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뇌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뇌졸중, 뇌종양, 치매 등의 질환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뇌가 주관하는 여러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는 상태를 ‘건강한 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 사이에서 감정의 균형을 잡고 행복을 누리는 것도 포함된다. 뇌 건강 관리에서도 마음챙김이 중요한 이유다.
에디터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종종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를 고민하느라 또 생각을 하고 만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는 시간에도, 심지어는 잠들기 직전 눈을 감고 있는 순간마저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출 길이 없다.
실제로 대체의학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 하버드 대학교 의학박사 디팩 초프라는 인간이 매일 8만 개의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그중 90%는 반복적인 생각이고, 최대 80%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 때다.
부정적인 생각은 뇌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코르티솔 분비도 늘어나고 내부 염증도 증가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된다. 또 부정적인 생각은 사고와 운동 능력을 조절하는 소뇌, 기억력, 충동 조절, 기분 장애 등과 관련된 측두엽의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두려움을 주관하는 편도체는 과도하게 활성화되는데, 이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이것이 우울감으로 이어지면서 당시의 경험을 ‘나쁜 기억’으로 기억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이 뇌에 미치는 악영향과는 정반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코르티솔과 염증 수치를 낮춘다. 대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 해마를 활성화해 기억, 학습 등 인지 능력을 끌어 올리고,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피질도 활성화한다. 그런가 하면 긍정적인 생각이 질환이나 통증에 대항하는 능력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들도 있다. 그 중 한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과 관련해 가족력이 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3분의 1이나 낮다고 보고한 바 있다.
물론 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핵심은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며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신경과학자 크리스틴 윌르마이어가 자신의 저서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두뇌의 비밀-브레인 리부트>를 통해 제안한 마음챙김 팁을 소개한다.
심호흡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슬픔, 우울에 빠진 사람에게 심호흡을 권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한 것이다. 심호흡으로 숨을 고르는 행동은 몇 초만에 코리트솔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압과 심박수를 진정시킨다. 효과적인 심호흡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 손은 배에, 다른 손은 심장에 올린다.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8초까지 센다. 숨을 들이마신 채로 4초까지 참는다. 그런 다음 모았던 숨을 입으로 느리게 내뱉으며 다시 8초를 센다. 8초가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면 6초로 줄여도 괜찮다. 이 호흡을 최소 다섯 번에서 열 번까지 반복하면 도움이 된다.
명상
몇 주 혹은 몇 달 간 명상을 반복한 사람의 뇌에서는 해마와 회백질이 증가해 기억과 감정 조절 능력이 올라가고, 편도체의 크기는 줄어들어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명상은 세상의 모든 문제와 사건을 ‘나’와 연관해 생각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를 멈추는 데 도움을 준다. 명상을 할 때는 방해가 될 만한 것에서 벗어난 환경을 찾는 것이 우선이고, 명상을 시작하면 어떤 생각이 들더라도 최대한 자기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호흡과 함께 바깥으로 내보낸다.
요가
요가도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이끌어낸다. 감정을 조절하는 회백질을 증가시키고, 편도체 크기도 줄인다. 특히 이런 효과는 요가를 한 날로부터 며칠 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요가는 불안감을 줄이고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가바(GABA), 성인의 뇌세포 성장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 뇌유래신경영양인자 생성을 자극한다. 또 세로토닌과 도파민도 증가시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생각일기
생각일기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우선 매일 하루동안 한 생각들을 적는다. 일주일 반복하면 자신이 주로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유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혹은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 적는다. 후자의 목록은 자신이 이 부정적인 생각에 매달릴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라도 금세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할 수 있다. 생각일기를 쓰고 발상의 전환을 노력하는 동안에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만드는 SNS의 사용,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뉴스, 드라마, 영화 등의 시청을 자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크리스틴 윌르마이어,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두뇌의 비밀-브레인 리부트>, 김나연 역, (부키, 2023)
- 디자인이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