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내 파트너, 혹시 변태일까요?

2022-03-29

어디서는 ‘이상 성욕’이라고 부르는데, 성욕에 이상한 것이 있을까? 성욕이 성욕이지.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걱정과 은근한 바람을 이해한다. ‘내 파트너는 왜 평범하지 않을까? 정말 변태일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어디까지나 취향이다. 취향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하게 파트너에게 욕을 했을 때 ‘좋은 기분’이 드는 거다. 실제로 파트너와 섹스 중에 욕이 나왔고 본인도 모르게 흥분됐던 경험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침대 위에서 거칠고 상스러운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상담을 해주는 나만 해도 그런 편이다. 잠자리에서 상대가 욕을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아진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수갑 같은 걸로 옴짝달싹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이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답이 없다. 이별만이 답이다. 우리에게 가장 쉬운 선택지는 언제나 이별이었다. 헤어질 생각이 1도 없다면 나와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 편이 속 편하다. 의외로 많은 커플의 고민이다. 운전할 때조차 욕 한번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침대에서 돌변한다고 말이다. 상대의 성적 취향을 파악하기 전까지 속단하지 말자.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해서 성적으로 트라우마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무작정 변태로 만들지 말자는 얘기다.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 ‘BDSM’. ‘SM 플레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 수 있다. SM 역시도 BDSM 중 일부다. 지배하거나 혹은 복종하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혹은 고통을 당하면서 성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성향 말이다. 일종의 성적 쾌감인데, 욕도 이 플레이에 포함된다. 어느 쪽이 됐든 서로 즐겁고 성적으로 흥분이 잘 된다면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 하나라도 수치심을 느끼거나 거부감이 든다?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놀이에는 규칙이 있지

동네 숨바꼭질에도 규칙이 있다. 하물며 고도의 친밀감이 요구되는 침대에서 규칙이 없다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BDSM에 관심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규칙을 정해야 한다. 남이 정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정한 것이어야 한다.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이야기해 보는 거다. 이 때만큼은 솔직함이 필수다. 괜찮은 척, 쿨한 척하다가는 마음에 미움만 쌓이게 된다. 상대 요구에 맞추기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건강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대가 상스럽거나 거친 욕을 해야만 흥분이 된다면 특히 어떤 욕이나 단어에 반응하는지 이야기 나눠봐야 한다. 수위 조절이 관건인데 어떤 것은 가능하고 또 어떤 것은 불가능한 지 이 단계에서 가려내야 한다. ‘씨X’ ‘보x’ 같은 단어도 괜찮다면 OK, 불편하고 수치스럽다면 수위를 낮추는 것이다. ‘야 이 공주님아’라고 거칠게 말할 수도 있지 않나. 달달한 애칭이 있듯 둘 사이의 상스러운 단어를 찾으라는 말이다. 상대가 말하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면 뭐든 상스럽고 야한 말이다.

물론 플레이를 하다 보면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자. 둘 사이에 규칙이 있다 해도 말이다. 과하게 몰입하다 보면 흥분할 수도 있고 자칫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숨바꼭질을 하다가 기분이 상할 수 있는 것처럼 똑같다. 플레이를 하다가 상대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거나 당장 멈추고 싶을 때 쓰는 세이프워드(Safeword)를 정해두는 것도 좋다. 실제로 ‘안돼’, ‘싫어’와 같은 단어조차 BDSM 영역에서 플레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흥분 포인트

서두르지 말자. 시작하기에 알맞은 때나 방법이 따로 있지 않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먼저다. 어떤 것이 당신에게 흥미로운지, 또 파트너는 어떤 걸 원하고 있는지 나열해 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욕만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욕을 하면서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고 싶은 건지, 손까지 묶고 싶은 건지. 서로 원하는 사항은 디테일하게 나눌수록 좋다.

‘둘만의 섹스 시나리오’를 짜보는 것도 방법이다. 관계에 지루함을 느끼는 커플에게도 종종 쓰는 방법인데, 상상 속에서 원하는 만큼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원하는 만큼 이상해질 수도 있다. 이건 괜찮고 저거는 안 괜찮은 지점을 발견하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나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결국 SM 플레이도 육체적 보상이 아닌 심리적 보상을 얻는 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박소영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이자 심리상담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어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30~40대조차 남녀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며 어른에게도 ‘섹스 수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명동에 위치한 질좋은관계연구소에서 부부관계 상담과 교육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유튜브 ‘박소영SHOW’와 커뮤니티에서 성심리에 대해 상담하며 강의하고 있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박소영(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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