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누구나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feat.당뇨병전단계)

2023-06-13

젊은 당뇨인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30 당뇨병 환자의 수는 15만 명을 넘겼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4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전단계에 해당하는 30대 이상 인구만 1497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당뇨병,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뇨병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난 연말 메일로 도착한 건강검진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리란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리던 중 빨간색 숫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당뇨병 항목 중 공복혈당수치가 110mg/dL이라고 써 있었다. 정상적인 공복혈당수치 범위는 100mg/dL 미만이다. 그 이상부터 125mg/dL까지는 당뇨병 전조 증상 중 하나인 공복혈당장애에 해당한다. 내가 당뇨병으로 향하는 문턱에 서 있다고? 삐용삐용.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렸다.

 

당뇨병의 정의

당뇨병(Diabetes)은 대사질환의 일종으로,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혈중 포도당의 농도(혈당)가 높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넘친 포도당(糖)은 소변(尿)으로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당뇨‘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혈당이 높은 것이 왜 문제인가.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는 거의 모든 식사마다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실제로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변하는데, 이 포도당이 우리 몸의 기본 에너지원이다. 이때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다 하려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인슐린이 충분히 나오지 않거나 잘 작용하지 못하면 사용되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 남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혈액에 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이 쌓인 상태, 즉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막망병증, 신기능장애, 신경병증,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의 유형과 원인

당뇨병은 원인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제1형 당뇨병과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약 98%를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

소아당뇨병,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도 불린다. 췌장에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파괴돼 아예 인슐린 생성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다. 따라서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주사를 통해 직접 투여해야만 한다.

제2형 당뇨병

췌장의 인슐린 생성 기능은 남아 있지만, 우리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당뇨 인구 중 대부분이 제2형 당뇨병에 해당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족력 : 가장 잘 알려진 원인 중 하나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자녀의 당뇨 발병률은 30%, 부모 중 한쪽이 당뇨병인 자녀의 발병률은 15%다. 물론 가족력이 단독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다음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발병 위험률이 높아진다.

비만 :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한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는 유리지방산의 혈중 농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상체중 혹은 저체중이더라도 내장에 지방이 많이 쌓여 내장지방형 비만인 상태라면 역시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므로 당뇨 발병의 위험성이 높다.

식습관 : 탄수화물, 지방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도 문제다. 인슐린이 작용하는 세포에 지방이 쌓이면 염증이 유발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 한 끼에 과다한 식사량을 섭취하는 것 등이 당뇨병을 일으키는 식습관이다.

생활습관 : 운동 부족, 불규칙한 수면 패턴, 극심한 스트레스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은 우리 몸의 면역력과 저항력을 떨어뜨려 당뇨병에 쉽게 노출되게끔 한다.

이 외 : 인슐린, 글루카곤, 갑상선, 부신호르몬 등 호르몬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췌장염, 간염, 담낭염 등의 감염증이 생긴 경우, 신경통, 류머티스성 질환, 천식, 알레르기성 질환에 사용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등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의 진단과 단계

당뇨병으로 진단받기까지 단계가 있다. 당뇨병전단계(전당뇨)는 언제든 당뇨병으로 이환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혈당 관리에 힘써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공복혈당장애 : 공복혈당은 8시간 금식 후 측정한 혈당 수치를 말한다. 우리 몸은 자체 조절 기능으로 혈당 수준의 균형을 맞춘다. 혈당이 일정 기준 이상 올라가면 인슐린 작을 통해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변환해 간에 저장해두었다가 혈당이 떨어질 때 다시 포도당을 생성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포도당을 과도하게 생성하면 공복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즉 공복혈당장애는 간의 포도당 대사 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내당능장애 : 식후 혈당은 식사 시작 2시간 후 재는 혈당 수치다. 다만 이때 개인의 식사량이나 음식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식후 혈당을 측정할 때에는 포도당을 75g 부하하고 2시간 후 재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정상인의 경우 식후혈당 수치는 대게 140mg/dL 미만인데 이보다 높은 경우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거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최신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당뇨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이환되는 연령이 빠를수록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전단계에서 60세 이전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3배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이는 당뇨병전단계에서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의 일이다. 당뇨병전단계는 주황색 경고등과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빨간불로 바뀌어 버리지만, 철저히 관리하면 얼마든지 초록불로 바뀔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당뇨병전단계에서는 생활습관, 식습관 등의 교정만으로도 혈당 수치를 정상 범위로 회복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대한당뇨병학회
  • 디자인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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