함된 술일수록 숙취가 심하다. 위스키, 보드카, 고량주 등 도수가 높은 독주라 불리는 증류주는 맥주, 와인, 막걸리처럼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적다. 그 이유는 농도가 높은 알코올을 얻기 위해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음을 했다면 숙취의 정도는 증류주나 발효주 별반 차이가 없다.
주량은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 술을 잘 마신다는 건 알코올을 잘 분해한다는 것인데, 알코올분해효소는 유전에 의해 타고 나기 때문이다. 즉, 주량은 증가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술을 마실수록 잘 마신다고 느껴지는 건 알코올에 대한 뇌의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주량은 똑같은데 뇌가 착각을 일으켜 잘 마신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둘 다 건강에 좋지 않다. 한 번만 폭음을 해도 뇌 세포는 바로 손상된다. 손상된 세포는 재생되지 않아 폭음이 반복되면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한다. 매일 습관적으로 마시는 소량의 음주 습관 또한 만만치 않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소주 두 잔 정도를 매일 마시면 식도암 위험도가 52%, 위암 5%, 대장암 12%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이 직접 닿는 부위에 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매일 마시는 술은 알코올 의존성을 높여 결국 중독에 빠뜨린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적정 음주를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습관이다.
사우나에 가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알코올이 빨리 분해되는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좋다, 나쁘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술을 마시면 몸은 탈수 현상을 겪는다. 여기에 사우나를 할 경우 탈수 현상이 가중되고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는 굳이 사우나를 가지 않는 게 안전하며, 그 다음 날이라 하더라도 숙취가 남아 있다면 피하는 게 더 낫다고 조언한다.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다. 흔히 이온 음료의 흡수가 빨리 술과 함께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실제로 이온음료는 알코올을 희석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또 술 마신 다음 날 이온음료를 마시면 부족해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줘 탈수나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에너지 음료와 술을 같이 마시면 좋지 않다. 에너지 음료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과 술을 함께 마시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쉽게 취기가 오르는데, 고카페인 음료일 경우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
- 자문서수진 원장(유어클리닉), 김민서 원장(더존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