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섹스토이에도 통한다. 섹스토이 역시 아는 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어쩐지 모양도 색깔도 비슷해 보이는 섹스토이들 가운데서 문자 그대로 질의 삶을 함께할 반려기구를 한번에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섹스토이를 더 쉽게 고르는 가이드. 입맛대로 골라 Ma Toy!
애널(anal, 항문) 오르가슴이라는 미지의 영역. 전립선을 가진 사람은 애널을 통해 P-스폿(Prostate-Spot)을 자극한다지만, 클리토리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떨까. 배출의 용도로만 써 온 신체 부위에 삽입한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있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생경한 감각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도 있을 터. 하지만 분명한 건 애널 플레이로 클리토리스 자극이나 질 내 삽입으로 인한 G-스폿 자극과는 전혀 다른, 좀 더 묵직하고 강력한 쾌감을 경험한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애널 플레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설계한 애널 전용 기구를 활용해 미지의 개척지를 탐험해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입문자를 위한 애널 토이부터 이제는 애널이 아니면 안 되게 되어버린 마니아를 위한 토이까지, 입맛대로 고르는 섹스 토이 가이드 두 번째 시간에는 당신을 신세계로 인도할 애널 토이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소개한다.
어떤 디자인을 고를까?
많고 많은 애널 토이 중 먼저 고려해야 할 건 디자인이다. 애널 토이를 비롯해 모든 섹스토이의 휘황찬란한 디자인들은 단순히 ‘보기 좋은 떡’이 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디자인마다 자극이 되는 부위도, 감각도 다르다. 애널 토이 역시 마찬가지다. 애널 토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버트 플러그(Butt Plug)
뾰족하게 솟은 상단에서 둥근 곡선이 이어지다가 하단부로 갈수록 다시 좁아지는 테이퍼 형태(tapered)를 버트 플러그라고 칭한다. 애널 플레이가 처음이라면 항문이 문을 열기가 쉽지 않을 터. 이때 좁은 구멍을 파고들다 천천히 속을 확장하기 적합한 디자인이라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디자인이다. 무엇보다 애널 토이를 고를 때 신경 써야 할 점은 삽입한 기구를 언제든 쉽게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버트 플러그는 삽입부 하단에 넓고 평평한 베이스가 받치고 있다. 이 베이스가 엉덩이를 안정적으로 받칠 때까지 삽입한다면 버트 플러그를 넣은 채로 자극을 즐기며 일상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널 비즈(Anal Biz)
우리나라에서는 항문 구슬이라고 번역되는 토이다. 문자 그대로 구슬이 끈에 이어진 디자인으로, 이 구슬을 항문에 삽입해 자극하는 용도다. 애널 비즈는 대개 끝에 고리가 달려 있어 이 부분을 잡고 삽입하거나 빼내며 플레이할 수 있다. 일종의 피스톤 플레이가 가능한 셈인데 애널 비즈가 움직이며 올록볼록한 구슬들이 내벽을 압박하고, 내벽은 본능적으로 이를 조여내는 사이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애널 비즈의 구슬 개수나 크기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애널 딜도(Anal dildo)
섹스토이의 기본, 그중에서도 기본인 딜도 역시 애널 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다. 딜도는 그 안에서도 페니스의 외관과 감각을 섬세하게 구현한 디자인부터 돌기가 달린 디자인, 깔끔하고 매끄러운 기본 디자인까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취향껏 고르면 된다. 다만 클리토리스 소유자의 경우, 딜도 하나로 애널과 질 내 삽입을 번갈아 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질 내부는 조금만 오염돼도 산성도의 균형이 깨지거나 외부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애널 플레이 전 항문을 아무리 깨끗이 씻어냈다고 해도 애널용 딜도를 질에 다시 활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애널 바이브레이터와 전립선 마사지기의 차이는?
