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지속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 이상의 고통이 심신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연들과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다면 다이어트를 멈추고 신경정신과를 방문해 의료진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 때 통통했던 저는 대입을 앞두고 살을 뺀 이후로 10년 째 다이어트 중인데요. 이제 주위에서는 ‘뺄 살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만, 제 눈에는 여전히 온몸이 군살 덩어리처럼 보여요. 그런데도 도통 살이 빠지지 않아 최근 지인들과 다이어트 내기를 시작했어요. 한 달 안에 현재 몸무게에서 3kg씩을 감량키로 해서, 그 사이에 잡아뒀던 약속을 모두 취소했죠”
-30세 직장인 여성 A씨의 사연
신체이형장애(신체추형장애)
A씨의 경우 신체이형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정신장애다. 이들은 타인이 ‘뚱뚱해 보이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매우 말랐다’고까지 이야기해도 이를 신뢰하지 못 한다. 보통 끊임없이 거울을 보거나 옷 매무새를 고치는 행동,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부위를 감추려고 하거나 남들과 비교하는 일이 반복되면 신체이형장애일 수 있다. 결점이 사소하거나 아예 없는 상태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성공한다고 해서 강박감이 해소되지 않는다. 신체이형장애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극단적인 경우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한 번도 급식을 먹은 적이 없어요. 제가 ‘프로아나(거식증에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로, SNS에서 청소년 사이에 유행한다)’거든요. 밥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게 두려워서요. 점심시간마다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거나, 동아리에 가 봐야 한다고 핑계를 댔는데 친구들이 이젠 믿지 않는 것 같아 걱정돼요”
-16세 고등학생 B양의 사연
신경성 식욕부진
흔히 ‘거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은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두려워 음식 섭취를 심하게 제한하는 증상을 뜻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을 앓는 이들은 대개 이미 저체중이며, 남들이 보기에도 마른 상태임에도 스스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 한다. 그런데도 사연 속 B양처럼 자신이 신경성 식욕부진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 치료를 받기까지 과정도 힘들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10배 더 흔하게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세 달 전에 탄수화물을 끊는 식단으로 7kg을 감량했는데요, 그 기념으로 친구들과 만찬을 즐기다 오히려 고삐가 풀린 거예요. 그날 이후 밤마다 혼자 먹방 유튜버들처럼 여러 종류의 음식을 시켜 먹고, 아침에 변비약을 먹는 일을 반복했는데 체중이 도로 10kg이나 불어났어요. 그런데도 한 번 터져버린 식욕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4세 자취생 C씨의 사연
신경성 폭식증
C씨처럼 섭식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역으로 신경성 과식증이 될 수 있다. ‘폭식증’이라고도 한다. 문자 그대로 폭식,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음식을 먹는 것을 이른다. 이들은 폭식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 한다. 그런데다 폭식 후 배가 아프고 또 체중이 느는 게 두려워 억지로 토하거나 설사약, 관장약 등을 이용해 먹은 것을 제거하고자 한다. 폭식증은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만 아니라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일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섭식장애의 부작용
신경성 식욕부진과 신경성 과식증은 모두 섭식장애에 포함된다. 사연처럼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만족하지 못 하고 살이 찌는 일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이들이 쉽게 갖게 되는 장애다. 식욕부진도, 과식증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탈모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특히 여성은 무월경 및 생리불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섭식장애를 앓는 대다수가 먹은 음식을 억지로 토해내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는 식도염, 위염을 유발한다. 또 구토를 자주 할수록 침샘이 부어 타액선 부종이 생길 수도 있다. 턱 부근이 불룩하게 부어 얼굴형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섭식장애는 불안, 우울, 공황, 물질사용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DSM-5 정신장애 쉽게 이해하기> (미국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