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관계 후 밀려드는 피로감, 체력 문제일까요?

2022-08-23

섹스 후 부쩍 피로감에 시달린다면 세 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첫째, 어떤 섹스를 하고 있는가. 연인이 삽입 후 피스톤 운동을 빠르고 격렬하게 하는 편이라면 받아들이는 여성의 체력도 고갈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여성이 관계를 리드하며 더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면 여기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둘째, 섹스 이전의 일상은 어떤가. 평소에도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숙면하지 못하는 편이라면 관계 후 긴장이 풀어지면서 잠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건 기본적인 문제다. 호르몬의 영향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섹스 중에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몸의 긴장을 푼다. 여기에 오르가슴을 느낀 후에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촉진한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중 하나다. 긴장을 풀어주고 수면 유도 호르몬의 생성까지 도와주니 섹스 후에 잠이 쏟아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잠’이 아니라 ‘소통’이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문제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 보자. 연인과의 섹스 스타일이 과격했다면 조금 더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섹스하면서 연인이 소극적인 편이었다면 그가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이끌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섹스 스타일에는 문제가 없고 평소에도 피곤함에 시달려 왔다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채소를 섭취하고 패스트푸드를 줄이는 등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질문자가 찾는 해결책은 이런 게 아닐 것이다. 질문자가 정말 난감했던 것은 쏟아지는 잠보다 ‘걱정하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는 남자친구’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소통해야 한다. 먼저 질문자는 자신이 섹스 후 피로감에 시달리는 이유를 파악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연스러운 상황이 찾아왔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관계 후에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타입’이라고 말하자. 그리고 연인이 여태 가졌을 감정, 걱정이나 서운함을 들어주자.

여기까지만 해도 연인은 당신을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나면 둘이 함께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 여기서 대안이란 질문자가 관계 후 잠이 들지 않기 위해 시끄러운 음악을 틀거나 껌을 씹는 것 같은 노력을 하라는 게 아니다. 대신에 관계가 끝난 후 서로를 안고서 눈을 붙이는 것처럼, 두 사람만의 패턴을 만들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대화해 보라’는 답만큼 뻔한 게 없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가장 빠른 해결책이기도 하다. 본인의 상태도, 상대의 감정도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고, 이해해 줄 수도 없다. 연인 간의 케미스트리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서로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평소에도 성생활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일이 자연스럽도록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소영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이자 심리상담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어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30~40대조차 남녀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며 어른에게도 ‘섹스 수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명동에 위치한 질좋은관계연구소에서 부부관계 상담과 교육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유튜브 ‘박소영SHOW’와 커뮤니티에서 성심리에 대해 상담하며 강의하고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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