앞서 소개한 디자인의 애널 토이들에 진동 기능이 포함되면 그것이 바로 애널 바이브레이터다. 그런데 애널 바이브레이터를 검색하면 ‘전립선 마사지기’라는 또 다른 키워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애널 바이브레이터와 전립선 마사지기는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전립선 마사지기는 클리토리스 소유자도 사용할 수 있을까?
일반 애널 바이브레이터는 언급한 대로 기본 디자인에 진동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진동 기능이 없는 애널 토이는 손으로 잡고 넣고 빼거나 착용한 채로 스스로 움직이며 근육이 조였다 풀어지는 감각에서 쾌감을 느낀다. 반면 여기에 진동 기능이 더해지면 굳이 제품에 손을 대지 않고도 토이 자체가 흔들리는 힘으로 좀 더 강한 쾌감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에 따라 삽입부가 내부에 근육을 꾹꾹 눌러주듯 움직이며 핑거링을 받는 것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전립선 마사지기는 다양한 애널 바이브레이터 중에서도 이름처럼 전립선 자극에 초점을 맞춘 바이브레이터다. 전립선 마사지기는 삽입부의 곡선이 일반 애널 토이보다 굴곡진데 이는 전립선을 가진 신체에 맞게 설계된 것이다. 단순히 토이가 애널을 통과해 이어지는 내벽을 자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끝에 전립선이라는 오르가슴 포인트를 정확히 자극해 쾌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에게는 어떨까? 신체 성별이 여성인 사람의 몸에는 의학적으로 남성과 같은 전립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애널에 전립선 마사지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전립선 소유자와 같은 오르가슴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여성에게서 남성의 전립선과 같은 오르가슴 포인트를 찾자면 질 벽에 위치하는 G-스폿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애널용으로 설계된 토이를 질 내 삽입에 활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 바다. 대신 헤테로 여성이라면 파트너의 애널에 전립선 마사지기를 삽입하고 상대가 쾌락에 젖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데서 시각적 쾌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격 조종 기능을 포함하는 전립선 마사지기를 섹스에 활용한다면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는 경험과 함께 신체적 자극과는 별개의 묘한 희열을 경험할 수 있을 것.
나에게 맞는 사이즈는?
어떤 디자인, 어떤 기능을 가진 애널 토이를 고를지 결정했다면 이제는 사이즈를 결정할 차례다. 애널이든 클리토리스든, 삽입 자위 입문자라면 사이즈는 작은 것에서부터 서서히 늘려가기를 추천한다. 한 번도 애널을 삽입의 용도로 사용해 본 적 없다면 더더욱. 의학계에 따르면 인간의 항문은 평균적으로 최대 4cm까지 늘어나며, 내부 직장의 평균 둘레는 여성이 4.9cm, 남성이 4.4cm다. 따라서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즐기는 단계가 아니라면 입문자는 평균 신체 사이즈를 고려해 애널 토이 삽입부의 직경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평균 신체 사이즈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우리 몸의 모든 부위가 그렇듯 애널 사이즈도, 애널이 늘어날 수 있는 최대의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작은 사이즈에서부터 시작해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애널이 긴장을 풀고 이완할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가지고, 애널 플레이만의 쾌감에 눈 떴다면 그 이후로 삽입부의 직경을 점차 늘려가며 자기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알아가기를 추천한다.
Let Her’s Pick
애널 플레이 입문자를 위한 구성, 콘 세트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인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모드(Maude)가 애널 플레이 입문자를 위해 선보인 버트 플러그 세트다. 총 2가지 사이즈의 제품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사이즈의 버트 플러그는 진동 기능이 없는 일반 토이로, 삽입부의 최대 직경이 약 2.5cm다. 또한 삽입 가능한 최대 길이는 8.9cm로, 입문자의 첫 버트 플러그로 제격이다. 작은 녀석으로 애널 플레이에 익숙해졌다면 두 번째 녀석을 사용해 보자. 디자인은 같지만, 사이즈는 커지고 진동 기능도 추가되었다. 사이즈는 직경 3.8cm, 삽입 가능 길이 12cm로 좀 더 깊고 넓은 삽입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진동 강도는 총 3단계로, 방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색상은 차콜, 그린 중 고를 수 있으며 가격은 72달러다.
