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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난자 냉동 시술 리얼 후기

2021-12-21

병원에서 안내하는 난자 냉동 시술은 입원할 필요 없고, 30분이면 끝난다는데. 정말 그렇게 간단할까? 자세한 과정을 살펴보고, 실제로 난자 냉동을 진행한 미혼 여성의 리얼 후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안내하는 난자 냉동 과정은 ‘상담 – 생리 2일차 병원 방문 – 과배란 주사 자가 투입 – 난자 동결 시술’ 이렇게 4단계로 진행된다.

상담은

병원에 방문하면 건강 상태, 질병 이력 등을 확인하는 상담을 거친 후 난자 동결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번째 병원 방문은

생리 2일째 되는 날이다. 과배란 유도 과정은 보통 생리 시작 2~3일째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난포 및 자궁 내막 상황을 확인한 후 그에 맞는 과배란 유도 주사를 처방받는다.

집에서 7~10일 동안

복부에 과배란 유도 주사를 직접 투여해야 한다. 사람마다 어떤 주사제를 어떻게 맞을지 조금씩 다르다. 호르몬 주사라 두통, 오심, 구토 등의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2~3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해 난포 사이즈를 확인한다.

난자 채취는

과배란 주사를 절차대로 맞고 이틀 정도 지나 난자 채취를 진행한다. 질 초음파를 보며 채취용 바늘로 난소 속 난자를 흡입해서 꺼낸다. 수면 마취를 하기 때문에 통증이 없고 입원할 필요가 없다. 시술 시간은 20분 내외.

난자 채취 후

복부 팽만감이나 복통이 있을 수 있다. 난소는 해부학적 위치상 방광, 장과 가까워 드물지만 장이나 방광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2차 채취하는 경우는

개개인의 난소 기능 상태에 따라 1회 채취 때 나오는 난자의 개수가 다르다. 1차 시기에 5개 이하로 채취되는 경우 2차 시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보통 1회 시술에 10~15개 정도 냉동한다. 난자 채취 횟수는 정해져 있지 않아 의사와 면담 후 횟수를 조율할 수 있다.

난자 동결 비용

병원에 따라 난자 개수, 보관 기간 등에 따라 다르지만 3년 보관 비용을 포함해 300~400만원대이다. 난자 보관 기간에 대한 법적인 제한은 없다.

 

난자 냉동 시술한 강진아 씨(26세, 미혼)

“시간이 짧아서 시술이지, 수술이나 마찬가지예요.”

* 시술 전 건강 상태 : 자궁내막증, 난소 양쪽에서 8cm, 2cm 혹 발견

1. 결심 이유

미혼은 난자 냉동 시술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 난자 냉동을 해야 할지 2개월 정도 고민했어요. 나중에 진짜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마음이 변했을 때 그때 어떡할 거냐는 지인들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난자 냉동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죠.

2. 병원 선택

자궁내막증이 있어 병원 세 곳에서 상담을 받았어요. 첫 번째 병원은 아직 미혼이니 한쪽 난소만 제거하고 한쪽은 살리자 했죠. 하지만 난소는 조금만 도려내도 임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다른 병원을 더 찾아갔어요. 나중에 찾아간 두 곳은 모두 양쪽 난소를 제거하고 난자 냉동을 권유했어요. 난소 제거는 꼭 해야 하는 상황. 고심 끝에 집에서 좀 거리가 있어도 담당 선생님과 소통이 잘 됐고, 난자 냉동으로 가장 유명한 병원을 선택했어요.

3. 첫 상담

사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생리 이틀째 가야 병원 방문 횟수를 1번 줄일 수 있다는 말에 일부러 생리 날짜에 맞춰 날을 골랐어요. 서울에 있는 난임병원은 대기시간이 길다고 들었는데 제가 선택한 병원은 경기권이라 그런지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죠. 기존 병력 등을 작성하고 피검사,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 후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 본격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 들었어요.

4. 과배란 주사 투여

병원 첫 방문 때 개인별 상태에 맞춰 과배란 주사가 처방되고 집에 직접 놔야 하는데 한 종류의 주사가 아니고 기간에 따라 투여해야 하는 주사가 달라 실수 없이 잘 놓는 게 중요해요. 저는 3개 주사를 직접 배에 놨어요.

자가 주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처음엔 직접 놓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거북했어요. 하지만 바늘이 짧고 얇아서 아프지 않아 금방 적응할 수 있었죠. 주사를 맞는 기간 동안 3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해요. 난포의 성숙도를 체크하는 건데, 잘 영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땐 스트레스가 굉장했죠.

