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My Body

방금 그거, 오르가슴이었어?

2021-08-17

어떤 이는 ‘무지개가 뜬다’고 황홀해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강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로 찾아와 ‘절정’이라는 이름으로 결론지어지는 그것, 오르가슴(Orgasm)의 실체.

“밖으로 에너지를 마구 쏟아내는 느낌,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만 남은 상태.” <숏버스>

“오르가슴을 프랑스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 라 프티트 모르트(La Petite Morte). ‘찰나의 죽음’이라는 뜻이지.” <사탄의 인형 4-처키의 신부>

“후룸라이드를 타는 것 같았어. 위로 올라가는 동안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비명을 지르며 내려오게 되지. 홀딱 젖고 표정도 일그러지지만 한 번 더 타고 싶어지는 거야.” <빅 마우스>

위의 표현들처럼 축적된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느끼는 성적 쾌락이 바로 ‘오르가슴(Orgasm)’이다. 그리스어로 ‘젖다’ 또는 ‘부풀다’는 뜻인 오르가즈모스(Orgasmós)가 그 어원으로 이름 그대로 오르가슴은 막연한 ‘느낌(Feeling)’이 아닌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현상이고 증상이다. 크게 뇌와 생식기의 변화로 나눌 수 있는데,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뇌는 순간적으로 80개에 달하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깜깜한 지하실에 눈이 부실 만큼 환한 불이 켜지는 식. 특히 대뇌 안쪽인 변연계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시상하부에서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황홀감 같은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한편 생식기는 평소와 다르게 젖고 부풀게 되는데, 질 아래쪽에서 수축이 시작돼 차츰 위로 퍼지면서 질 전체와 자궁에도 수축 운동이 이뤄진다. 그러다 생식기 주위로 켜켜이 쌓인 신경과 근육의 긴장이 한꺼번에 ‘펑’하고 방출되면서 연속적인 떨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통제하기 어려운 근육의 떨림을 골반과 다리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오르가슴에 이르렀을 때 사람마다 경험하는 몸의 변화는 모두 다르며, 매번 같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르가슴에 이르는 경로도 저마다 다른데, 파트너와의 끈적한 스킨십이나 성관계는 물론 손을 바쁘게 움직이거나 섹스 토이를 이용한 자기 위로, 운동 같은 의도치 않은 외부 자극이나 미지의 누군가를 떠올린 상상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여성의 오르가슴은 주관적이고 복합적이지만, 여기 우리 몸에 나타나는 표준적인 변화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다량으로 분비된다. 두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통증에는 둔감해지고 자제력을 잃으면서 벅찬 황홀감을 느끼게 된다. 파트너와의 친밀감도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이는 다 바소프레신 때문. 도파민은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강렬한 쾌감과 관련이 있다.

심장

오르가슴을 느낄 때, 인간의 심박수와 혈압, 호흡은 최고치를 찍는다. 대략 호흡 60회, 맥박 1분당 180회, 혈압은 220mmHg까지 치솟는다.

살짝 부풀어 오르며 후각 또한 민감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극도로 흥분하면 자율신경계가 보내는 신경 신호에 과부하가 걸려 재채기가 나오기도 한다.

피부

‘성 홍조(Sex Flush)’가 나타난다. 혈류량이 증가한 탓인데 붉게 보이기도 하지만 혈색이 좋아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에 열꽃 같은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반점은 저절로 사라진다.

가슴

옥시토신의 분비로 가슴의 정맥 혈관이 확장되고 부풀어 오른다. 크기도 약간 커지는데, 누워 있을 때 그 차이가 확연하다.

유두

남성의 성기가 발기하는 것처럼 평소보다 커지고 단단해진다.

골반

자궁을 포함해 여러 장기를 받치고 있는 골반기저근도 자극을 받는다.

발가락

가장 눈에 띄는 근육 수축으로, 발가락이 쫙 펴지거나 오므라드는 변화가 나타난다.

클리토리스

맥박이 올라가면서 여성 생식기의 최대 자극점인 클리토리스는 혈류가 몰리면서 한껏 부풀어 오르고 민감해진다. 이때 피부에 싸여 있던 클리토리스가 발기해 외부로 고개를 내민다. 또 성기나 외부 자극으로 연분홍색이던 클리토리스가 붉게 충혈되기도 한다.

질은 항상 촉촉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촉촉해진다. 분비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체내 수분이 질 벽으로 배어 나오는 것인데, 생식기 전체에 피가 쏠리면 더 많은 체액이 질 내로 쏟아져 나온다. 또 리드미컬한 근육 경련이 나타난다. 약 0.8초 간격으로 질 근육이 움찔움찔하는데, 한 번에 3회에서 10회까지 나타난다.

자궁

질과 마찬가지로 수축 운동을 하며, 골반 위쪽 방향으로 자궁 위치가 살짝 올라간다.

항문

생식기와 골반이 수축하면서 괄약근에도 힘이 잔뜩 들어간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사진
    언스플래쉬
  • 참고
    Wikipedia Sexual Response Cycle, Cleveland Clini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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