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리 기간에 관계를 해도 임신 가능성은 0%가 아니다. 생리 중 관계로 임신 가능성을 따지려면 먼저 생리 주기부터 파악해야 한다.
누구는 있고 누구는 없다? 생리 중 임신 가능성의 진실
‘지난달 생리가 끝나갈 때쯤 관계를 했다’는 문장만으로 임신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다. 생리 주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생리 주기가 28~30일로 일정하고 생리 기간이 3~5일인 여성이라면 당연히 임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평소 부정 출혈이 있는 여성이라면 생리라고 믿었던 피가 배란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기에 관계를 가졌다면? 사실상 임신이 제일 잘 되는 배란기에 관계를 한 셈이다.
또 생리주기가 25일 미만으로 짧지만 생리 기간은 8일 이상으로 긴 여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생리가 끝나는 시기와 배란이 시작되는 시기가 겹친다. 그런데 이 여성이 생리가 끝나간다고 생각한 7~8일 차에 콘돔 없이 관계를 가졌다고 가정해보자. 정자는 여성의 몸 안에서 48~72시간 동안 생존한다. 정자가 살아있는 동안 배란이 시작된다면 임신할 수 있다.
무월경, 복통, 피곤… 임신 극초기 증상 찾아보기 전에 할 것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산부인과 전문의의 유튜브 영상 댓글 등에서 임신 극초기 증상을 묻거나 답하는 글을 많이 본다. 이번 사연처럼 생리 중은 안전하다고 생각해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관계를 가졌거나, 관계 도중에 콘돔이 찢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피임을 못 한 때에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질문자처럼 의심스러운(?) 관계 후 다음 달 생리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과 걱정은 극에 달한다.
검색해 보면 나오겠지만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복통과 피로감, 어지럼증, 심계항진(두근거림, 불규칙하거나 빠른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증상) 등.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비특이적이다. 문자 그대로다. 임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란 뜻이다. 그러니 증상들을 일일이 찾아보고 자기 자신에게 대입하며 초조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임신이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해볼 방법은 임신 테스트기로 자가 진단하는 것이다. 임신 테스트기는 성관계 후 최소 2주가 지난 후에 사용해야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테스트 결과, 테스트기에 한 줄만 뜬다면 임신한 게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단, 테스트기 상 임신이 아닌 게 확인됐는데도 무월경 상태가 지속된다면 몸에 다른 이상이 있는 것일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끝으로 생리 중 관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이유가 ‘피임을 위해서’였다면 그건 잘못된 선택이다.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계획하지 않은 임신도 감당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게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콘돔은 필수다. 비단 피임 때문만이 아니라 성병 감염 예방 등 두 사람의 생식기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콘돔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권소영
강남리즈산부인과의원 원장
원내 미혼 여성 클리닉을 따로 운영할 만큼 전 세대 여성의 건강한 성생활을 응원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기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산부인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자 병원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일러스트이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