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청결제보다는 미온수가 낫다는데?” “질 유산균과 일반 유산균은 뭐가 다른가요?” “팬티라이너가 질염 발병률을 높인다는데 사실인가요?” 우리의 몸은 저마다 다르고 컨디션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에도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더욱 관련 지식을 제대로 알고 케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생식기를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짚어봤다. 사소하지만 작은 변화가 V존의 건강을 좌우한다.
정상적인 여성의 외음부는 깨끗하고 미지근한 물로 하루에 한 번, 가볍게 씻어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서 ‘물’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일반 비누나 보디 워시는 알칼리성이라 오히려 질 내 산성도(pH 4.5)를 깨트리기 때문이에요. 이 균형이 깨지면 세균이 침입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약간의 가려움, 질 분비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천연 성분 중심의 여성 청결제를 권장해요.
대부분의 여성 청결제가 약산성이에요. 제품에 따라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함유하거나, 자연에서 유래한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기도 하죠.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결국 세정력과 관련이 있어요. 세정력이 너무 강하면 유해 세균뿐 아니라 유익균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청결과 냄새 관리가 목적이라면 주 1~2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임신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최근에는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순한 성분의 제품이 나오지만,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외음부가 잘 붓고 상처 나기 쉽거든요. 과도하게 사용하면 세균 감염으로 인해 조산의 위험성도 있고요. 자궁경부에 자극을 줄 가능성도 커요. 특히 분만 직전 외음부 주위에는 사용하지 마세요.
여성 청결제는 외음부를, 질 세정제는 외음부와 질 내부를 모두 세정하는 것으로 간단하게는 질 내부에 삽입하느냐 안 하느냐로 구분할 수 있어요. 더 나아가 여성 청결제는 화장품으로 의학적 효능이 거의 없는 반면, 질 세정제는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이에요. 그래서 살균력이 뛰어난 질 세정제는 전문가의 처방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잘못된 질 세정은 생식계 중증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학계 보고가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해요.
건강한 여성의 질에서는 하루 평균 1tsp 정도의 질 분비물이 나와요. 이 정도 분비물은 질염 때문이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보다 외음부가 간지럽거나 조금 불편하면 여성 청결제를 사용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까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트러블이 아닌 질염의 경우 반드시 병원 진료를 권합니다. 질염은 원인균을 찾아 제거해야 하는데 병원의 진료와 약 처방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원인균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거나 질염으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면 여러 유해균이 질 내부는 물론 자궁까지 침투하기도 합니다. 이런 유해균이 골반에 영향을 주면 골반염, 요도를 타고 들어가면 방광염을 유발하기도 해요. 자궁 외 임신이나 골반 유착이 생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질염이나 방광염이 자주 재발하는 분들은 꾸준히 먹는 것이 좋아요. 질염과 방광염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원인균은 물론 유익균도 모두 죽이거든요. 유산균을 선택할 때는 여성 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균주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균주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R-1’과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RC-14’ 두 가지예요. 물론 균주의 양도 많은 것이 좋지만, 일반적인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라면 굳이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요.
음모 제모는 시술 과정에서 외음부에 자극을 주어 염증을 쉽게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음모는 외음부의 1차 방어막이에요. 땀의 증발을 돕기도 하고 관계 시 마찰이나 자극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모든 음모는 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성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제모를 하고자 한다면 먼저 위생적으로 시술하고 또 도구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아요.
매일 사용할 경우, V존이 습해져 질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요. 또 팬티라이너는 외음부를 자극하죠. 질 분비물 때문에 팬티라이너를 사용해야 한다면 통기성이 좋은 면 커버인지 확인하고 화학물질을 최소화한 것으로 고르세요. 물론 자주 교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용변 처리 과정에서 나쁜 세균이 퍼질 위험이 높으므로 가급적 질에서 항문 방향으로 닦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통기성이 좋은 면 소재에 꽉 끼지 않는 속옷이라면 V존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요. 다만 외음부의 피부가 예민해서 속옷이 숙면에 방해된다면 입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드라이어를 사용해 외음부를 말리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아요. 건강한 외음부와 질은 촉촉한 상태가 정상이에요.
끓인 물을 적당히 식힌 후 김을 쐬는 방법은 질 세정과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질은 감염에 취약하므로 자극을 주지 않는 적당한 온도와 청결을 유지하며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우리 몸은 균으로 덮여 있어요.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데, 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생활 습관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해요. 그리고 꽉 끼는 옷은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넉넉한 옷을 입는 것이 좋아요. 특히 딱 붙는 옷을 입을 때는 속옷이 V존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무엇보다 속옷 전체가 면 소재로 된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백수진
호산여성의원 산부인과 원장
호산여성의원 산부인과 원장이자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폐경학회 회원이다. 매일 바쁜 의료 현장에서 환자 한 명 한 명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료한다. 다양한 TV 채널과 유튜브 채널에 적극적으로 출연,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건강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고 있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자문백수진(호산여성의원 산부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