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고독스테이 : 디지털 디톡스 리트릿

2022-07-05

혼밥, 혼술, 혼캉스. 코로나19를 겪으며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그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했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혼자라고 믿었던 순간조차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타인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쏟아지는 세상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고독스테이가 리트릿의 첫 단계로 디지털 디톡스를 제안하는 이유다.

정보 과잉 시대의 디지털 단식원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현대인의 불안과 피로를 유발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정보를 습득하는 데 강박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 인포매니아(Infomania)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나 노트북, 언제 어디서나 취미의 도구이자 업무의 도구가 되어주는 태블릿PC까지. 거의 24시간을 디지털 기기와 붙어 지내니 이들이 쏟아내는 정보의 유혹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디톡스란 말 그대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끊어내자는 것인데 자의적으로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고독스테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단식원을 들어가듯 넘쳐나는 말과 관계, SNS, 자극적인 뉴스, 원하지 않는 정보와의 연결을 끊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는 디지털 단식원이 있다면?” 고독스테이의 김지영 대표는 스스로 이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고독스테이로 만들어냈다.

고독의 방으로 입장

고독스테이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적한 주택가 골목 가장 안쪽에 자리잡았다.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니 아무도 없다고 당황할 필요 없다. 사전에 안내받은 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때부터 나만의 공간이 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셀프 체크인이다. 고독의 방에 입장하기 앞서 마련된 전실에서 디지털 기기와 작별해야 한다.

어쩌면 낯선 공간에서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3시간이 두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독스테이에 마련된 ‘고독의 여정’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도 시간이 훌쩍 흐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참고로 고독스테이에는 3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인트로 투 고독’과 4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 위드 고독’ 프로그램이 있다. ‘인트로 투 고독’은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체험 가능하며, ‘스테이 위드 고독’은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다.

고독의 여정은 고독의 방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 열쇠 카드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열쇠카드에는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미션들이 적혀 있다. 하나의 카드 속 미션을 해결하면 그 다음 카드를 발견하는 식이다. 어쩐지 방탈출 게임과 비슷한 것 같지만, 방탈출 게임은 문자 그대로 방에서 나가기 위해 미션을 수행한다면 고독의 여정은 고독의 시공간에 머물기 위해 미션을 따르는 것이다.

다만 카드 속 미션의 종류는 미리 알려줄 수 없다. 대신 밝힐 수 있는 건 ‘열쇠카드’인 만큼 미션들로 하여금 마음 속 문을 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회적 연결을 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에 친숙해질 수 있다.

고독의 방에는 1인용 테이블과 화장실, 차와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작은 주방이 있다. 앞서 ‘미션’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주어진 3시간 동안 모든 미션을 해결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낯설어 할 이들을 위한 도구일 뿐, 마음이 내키는 대로 차나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구비된 필기구, 원고지, 엽서와 봉투 등을 이용해 기록을 남겨도 좋다. 아니면 향초를 피워 그 향과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마음껏 취해 있는 것도 괜찮다. 고독을 충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고독의 순간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면

고독의 방은 감각적인 색감과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나 고독스테이의 제 1원칙이 무엇인가. 디지털 디톡스이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집착하는 데서 벗어나고자 고독스테이에 방문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일 테다. 그렇다면 조금만 참아보자. 고독의 여정이 끝나고 스튜디오 고독에서 그 순간을 기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스튜디오 고독은 고독의 여정을 체험한 후 고독지기가 사진을 촬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몽환적인 색감의 조명을 통해 방문객만의 고독을 분위기로 표현한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샘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스튜디오 사진과는 다른 과감한 조명의 사용과 독특한 콘셉트로 스타일리시한 화보를 방불케 하므로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촬영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콘셉트와 배경으로 이뤄지며, 추가 촬영 시 비용이 든다. 스튜디오 고독은 사전 예약과 현장 결제가 모두 가능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4길 45-10
운영시간 매일 11:00-23:00 (오전 11시 / 오후 3시 / 오후 7시)
가격 Intro to 고독(3시간) 6만 원 / Stay with 고독(4시간) 8만 원 / 스튜디오 고독(2컷 촬영) 3만 원
문의 및 예약 godokstay.imweb.me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디자인
    박유정
  • 이미지
    고독스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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