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아웃(Toast-out). 에디터의 11월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다. 토스트아웃은 번아웃(Burn-out) 직전의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번아웃이 직장 내 스트레스로 완전히 무기력해진 사람을 의미한다면 토스트아웃은 피곤과 무기력에 시달리면서도 겨우 일상을 소화하는 버석한 직장인의 모습을 까맣게 타버리기 직전 바싹하게 익은 토스트에 비유한 말이다.
정시에 퇴근하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많은 나날 속에 간절했던 건 따뜻한 휴식이었다. 해가 짧아진 탓에 7시만 돼도 하늘은 한밤중이고, 이상 기후와의 눈치 싸움에 실패해 걸친 얇은 외투 사이로 찬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오는 퇴근길을 걷다 보면 토스트아웃이 아니라 진짜 토스트가 된 것처럼 뜨끈한 오븐에다 몸을 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까지, 피로와 무기력의 아슬아슬한 수위에서 겨우 헤엄치던 에디터가 SNS에서 위크엔더스 바쓰 계정을 발견하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예약 버튼을 누르게 된 배경이다.
서울에서 만나는 강릉 바다
위크엔더스 바쓰는 강릉의 노마드 호스텔 위크엔더스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스파 공간이다. 위크엔더스는 강릉역 인근에 있는 호스텔로, 해마다 여름이면 바다를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오롯이, 나’라는 제목의 리트릿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원도 바다의 시그니처인 서핑부터 요가와 훌라까지, 일상의 시름을 내려놓고 마음껏 강릉의 공기와 물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위크엔더스가 강릉의 바다를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 회색 도시에 갇힌 사람들에게 물의 위로를 선사한다는 취지로 세운 곳이 바로 위크엔더스 바쓰다. 위크엔더스 바쓰는 서울 성동구의 중랑천을 곁에 둔 한적한 송정동 주택가, 코끼리 빌라 2층에 있다. 코끼리 빌라는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개조해 건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에 저렴한 비용으로 가게를 내어주는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곳이다.
‘서울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번화가와 떨어진 곳이라 가는 길이 꽤 걸린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기준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 내린 다음 조금 걸어가면 붉은 벽돌이 익숙하고도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코끼리 빌라를 마주할 수 있다. 코끼리 빌라에는 위크엔더스 바쓰 말고도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브런치 카페부터 빈티지 숍, 가죽 공방, 친환경 운동복 가게까지 다양하니 위크엔더스 바쓰 방문 전후로 시간이 남는다면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입구의 안내판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쉽게 위크엔더스 바쓰를 찾을 수 있다. 위크엔더스 바쓰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국내 뷰티 스타트업 브랜드들의 입욕제 및 헤어, 보디 케어 제품을 진열해 놓은 매장 겸 대기 공간, 오롯이 예약자만 즐길 수 있는 스파 공간은 그보다 안쪽에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위크엔더스라는 브랜드 자체의 취지가 그러하듯, 위크엔더스 바쓰가 소개하는 뷰티 브랜드들 역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현재 전라남도 신안의 비금도에서 채취한 소금과 여러 허브, 말린 꽃들이 블렌딩된 피부피부, 리솔츠의 입욕제와 물에 녹이면 향기와 아름다운 색깔이 퍼지면서 테라피 효과를 선사하는 배쓰프로젝트의 배쓰밤, 탈모 예방을 돕는 나인 밀라의 두피 케어 제품, 아닐로의 비건 케어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위크엔더스 바쓰를 예약하면 위 브랜드들의 제품으로 이루어진 어메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어메니티는 샴푸와 트리트먼트, 풋샴푸, 그리고 스킨케어 화장품과 보디로션 등이다. 추가로 입욕제나 디퓨저를 함께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예약 단계에서 추가하면 된다.
때때로 목욕하는 동안 사용하는 입욕제나 케어 제품들의 향과 질감이 그날의 기분을 바꾸기도 한다. 위크엔더스 바쓰 역시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더욱 풍부한 웰니스 경험을 제공하고자 늘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또 협업하며 변화를 주고 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위크엔더스 바쓰의 예약 가능 시간은 3시간(이용 금액은 시간당 15,000원으로, 한 번 이용할 때 지불하는 비용은 총 45,000원이다). 마지막 1시간은 다음 고객을 위한 청소 시간이므로 실제로 자기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물씬 다가오는 첫인상은 아늑함이다. 플랜테리어가 돋보이는 욕조, 한편에 놓인 향긋한 웰컴티,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바깥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된 창문이다. 다만 저녁 시간대에는 조명 때문에 밖에서 안이 보일 수 있으므로 커튼을 닫고 이용해야 한다)과 곳곳에 비치된 방수 책들까지. 여기에 위크엔더스 바쓰만의 감성이 담긴 마음챙김 플레이리스트는 덤이다. 고요한 공간 속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수도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물속에 몸을 담그기도 전에 마음의 안식이 찾아온다.
한 가지 소소한 팁을 공유하자면 욕조 가득 물을 채우기를 원한다면 입장하자마자 수도를 틀기를 추천한다. 욕조가 매우 널찍해 물을 가득 채우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대신 목욕을 마치고 물을 뺄 때는 단숨에 빠진다. 그 시간차를 경험하며 무엇이든 채우기는 어렵고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인생사 무상함의 교훈을 얻었달까).
에디터는 욕조의 반쯤 물을 채우고 반신욕을 즐겼다. 따끈한 물의 온도에 땀이 삐질 흐르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고, 방수 종이로 엮은 소설집(위크엔더스 바쓰에는 민음사의 워터프루프북 시리즈가 비치되어 있어 물 묻은 손으로도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을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 읽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몸이 긴장 상태인 것이 고민 중 하나였는데 모처럼 몸의 모든 구석을 이완한 채 문자 그대로 ‘쉼’에 집중할 수 있어 축적된 피로가 자연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스파를 하는 동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위크엔더스 바쓰만의 ‘오롯이, 나’ 키트를 이용해도 좋겠다. ‘오롯이, 나’ 키트는 요즘의 삶을 돌아보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약 시 옵션에서 추가할 수 있다.
한 시간의 목욕을 마치고 남은 한 시간 동안은 위크엔더스 바쓰가 엄선한 브랜드의 케어 제품들로 몸을 씻고 정돈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때 천장에 설치된 제습기를 작동하면 공간의 습한 기운도 빠르게 사라지고 몸을 덮은 물기도 신속하게 말라 마지막까지 쾌적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용한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도의 정리만 마치면, 전체 공간 청소는 위크엔더스 바쓰 측에서 진행하니 참고할 것.
몸과 마음을 녹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코끝 시린 겨울, 꽁꽁 언 몸만큼이나 잔뜩 굳은 마음을 녹이고 싶다면 위크엔더스 바쓰를 추천한다. 완벽히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공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누리는 스파를 통해 몸의 피로는 물론 어지로운 마음속까지 깨끗이 씻어 내릴 수 있을 테니까. 위크엔더스 바쓰는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하며 간단한 스낵과 와인, 음료수 등을 챙겨 함께 즐길 수 있다.
위크엔더스바쓰
주소 서울 성동구 송정18길 1-1 2층 6호
문의 0507-1403-9212
예약 https://naver.me/x6Uns5Cx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위크엔더스 바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