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Say

대체 얼마큼 마셔야 적당한 걸까?

2021-12-07

한국인 음주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세종충남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의 이사미 교수가 답했다.

한국인 음주가이드라인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음주의 장단점을 연구한 다양한 논문들을 종합해서 만든 가이드라인이에요. 1주 당 음주량과 1회 최대 음주량까지 얼마나 마셔야 적정한지 기준을 담았어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술 1잔의 개념을 미국국립보건원의 개념을 따랐어요. 그런데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체구도 작고 알코올분해효소도 적게 분비되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죠. 현재 한국인 음주가이드라인은 건강보험공단의 국민건강검진 평가에 반영돼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몇 잔 마시는게 좋을까요?

남성은 주당 8잔 이하, 1회 3잔 이하이고, 여성은 주당 4잔 이하, 1회 2잔 이하로 마시는 걸 권고하고 있습니다.

술마다 적정 양이 다르지 않나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1잔은 표준 1잔이라고 해요. 술마다 함유된 알코올 양이 다른데, 맥주, 막걸리, 와인, 위스키 등 일반적으로 술과 어울리는 잔에 술을 따르면 알코올 양은 대략 8~10g으로 비슷해요. 그래서 이 한 잔 술을 표준 1잔이라고 정했어요. 평소 생맥주를 즐긴다면 500cc잔으로 하루에 2잔을 넘기지 않으면 적정 음주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소주는 예외예요. 소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주잔 1잔이 표준 1잔이 아니라 1/4병이 표준 1잔이에요. 소주 1병은 표준잔으로 4잔이 되는 셈이죠.

남성보다 여성의 적정 음주량을 적게 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성보다 여성은 신체 조건 상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고 적은 양을 마셔도 질병의 위험이 올라가요. 무엇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차이가 커요. 에스트로겐은 배란기에 증가했다가 감소한 후 생리 시작 약 일주일 전에 다시 왕성해져요. 에스트로겐은 주로 간에서 분해되는데, 에스트로겐 분비가 왕성할 때는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어요. 생리 시작 전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고 느끼는 것도 실제로 알코올 분해가 잘 안되기 때문이에요.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생리 시작 전이나 생리 기간에 더 빨리 취하는 이유가 또 있어요. 바로 뇌의 보상 작용이에요. 미국의 한 연구의 따르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높아지는 시기에 술을 마시면 쾌감이나 즐거움 등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자극된다는 결과가 있어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어 술을 자꾸 더 마시고 싶은 거죠. 중요한 건 여성은 이 시기에 알코올의존증에 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최근 혼술홈술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는데, 혼술홈술도 알코올의존증을 가져올 수 있어요.

혼술홈술이 알코올의존증을 가져온다고요?

주변의 의식이나 제어 없이 마시는 혼술홈술이 과음이나 폭음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통계를 보면 남성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여전히 많긴 하지만 여성은 더 적은 양으로 더 짧은 기간에 빠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해요.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잘 발견되지 않아 치료도 어렵거든요. 미혼 여성은 업무나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기혼 여성은 집안 문제, 가사 및 양육 스트레스로 혼술홈술을 하며 알코올의존증에 노출돼요. 혼자 집에서 술을 즐기는 분들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이드라인의 음주량이 적다고 느낄 것 같아요

적정 음주량을 초과하면 과음한다고 해요. 과음은 다양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때 쓰는 개념으로, 성인 여성이 일주일에 표준 4잔 이상, 그러니까 소주 한 병 이상 마시면 고혈압, 대장암, 대사증후군 같은 질환의 위험이 올라가요. 한국인 음주가이드라인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주 양을 기준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참고로 폭음은 과음과 개념이 달라요. 한 번 마실 때 표준 2잔에 해당되는 소주 반 병을

초과하면 폭음이라고 말하는데, 폭음의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g/dL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준)에 수준의 음주량을 기준으로 설정됐어요. 과음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개념이고, 폭음은 음주 자체와 연관된 사건 사고를 유발하는 개념이에요.

현실적으로 금주하거나 절주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절제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그 지점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제는 술을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인데, 주량이 세다고 생각해서 과음이나 폭음을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오늘은 몇 잔을 마시겠다’ 계획을 세우고 그 양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추천하시는 건강 음주법도 있나요?

첫째는 속도 조절이에요. 같은 양을 마신다고 해도 한번에 마시는 것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눠 마시는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다르거든요. 조금씩 천천히 나눠 마시면 그만큼 몸에 부담이 덜 가요. 두번째로, 제산제 복용은 안돼요. 술을 마시기 전 위장을 보호한다고 제산제를 먹는 사람이 있는데 제산제를 먹으면 위 점막과 알코올의 접촉 기회를 차단하게 되어 오히려 알코올 분해 효소 활동이 떨어져요. 다음은 알코올 흡수를 낮추고 분해를 도와주는 단백질 음식과 과일 안주를 먹는 거예요. 마지막 추천 팁은 술자리에서 지인들과 즐겁게 수다를 떠는 겁니다. 알코올은 호흡으로도 배출되니 도움이 될 거예요.

이사미

세종충남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세종충남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음주, 비만, 만성질환 등 한국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건강 가이드를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폐경 여성을 위한 연구로 여성 건강 증진에도 힘쓰는 중이다.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사진
    언스플래쉬
  • 자문
    이사미(세종충남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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