5. 과배란 주사 투여 동안 불편함 및 부작용

과배란 주사는 호르몬제라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미리 들었죠.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속이 거북하고 소화 능력이 떨어져 하루 한 끼를 간신히 먹었는데도 8kg 정도 쪘어요. 입덧이 이런 느낌일까 싶었어요. 3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서 난포를 확인해야 하는 것도 매우 불편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이 시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6. 난자 채취

수술실 들어가기 전 마지막 주사는 언제였는지, 알레르기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동해요. 수면 마취를 하기 때문에 기억은 없지만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눈을 뜨니 회복실. 배가 묵직해 뭔가 하긴 했다는 느낌이 들었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간호사가 걸을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더 있고 싶었지만 왠지 침대를 비워줘야 할 것 같아 일어났어요. 그런데 점점 마취가 깨면서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찾아왔어요. 아프면 괜찮아질 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꼭 누워있어야 해요. 진통제를 놔 달라고 요청해도 되고요. 저는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집에 갈 때까지 고통에 시달렸어요. 작은 방지턱의 진동에도 통증이 상당했죠. 택시보단 내 상태를 알고 좀 더 조심히 운전해 줄 보호자를 동반하는게 좋아요.

7. 시술 이후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만 잤어요. 다음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식사를 챙겼죠. 눈앞이 흔들리고 손도 떨리고, 통증이 가장 심한 상태를 10이라고 한다면 수술 첫날은 8, 그 다음날은 7 정도로 조금씩 나아져요. 난자 채취하고 회사 가도 되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 하루는 무조건 쉬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틀째는 임신한 사람처럼 복수가 차 이온음료를 마셨어요. 인터넷에 미리 이온음료를 준비하라고 할 만큼 흔한 부작용이 복수예요.

시술 3일째부터는 약간 찝찝한 느낌이 있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해요. 생리는 한 달 후 시작돼요. 밑이 빠지는 것 같고 시술 부위가 시린 느낌도 사라지는 데 한 달 정도 걸렸어요.

8. 2차 시술 결정

난소 혹 때문인지 20대임에도 1차 시술 때 5개밖에 동결하지 못했어요. 담당 선생님이 몸을 좀 더 보강한 후 2차 시술을 권했고, 그래서 두 달 후 다시 시도하기로 했죠. 식단도 채식 및 단백질 위주의 건강 식단으로 바꾸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난자 냉동 시술 시 먹으면 좋은 영양제가 많이 나오는데 저 역시 그것들을 챙겨 먹었고요.

2차 역시 자가 주사를 놓는데 1차 때 경험 덕분에 주사 놓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거의 못 자고 우울감이 상당했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때 잠을 제대로 못 잔 게 2차 시술의 실패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9. 2차 시술 통증

얼마나 아플지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괜찮았어요. 시술이 끝난 후 이번에는 진통제를 요청해 맞고 뚜벅뚜벅 걸어 나왔어요. 시술 이후 똑같이 복수가 차고 거북한 느낌이 있었지만, 미리 진통제와 이온 음료 등을 준비해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죠.

10. 비용 및 최종 결과

1차 5개 난자 동결. 시술 비용 280만원. 난자 보관 비용 연 30만원.
2차 3개 난자 동결. 시술 비용 250만원. 난자 보관 비용 연 30만원.

난소의 혹 때문에 2차 때는 1차보다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어요. 원래 4개를 채취했지만 살린 건 3개뿐. 2차 시술 비용이 좀 더 적은 이유는 1차 때 했던 검사를 다시 할 필요가 없어서예요. 어떤 주사를 처방받는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죠.

난자 보관 비용은 개수별로 달라요. 10개 이하 30만원, 20개 이하 35만원, 21개 이상 40만원을 매년 지불합니다. 1, 2차 합해서 동결한 개수가 10개 이하라도 같이 동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매년 60만 원의 보관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11. 시술 후기

처음엔 간단한 시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약 3주에 걸쳐 다양한 감정 기복과 신체 변화를 겪으며 이건 출산 과정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은 거북하고, 소화는 안되고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죠. 게다가 행동도 조심해야 해요. 산책 외에 운동도 안돼요. 난포가 빨리 영글어서 떨어지면 채취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점도 힘들 거예요. 시술 때는 외음부 제모도 당하고, 또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살이 찌는 게 가장 큰 부작용이었어요. 붓는 것처럼 몸이 커지는데 정말 불쾌하더라고요. 이런 많은 불편함에도 최소한의 대비는 해놨다는 생각에 난자 냉동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긴 했어요. 선택은 자유지만 그에 따른 부수적인 부작용은 인지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허윤정

차 여성의학 연구소 서울역 산부인과 전문의

시험관아기 시술, 습관성 유산, 배란장애,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 분야에서 진료하고 있다. 특히, 여성 가임력 보존을 위한 ‘37난자은행’, 난임 이전 맞춤형 생식능력 관리를 위한 ‘가임력 Check-up’에서도 활발하게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디자인
    박솔미
  • 사진
    <마이 에그즈> 캡쳐, 언스플래쉬
  • 도움말
    강진아(snazzy.tistory.com/41)
  • 자문
    허윤정(차 여성의학 연구소 서울역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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