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고도 상쾌하기는커녕 피로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바로 ‘수면과다증’일 수 있다. 아니면 해가 떠 있는 낮에 순간적으로 존다? 선천적으로 잠이 많은 것도,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닌 질병일 수 있다. ‘기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수면과다증
낮에 잠이 쏟아져 일상 생활이 힘든 경우를 말한다. 계속해서 졸리기 때문에 몽롱하고 활력이 없는 상태가 깨어있는 동안 지속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수면 중 호흡 문제, 코골이 같은 수면 질환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평균 수면 시간(7~8시간)을 채우고도 졸리다면 수면의 질을 높이면 어느정도 해소가 된다.
기면증
불면증이 잠드는데 문제가 있는 상태라면 반대로 기면증은 잠에서 깬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뇌가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수면 장애다. 수면 기전의 문제로 성장기 어린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낮잠을 2~3시간 잔다거나 낮에도 심한 졸음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기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최근 잠을 깨우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호르몬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의 결핍이 기면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 상황. 기면증은 정상적인 수면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렘수면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도 바닥에 누워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약물을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완전한 치료는 어렵다.
불면증
편히 잠을 자고 싶어도 잠들 수 없는 수면 질환이다. 잠자리에 든 다음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거나 수면 중 2회 이상 깨거나 원하지 않은 시간에 잠이 깨는 것 모두 불면증의 다른 모습이다. 불면증은 일차성 불면증과 이차성 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명확한 원인 없이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일차성이고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 이차성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잠에 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불면증이 일차성 불면증에 해당된다. 반면 수면 질환, 협심증, 우울증 같은 질환에서 오는 불면증은 이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약물이나, 술, 커피로 잠 들지 못하는 것도 포함이다. 만성이 되었을 때는 수면제,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치료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
수면 코골이 & 무호흡증
체중이 많이 나가건 아니건 코를 고는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다가 기도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지면서 기도가 좁아지면 코를 골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코를 고는 사람의 50%가 수면 무호흡 증상을 경험하는 사실을 아는지. 기도가 완전히 막혀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태다. 숨을 쉬기 위해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고 더 많은 숨을 쉬게 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지속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정상적인 세포 활동이 어려워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잠을 자도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수면 무호흡을 방치하면 심각한 질환으로까지 이어지는데,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그리고 치매의 발생 위험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양압기를 사용하면 어느정도 개선된다. 잠을 자는 동안 일정한 양의 공기를 주입해 기도가 닫히는 것을 막는 원리다.
하지 불안 증후군
다리와 무릎에 느끼는 불편한 통증이다. 신경학적 수면장애로 평소에 다리가 저린 것과 다르게 잠자리에 누우면 더 심해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경련이 일어난 듯 욱신거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끔거림, 발을 잡아당기거나 간지럽히는 느낌 등 증상은 다양하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 불편한 통증이 시작되고 다리나 발을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고로 평온한 수면은 불가능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하지 불안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운동 반사와 감각을 제어하는 뇌의 경로에서 발생하는 기능 장애 정도로 추측할 뿐. 국내는 성인 남녀의 5% 정도가 하지 불안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도파민의 불균형, 유전, 여성의 경우라면 생리, 임신, 폐경과 같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하지 불안 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기적 사지 운동 장애
잠에 들고 나서 팔, 다리 등이 제 맘대로 움직이거나 통증을 느끼는 것이 주기적 사지 운동 장애다. 움직이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하지 불안 증후군과 다르다. 또 하지 불안 증후군은 통증이 나타날 때 몸을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주기적 사지 운동 장애는 몇 시간까지도 증상이지속될 수 있다.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지만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주기적 사지 운동 장애는 65세 이상 성인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참고로렌스 J 엡스타인 <수면건강과 수면장애>, 박용한 번역, 조윤커뮤니케이션(2008), 서울대학교병원 의학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