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비건의 하루 : 나의 비거니즘 일기

2022-05-17

비건 지향인으로서의 첫날. 제일 먼저 나만의 규칙을 정했다.
첫째, 평일은 가급적 채식을 지킨다.
둘째, 수명을 다한 논비건 물건의 빈자리는 비건 물건으로 채운다.
셋째, 주위에 비건 지향인이 되었다고 널리 널리 알린다.
규칙을 정했으니, 이제 실천이다!

오전 9시. 비거니즘 공부하기

도서관에 가서 비거니즘 관련 책을 빌렸다. 스스로 비거니즘을 더 잘 알고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 주위에서 왜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느냐고 물어오면 그 답을 성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비거니즘의 정보를 다루되 저자의 경험이 함께 녹아 있고, 논비건을 나무라지 않으면서도 채식 레시피에 치중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책을 골랐다.

<왜 비건인가?>, 저자 피터 싱어, 역자 전범선·홍성환, 두루미출판사(2021)

비거니즘 입문서로 꼽히는 책이다. <왜 비건인가?>은 1973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해방 운동가이자 철학가 피터 싱어가 동물해방과 비거니즘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았다. 특히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역자가 정리해 놓은 용어 설명을 보면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인간 중심, 육식 위주로 형성되었는지 깨닫는다. 비거니즘의 시작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저자 보선, 푸른숲(2020)

작가가 비건이 된 후 SNS에 연재했던 만화를 엮어 낸 책이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쉬운 설명으로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작가 개인의 경험담은 물론, 비거니즘의 필요성을 동물권·환경·건강의 관점에서 두루 설명하고 있어 공감대 형성과 정보 제공의 역할을 둘 다 수행한다. 무엇보다 ‘불완전한 실천이라도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비건 입문자가 읽기에 적합하다.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저자 전범선, 포르체(2021)

가수이자 비건인 전범선의 에세이다. 그가 지리산 자락 산청 집에서 열흘을 보내며 느낀 소회를, 비거니즘과 동물권, 페미니즘, 기후 위기 등과 연결해 풀어냈다.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뻗어가는 주제가 다양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비거니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정오. 비건 카페 플랜트에서 점심 먹기

‘채식한끼’ 앱으로 찾은 플랜트는 브런치 메뉴부터 디저트까지 전부 비건식을 제공하는 카페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연남점에서만 판매한다는 스크램블 부리또. 식물성 대체 단백질 브랜드 저스트에그의 스크램블이 들어간 메뉴다. 감자 칩과 곁들인 샐러드까지 가격은 13,000원. 대부분 브런치 메뉴가 13,000~14,500원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대신 양이 매우 푸짐해 대식가가 ‘혼밥’하거나 여럿이 두어 개의 메뉴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87
영업 오전 11시~오후 10시 (오후 3시~5시는 브레이크타임. 디저트, 음료만 주문 가능/월요일 휴무)

 


오후 3시. 제로 웨이스트 숍 지구샵에서 장보기

비건 물건을 살 수 있는 매장을 찾다가 제로 웨이스트 숍 지구샵을 알게 됐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소비 개념인 ‘제로 웨이스트’는 비건과 닮았다. 실제로 지구샵에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월경 용품 브랜드 해피문데이 제품이나 비건 스낵 등을 판매한다. 나는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새로 샀다.

지구샵은 현재 온라인몰과 상도점, 연남점을 운영 중인데 그 중 연남점은 리필 스테이션과 순환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리필 스테이션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빈 용기에 액체류 세제를 직접 담아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또 순환 스테이션을 통해 플라스틱 뚜껑, 아이스팩, 유리병, 종이봉투,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수저 등 재활용품을 기부하면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스탬프가 일정 개수 이상 모이면 사은품을 준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55
영업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화요일 휴무)

 


 

오후 5시. 대체육 쇼핑몰 위미트에서 홈파티 준비하기

지방에 사는 친구가 주말에 놀러 오기로 했다. 친구에게 대접할 비건식을 고민하다가 대체육 쇼핑몰인 위미트를 발견했다. 위미트는 국내산 새송이버섯으로 만든 프라이드와 꿔바로우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포화지방은 적고 식이섬유는 높아 건강에도 좋다. 가격은 각각 프라이드 200g 2팩, 양념 소스 150g 1팩 기준 17,900원, 꿔바로우 200g 2팩, 소스 150g 2팩 기준 21,900원이다. 30,000원 이상 무료 배송이다. (기본 배송료 3,500원)

 


 

오후 8시. 비건 술집 드렁큰비건에서 친구 만나기

육식 메이트였던 친구에게 비건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멋지다’는 대답 뒤로 ‘나는 못 할 것 같다’는 말이 붙었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고기의 맛을 대체할 채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그래서 만났다. 채식의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 방문한 곳은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에 위치한 드렁큰비건. 전 메뉴가 비건식이다.

레몬과 리치를 넣은 시그니처 소주부터 하이볼, 와인까지 주류도 다양하다. 우리는 비건 라자냐(18,000원)와 후라이드 컬리플라워(18,000원), 딸기 위스키 하이볼(10,000원)과 비건 와인(10,000원/잔)을 주문했다.

라자냐는 으깬 두부와 드렁큰비건에서 직접 만든 비건 치즈로 속을 채우고 새콤달콤한 토마토소스로 맛을 냈다. 두부의 고소한 맛과 식감이 고기를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후라이드 컬리플라워는 튀긴 음식인데도 느끼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고기를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던 친구도 한 입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감탄해 앞으로도 종종 같이 비건 식당을 즐기기로 약속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0길 13
영업 오후 5시~10시 (월, 화요일 휴무)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이미지
    지구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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