클리부터 애널까지 4가지 헤드가 한 세트, 잘로 베스 2
애널 플레이의 맛은 궁금한데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는 클리토리스 소유자들에게 추천하는 세트. 잘로의 베스 2다. 본체 하나에 총 4가지의 헤드(어테치먼트)를 교체해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중 애널용으로 설계된 비즈 모양의 헤드로 애널 플레이를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잘로 베스 2의 장점은 만에 하나 애널 플레이에 큰 흥미를 못 느끼더라도 클리토리스 및 질 내 삽입 용도의 헤드가 3가지나 더 있다는 것. 게다가 제품 하단부 역시 질 내 삽입 자위에 활용할 수 있으며, 온열 기능이 추가되었다. 애널 플레이를 ‘찍먹’ 해보고 싶은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제품으로, 정가 기준 199,000원이다.
스마트 애널 바이브레이터의 근본, 디토
원격 조종 기능으로 근거리, 장거리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애널 바이브레이터. 위바이브의 디토다. 버트 플러그 디자인을 기반으로, 애널 삽입 시 내벽을 뭉근하게 눌러주는 곡선 디자인의 헤드로 남다른 자극을 선사한다. 특히 위바이브 고유의 깊고 여운 있는 럼블 바이브레이션으로 차원이 다른 애널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10가지의 서로 다른 진동 패턴으로 지루할 틈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최대 강점. 전용 애플리케이션 위바이브 앱(We-Vibe App)을 연동하면 파트너와도 즐길 수 있고, 함께 구성된 리모컨과 연결하면 혼자서도 디토를 착용한 채로 진동 강도와 패턴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삽입 헤드의 최대 직경은 약 3.2cm로 입문자에게도 적합하다. 엉덩이를 받치는 베이스로 부드럽게 감싸안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정가 기준 18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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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 디자인으로 애널에 쏙, 엘바 네오
스바콤의 에그 바이브레이터 엘라 네오. 눈에 띄는 컬러감과 금색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삽입할 수 있는 에그의 직경은 3.3cm로, 입문자가 애널 플레이를 시작하기에 무난하다. 삽입 후 꼬리를 잡고 넣었다 빼며 피스톤 자극을 느낄 수 있다. 꼬리 끝 동그란 부분에 전원 및 컨트롤 버튼이 있어 쉽게 켜고 끄고, 또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엘라 네오의 진동 강도는 총 11단계로, 강도를 서서히 올리며 나에게 맞는 자극을 찾기에 적합하다. 앱 연동이 가능하며, 정가 기준 140,000원.
전립선과 회음부를 동시에 듀얼 바이브레이터, 벡터+
마지막 추천 제품은 전립선 소유자들을 위한 끝판왕. 위바이브의 벡터+다. 삽입 헤드의 선단이 전립선을 자극하고, 하단 베이스의 볼록 솟은 부분이 회음부를 은근히 자극하도록 설계된 듀얼 바이브레이터다. 무엇보다 베이스와 연결된 삽입 헤드의 하단 부분에 힌지가 포함되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벡터+가 사람마다 다른 위치의 전립선을 보다 정확히 자극할 수 있는 비결이다. 또한 회음부의 여린 피부에까지 전달되는 여운 짙은 진동으로 오르가슴을 두 배로, 오래 만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벡터+ 역시 위바이브 앱과 연동 가능하며, 리모컨도 포함되어 있다. 앱이나 리모컨을 활용해 총 10가지 진동 패턴과 강도를 조절해 나만의 애널 플레저를 탐험하기에 제격이다. 근거리, 장거리 플레이 기능으로 파트너와의 섹스에 색다른 이벤트로 추가할 수도 있다. 가격은 정가 기준 199,000원.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Vice, <How Much Can I Fit Up My Ass?>, Feb 3, 2017 (www.vice.com)
- 사진Unsplash, Maude, Zalo, WeVibe, Svakom
- 디자인손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