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사운드 테라피는 의학입니다

2022-11-22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모든 전자 기기를 끄고 빛을 차단한 채 눈을 감아 본다. 하지만 사념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쉽게 전원 버튼을 내리지 못하기 일쑤다. 그럴 때 유튜브에서 ‘잠이 잘 오는 음악’이나 ‘ASMR’ 같은 것을 아주 낮은 볼륨으로 재생해 두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기억하지 못하는 새 잠에 빠져든다. 플라세보 효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소리는 분명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루만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심신이 지친 이들을 위해 사운드 테라피를 추천하는 이유다.

사운드 테라피(Sound Therapy)를 번역하면 ‘소리 치료’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사운드가 ‘소리’ 외에 ‘건강한’이라는 뜻도 갖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에겐 힐링(Healing)으로 익숙한 ‘치유한다(Heal)’는 단어도 어원이 ‘소리를 만든다’에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Person)도 그리스에서는 ‘소리가 통과한다’는 의미라고. 이를 두고 학자들은 언어가 발달하기 이전부터 소리와 건강이 밀접한 관계로 여겨졌다고 추측한다.

아주 오래전 인간은 왜 소리와 건강이 연관됐다고 생각했을까? 소리는 우리의 청각이 인지할 수 있는 ‘음(音)’과 촉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동’으로 이뤄진다. 귀로 전해지는 음파는 주로 좌뇌와 신피질에 작용한다. 신피질은 뇌의 가장 바깥 부위로, 언어와 음악 등 고차원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가 진동하며 생기는 주파수는 인간의 몸을 통해 전달되며, 우뇌와 고피질을 자극한다. 고피질은 뇌의 안쪽에 있으며, 잠재의식이나 정서적인 면에 영향을 주는 곳이다. 소리가 혈압의 안정화, 면역체계 활성화,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원리다. 그래서 어떤 소리로 스트레스를 덜 받기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혹은 잠이 잘 오거나 신체의 통증이 완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음악과 주파수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음과 주파수를 가진 소리를 들어야 진정한 사운드 테라피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우선 ‘음(音)’에 대해 말해보자. 음악은 여러 음이 모여 만들어진다. 각각의 음이 리듬과 멜로디, 장단, 화성 등과 결합하면서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이때 각각의 음악적 요소들이 심신의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이며 지속적인 리듬은 인간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듬과 공명함으로써 신체 밸런스를 유지한다. 또 일정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멜로디는 정서적 안정을 이끌 수 있으며, 높낮이가 다른 음들이 동시에 날 때 맺어지는 화성은 그 종류(협화음인지 불협화음인지)에 따라 긴장을 유발하기도 이완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차분한 전개와 풍성한 화음을 가진 클래식에 ‘힐링 된다’거나 ‘잠이 온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런 이유다.

다음은 주파수다. 인간의 뇌도 주파수를 갖는다. 뇌가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뇌파 때문이다. 뇌파는 외부 자극에 의해 주파수가 달라지는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리의 주파수에 노출될 때 이를 따라가려고 하는 동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튜브나 SNS에서 ‘수면 유도 음악’이라는 제목 옆에 특정 주파수(Hz)를 적어 놓은 게시물을 본 적 있다면, 바로 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다음은 인간의 심신 상태별 뇌파의 주파수를 정리해 놓은 표이다.

 

소리의 진동에 몸을 맡기는 사운드 배스

사운드 배스는 문자 그대로 ‘소리로 목욕한다’는 뜻이다. 소리의 진동에 둘러싸여 의식을 맑게 정화하는 방식으로, 몸을 깨끗이 씻어내는 목욕과 비슷해 사운드 배스란 이름으로 불린다. 실제로 악기의 울림 가운데 둘러싸여 있으면 마치 물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사운드 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명상의 경험이 없는 사람도 소리를 매개로 쉽게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운드 배스에서 연주자는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악기들을 이용해 하나의 음악을 만든다. 싱잉볼, 소리굽쇠, 띵샤, 차임벨 등 맑게 울리는 악기들이 주로 쓰인다. 사운드 배스를 받는 사람은 누운 채로 눈을 감고 그들의 소리와 울림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귀로 들리는 청아한 소리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며,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전달되는 울림은 치유의 효과를 끌어낸다.

이해선

어반몽크 대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 속 수행자(修行者)를 위한 명상 큐레이션 커뮤니티 어반몽크(URBAN MONK)의 대표. 심리·심리분석·인지행동심리상담 전문가로서 수련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명상, 상담 프로그램 및 캠프 등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용희정, <사운드테라피에서 소리파형이 뇌파변화에 미치는 영향>,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 디자인
    박유정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