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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낳는 느낌은 안녕 : 생리컵

2022-03-01

생리컵이 뭐예요?

의료용 등급의 실리콘이나 천연고무 재질로 만든 작은 컵으로 질 내로 넣어 생리혈을 받아내는 생리용품이다. 현재 폴딩 방법(접어서 질 내에 넣는 법)만 아홉 가지가 될 만큼 많은 여성들이 이미 많은 연구와 시도 끝에 자리 잡은 대안 생리용품이다. 질 안에 들어가 진공 상태를 이루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피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탐폰과 마찬가지로 제대로만 넣으면 눈에 띄지도 착용했다는 느낌도 들지 않게 된다. 특히 자궁 경부에서 나오는 혈을 바로 받아내기 때문에 갑자기 울컥 쏟아져 나오는 ‘굴 낳는 느낌’을 느끼기 아주 어렵다. 반면 실리콘의 경도 때문에 방광에 압박감을 느낀다든가 질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다 보니 복부가 빵빵해지는 증상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다. 사람마다 질의 길이, 모양, 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내게 딱 맞는 ‘골든컵’을 찾기까지는 몇 번의 우여곡절이 필요하다.

어떻게 사용하나요?

골든컵을 찾는 여정만큼 나에게 맞는 폴딩 방법을 찾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폴딩 방법은 다양한데, 구글에만 검색해도 무려 9가지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C자형 접기, 7자형 접기, 안쪽으로 눌러 접는 펀치 다운 접기, 양 모서리를 접는 다이아몬드 접기 등이 있으나 대세는 펀치 다운 접기다. 입구가 좁아 쉽게 질 내로 넣을 수 있으며 손가락에도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생리컵은 최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교체주기는 6~8시간이다. 무엇보다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생리컵을 자주 비워 내는 게 좋다. 한 번에 비워야 하는 생리 혈의 양도 줄어들 테니까. 생리컵을 뺄 때는 자칫하다가 손이나 옷 소매가 붉게 물들 수 있으니 외부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 전에 손톱 정리는 필수.

어떻게 고르나요?

의료용 등급의 실리콘이나 천연 고무재질로 만든 생리컵이 있지만, 주로 의료용 등급의 실리콘으로 만든 생리컵이 많다. 기본적으로 컵의 형태지만 모양마다 차이가 있다. 동그랗고 낮은 볼 타입은 많은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으며, V 형태는 적은 양을 담는 대신 착용이 수월한 편. 볼 타입보다 길이가 길고 동그란 벨(U자)타입은 앞 두 가지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 경도도 천차만별인데, 초보자는 넣기 쉬운 말랑한 타입을 권한다. 다만 경도가 약한 제품은 질 내에서 쉽게 펴지지 않아 자칫 생리혈이 샐 위험이 있다. 생리양과 질 길이,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가늠해 골라야 만족도가 높다. 한 번의 시도로 골든컵을 찾기는 어려우니 초기 정착비용이 들어가는 것쯤은 각오해야한다.

어떤 제품이 있나요?

이브컵 by 이브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가 만든 생리컵은 역삼각형의 질 내부를 닮은 V형으로 Mini, Small, Larger 사이즈가 있다. 100% 의료용 실리콘으로 국내 식약처와 미국 FDA에 제품 등록을 마쳤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생리컵 중에서도 말랑한 경도의 제품으로 삽입 시 부담이 적은 편. 증정하는 이브젤을 생리컵 입구에 조금 발라 삽입하면 넣는데 보다 수월하다고 한다.

한나컵 by 한나

한나컵은 너무 딱딱하지도 말랑하지도 않은 적당한 경도의 생리컵으로 평가된다. 컵은 U와 V의 중간 형태로 XS, S, M 사이즈 3가지. 가장 작은 사이즈가 16ml의 생리혈을 받아내는 용량으로 다 소 아담한 편이고 가장 큰 M 사이즈가 30ml의 생리혈을 받아낸다. 하단에 돌기가 있어 생리컵 초보도 질 내에서 잡고 돌리거나 꺼내는 데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한나컵 역시 의료용 등급의 실리콘을 사용했다.

모어컵 by 스탠다드파크

모어컵은 미국 킥스타터에서 1억2천만 원의 펀딩을 성공적으로 종료한 이후 국내에서도 연이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본격적인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신생 브랜드다. 중간 경도의 벨과 볼 타입의 중간 형태로 내 몸에 맞게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맞춤 생리컵’이라는 점이 특징. 패키지에 포함된 커팅 칼로 상단의 사이즈링과 하단에 돌기를 잘라 ‘나만의 골든컵’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또한 모어컵은 100%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되어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할 수 있는데, 생리컵을 보관하는 케이스도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한꺼번에 소독할 수 있다. 함께 들어있는 브러쉬로 에어홀까지 꼼꼼하게 닦아낼 수 있는 점도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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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 4년차 사용자의 리얼 후기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테요”

나이 27세
사용 기간 4년 4개월
사용 제품 슈퍼 제니, 슈퍼 제니 틸 S
장점 대용량과 말랑한 강도
단점 착색 주의

국내에 생리컵이라는 개념이 막 알려지기 시작하고, 유통이 활발해지기 전 구매를 한 나로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생리컵 골라주는 간단한 플래시 퀴즈(Put A Cup In It)’와 외국 사이트 후기를 보며 골든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골든컵을 찾기 위해서는 본인의 몸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무엇보다 많은 생리양과 예민한 방광이 고민이었다. 나의 생리양을 감당하기 위해 용량은 보통보다 커야 했으며, 동시에 실리콘의 강도는 약해야 했다. 이미 슈퍼 제니의 생리컵은 타 브랜드에 비해 용량이 크고, 재질이 말랑하기로 유명했던 터. 하지만 말랑한 실리콘은 질 안에서 쉽게 펴지지 않아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고민 끝에 중간 경도에 해당하는 틸 모델을 선택했고, 방광에 전혀 압박이 없었다. S 사이즈였지만, 타사의 L보다 용량이 커서 12시간을 채워도 무리가 없는 날이 많았다. 길게 외출하는 날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만의 골든컵을 찾은 것. 다양한 접기 방법을 시도하고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 알아보는 것, 모아진 혈을 직접 보며 나의 생리 패턴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결 편해진 생리 기간동안 제약 없이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셀프케어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단점은 있는데, 착색만 신경 쓴다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이제는 생리컵이 없이 살았던 삶은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는 생리컵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테요!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참고
    <여자 사전>(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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