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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언 왁싱 후 섹스, 느낌이 더 좋을까요?

2022-04-12

포털사이트에 브라질리언 왁싱을 검색하면 브라질리언 왁싱이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찬양론자(주로 브라질리언 왁싱업계)와 음모는 우리 몸에 필요한 존재라고 반박하는 반대론자(주로 의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래서, 대체 정답이 무엇이란 말인가. 음모와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음모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털이다?

 

털은 우리 몸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 눈썹과 코털이 각각 눈과 코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걸 막는 것처럼 음모 역시 음부의 피부를 보호함은 물론, 질 내부에 세균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또 관계 시에는 음모가 외부 충격의 완충재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음모의 ‘방어력’이 무성한 음모로 느끼는 답답함이나 찝찝함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음모가 없어도 평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것만으로 질 내부에 세균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성관계 역시 모질이 거칠고 모량이 많은 경우 파트너의 음부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음모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우선은 맞다. 브라질리언 왁싱의 본래 의미는 치부부터 대음순, 소음순, 항문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음모를 모두 제거하는 브라질리언 스타일, 일명 올누드 스타일의 왁스를 이용한 제모법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브라질리언 왁싱’이라고 하면 다양한 음모 제거법을 통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하고 있어 간혹 혼돈을 일으킨다.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브라질리언(올누드) 외에도 속옷 라인이나 원하는 모양에 맞춰 털을 남겨두는 다양한 디자인이 있고, 제모 도구 역시 왁스 외에 레이저, 제모 크림, 면도기, 트위저(족집게)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면 생리할 때 편하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경험한 여성들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특히 평소 모량이 많은 편이었다면 그 효과는 더욱 확연하다. 하지만 음모가 생리혈의 냄새를 배가시킨다거나, 음모에 묻은 생리혈로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부 브라질리언 왁싱 옹호론자의 과장이 섞였다. 다만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고 나면 털에 생리혈이 묻을 일이 없으니 생리대를 갈고 휴지로 닦아내도 사라지지 않던 찝찝함에서 해방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면 성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과 성감의 상관관계는 진리의 ‘사바사’다. 음모가 없는 상태에서 성감이 더 잘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부드러운 맨살이 서로 맞닿았을 때의 감촉이 새롭고 황홀하게 느껴지는 덕분이다. 그러나 별개로 부작용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음모는 성관계 중 생기는 마찰의 완충재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음모가 없으면 서로의 부드러운 피부가 쓸리면서 아플 수 있다. 파트너 중 한 사람만 제모를 한 상태도 문제다. 제모하지 않은 파트너의 털이 상대의 말끔해진 피부를 공격하기 때문. 또한 시간이 지나 털이 새로 자라기 시작하면, 일명 ‘샤프심’ 단계에서 파트너의 피부를 콕콕 쑤실 수도 있다.

한편 의학계는 털이 오히려 성적 민감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음모가 페로몬을 방출하거니와, 모낭에 신경계가 모여 있어서 성관계 시 음모를 만지는 행위가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라질리언 왁싱이 성관계에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성감을 개선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브라질리언 왁싱으로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음모는 일정 부분 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음모를 제거하는 것으로 질염 예방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다만 이미 질염이 걸린 상태라면 세균이 음모에 머무르며 추가로 번식할 수 있어 치료를 위해 제모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다.

음모로 유발되는 질염이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 옹호론자들이 음모를 그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근거로 드는 것이 사면발니(기생충)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의 한 종류인 사면발니는 음모에 기생한다. 이 녀석이 음부를 흡혈하거나 음모에 붙어 알을 낳으면 피부에 염증이 나고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유발된다. 그러나 여기서 선후 관계를 분명히 해두자. 어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도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사면발니 역시 주로 성관계 중 타인에게서 옮는다. 아주 드물게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타인이 사용했던 옷이나 물건에서 전염될 수도 있다.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왁싱숍에서 옮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음모 자체가 질염의 일차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나, 불결한 환경에 노출된 음모는 질염 감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김지연

와이퀸산부인과 대표 원장

서울 청담동 와이퀸산부인과 대표 원장을 맡고 있다. 많은 여성이 궁금해 하지만 어디서도 쉽게 묻지 못한 건강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칼럼을 기고하고 강의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재 유튜브채널 쉬잇와이의사언니 김지연을 운영하며 여성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도움말
    김지연 원장(와이퀸산부인과)
  • 참고
    <질의 응답>(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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