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My Body

잠자리를 피하게 되는 이유도 골반저근 때문?

2022-02-01

‘골반저근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는 골반저근이 약해지면 몸이 아픈 건 둘째 치고, 자존감마저 떨어뜨리는 증상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다녔던 시절이 있다. 당시 의사가 통증이 완화될 때까지 걷기 같은 기본적인 운동조차 하지 말라며 절대 안정을 처방할 정도였다. 3개월 정도 허리를 쓰지 않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치료를 받은 결과 다행히 증상은 좋아졌지만 (개인적으로) 허리 통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종일 앉아 마감을 하던 중이었다. 요의감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는 순간 들리는 소리 ‘부르륵’. 의지와 무관하게 가스가 배출됐다. 중요한 건 진짜 방귀가 아니었다는 거다. 질에서 나온 질 방귀였다. 당혹스러움에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렸다. 예의 바른 동료들은 그저 화장실이 급했겠거니 하고 못 들은 척해주었지만 나는 부끄러움에 꽤 오랫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나의 질 방귀 첫 경험이자 골반저근에 대해 처음 인지하게 된 날이었다.

신체 내 중요하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고, 아픈 건 감출 일이 아니지만 골반저근이 약해지면 이렇게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동반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질 방귀
질 방귀는 골반저근의 수축하는 힘이 떨어졌을 때 나오는 증상이다. 아무리 괄약근에 힘을 준다고 해도 질 방귀는 막을 수 없다. 요도에 힘을 줘도 마찬가지.

요실금
대표적 증상이 바로 요실금. 특히 출산 후, 갱년기 시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참거나 무시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변비 및 변실금
대소변이 새는 걸 막는 역할도 골반저근이 한다. 반대로 배출을 돕는 것도 골반저근이라는 의미. 골반저근이 약화돼 이완이 잘되지 않으면 변비가 나타나고 수축에 문제가 생기면 변실금이 생긴다.

허리 통증
골반저근은 꼬리뼈까지 뻗어 있다. 골반저근 경직이 심하면 꼬리뼈를 당겨 요추에 영향을 끼친다. 디스크처럼 허리의 직접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기분 나쁜 요통이 있다면 골반저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성교통
성적 흥분과 별개로 삽입 시 느껴지는 찢어질 듯한 통증은 골반저근의 과도한 경직이 원인일 수 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한번 성교통을 경험하면 심리적 긴장으로 잠자리를 멀리하게 되고, 아픔을 드러내지 못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다.

골반장기 탈출증
골반저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골반장기 탈출증이다. 다자녀 출산을 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자궁이나 방광, 직장이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증상으로, ‘밑이 빠질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누워 있을 때는 괜찮다가 오후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CHECK!

골반저근 약화 자가 테스트
아래 증상이 둘 이상이면 골반저근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성관계 시 통증이 있다
이전과 달리 오르가슴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루 7번 이상 소변이 마렵다
재채기를 하거나 웃을 때 종종 소변이 샌다
허리 통증이 빈번하게 있다
밑이 묵직하거나 빠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소변 시에 통증이 있다

김유진

헤이 마마 공동대표

21년차 요가·필라테스 강사이자 퍼스널 요가 트레이닝 전문가로, 현재 헤이 마마에서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스무 살 이후 안 해본 다이어트 없이 극단적 감량과 요요를 거듭하다 엄마가 된 후 엄마 몸에 맞는 지속가능한 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닌 일상을 위한 운동을 추구한다.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참고
    <여자와 골반>(카타야마 요지로, 이덴슬리벨)
  • 도움말
    김유진(헤이 마마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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