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오르가슴까지 너무 오래 걸려요

2021-11-09

 

‘너무 오래 걸린다’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질문자가 오르가슴에 일가견이 있는 숙련된 경력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침대에서 경력과 노하우가 잘 통하지 않아 퇴사각을 재게 된다. ‘아니야 괜찮아 너무 좋았어’라고 하지만 복부 아래로 퍼지는 섭섭함.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쉬자

대단한 팁을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그러나 오르가슴을 만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휴식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가장 치열하게 움직였던 과거를 떠올려보자. 그 당시 애인이 섹스하자고 덤벼들면 성적으로 흥분이 되었나? 다른 의미로 흥분이 오르진 않았나?

오르가슴은 성감대의 자극을 통해 발현되는 뇌의 자극이다. 즉, 뇌가 바쁘고 긴장한 와중에 오르가슴은 발생하기 어렵다. 의외로 뭔가 해보는 것보단 가만히 쉬는 게 답일 때가 있다. 섹스 전 충분한 여가와 휴식을 즐겼는지 자문해 보자. 대답이 NO였다면 이번만큼은 애인과 침대에 누워 그저 오래 쉬어 보자. ‘빠른 오르가슴을 보장하는 10가지 섹스 테크닉’과 같은 구글 검색 결과는 잠시 넣어두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즐겨보자. 그렇게 버티다 보면 상대와 내 호흡이 천천히 이완되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오르가슴의 입질은 거기서 출발이다.

자위하자

몸은 변한다. 계절, 날씨, 호르몬의 변화, 스트레스, 하다못해 당일 먹은 점심 식사에 따라서도 몸은 시시각각 변한다. 따라서 과거 오르가슴에 다다를 수 있었던 내 노하우와 테크닉도 최근 들어 별안간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중학교 때부터 반원을 그리듯 천천히 만졌던 클리토리스의 자극 방식이 30대가 되니 갑자기 별 감흥이 없을 수 있으며, 연애 초기부터 믿어 의심치 않아왔던 애인의 45도 각도 필살 크레센도 정상 체위도 왠지 예전만 못한 기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껏 쌓은 경력을 다 포기해야 하나?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신입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 즉 자위에 해답이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자위하자. 이곳저곳 쓰다듬고 자극하여 나만의 오르가슴 로그를 재설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팁이다. 오르가슴은 정해진 규칙이 없으며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볕이 잘 드는 날 베드 타월을 침대에 곱게 깔고 한 손에는 윤활제, 다른 손에는 최신 섹스토이를 들어보자. 삽입형 딜도, 아네로스, 클리토리스 흡착형 바이브레이터 뭐든 취향에 맞게 구매하여 사용해 보는 것이다. 인류는 빨리 이동하고 싶어 자동차를 만들었고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전화기를 만들었다. 유독 섹스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데 박한 편이다. 주저하지 말자. 현대 과학 기술은 삶의 질을 여러 방식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합의하자

정말 중요한 메시지다. 자위가 아닌 이상, 결국 실전에서는 상대와 얼마나 열렬하게 소통하고 합의했는가에 따라 오르가슴의 성패가 갈린다.

파울라 잉글랜드(NYU 사회학 교수)가 2005년부터 2011년간 대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 의하면 헤테로 섹스보다 게이/레즈비언의 섹스에서 오르가슴 빈도가 높다고 한다. 왜일까? 서로 비슷한 오르가슴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에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섹스 중 의사소통이 훨씬 활발하고 섹스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은 오랜 기간 ‘이성애/삽입 섹스’를 중심으로 발화를 이어왔다. 때문에 우리가 자라오면서 접한 모든 매체가 삽입을 통한 쾌감과 절정을 당연하게 노출해왔다. 그러나 질 삽입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는 18%가 채 되지 않는다. 인류는 더 많은 소통과 합의를 기반으로 한 섹스를 시도해야 한다. 귀두와 클리토리스뿐만이 아닌, 광활한 신체와 정신을 모두 자극해 보길 권장한다.

오럴수가 TMI: 여성이 오르가슴에 다다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상에는 ‘지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조루나 지루는 남성이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사정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오럴수가

섹스 칼럼니스트

글 보부상.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EVE’에서 4년간 근무한 브랜드 커뮤니케이터. 연간 누적 조회수 50만에 달하는 섹스 칼럼을 연재한 경력이 있는 섹스 칼럼니스트.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오럴수가
  • 일러스트
    이동혁
  • 참고
    Paula England, NYU, Online College social life surve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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