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아두면 두려움이 덜해지는 것들이 있다. 마치 공포영화의 다음 장면처럼. 산부인과에서 맞닥뜨리게 될 공포와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진료 도구들을 소개한다
소위 산부인과 의자를 ‘굴욕 의자’라 부른다. 속옷을 탈의한 채 다리를 벌리는 그야말로 부끄러운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굴욕 의자의 정확한 명칭은 검진대다. 많은 여성들이 검진대에 앉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없는지 질문하지만 대부분의 산부인과 진료는 검진대를 피할 수 없다. 산부인과뿐 아니라 비뇨기과에서도 요로결석 등을 치료할 때 검진대가 필수적이다. 검진대를 이용한 진료 자세를 의학 용어로는 ‘쇄석위’ 또는 ‘리소토미 포지션’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굴욕’이라 불리는 검진대지만 유럽을 비롯해 의료 서비스가 대중화되지 않은 많은 국가에서는 아직도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우리나라만큼 많지 않아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경우가 거의 없을뿐더러 검진대도 없어 일반 침대에 누워 불편한 자세로 진료를 받는다고. 검진대 위에 올라앉는 게 친숙해지긴 어렵겠지만, 산부인과마다 보편적으로 갖추고 있는 검진대가 우리만이 누리는 의료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마음 편해지지 않을까.
어떤 경우에 앉을까?
·가려움, 분비물 이상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때
·생리통 및 생리불순이 있을 때
·난소와 같은 자궁 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때 등
산부인과 검진 시 여성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진료 도구가 바로 오리주둥이처럼 생긴 질경이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진료대 위에 누워본 사람이라면 차갑고 딱딱한 쇳덩이 같은 것이(따뜻하게 데워놓는 병원도 있다) 질 입구를 통해 몸 깊숙이 들어왔던 불쾌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때 사용된 도구가 바로 질경이다. 질경을 질 입구에 넣고 돌리면 질이 벌어지면서 질 끝에 위치한 자궁경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에서 귀에 문제가 있을 때 귓속을 확대해서 보는 이경, 코 안쪽을 볼 때 사용하는 비경, 그리고 치과에서 사용하는 개구기와 같은 종류의 진료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사용할까?
·자궁경부암 검사를 할 때
·냉과 같은 분비물을 확인할 때
·질염 등 균 검사를 할 때 등
자궁경부암 검사는 어떻게 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암 검사라고 말한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간단하게 끝나기 때문. 먼저 검진대에 자세를 잡고 앉으면 의사가 질경을 사용해 질 입구를 확대시킨다. 그다음 경부 세포를 채취하기 위해 삼각 모양의 작은 솔을 넣어 경부에 대고 뱅글뱅글 돌린다. 끝이다. 검사 결과는 수일 후 문자나 전화로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사실 중 하나가 자궁경부암 검사로 자궁 건강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검사는 자궁경부의 염증이나 질염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고, 자궁 안쪽, 예를 들어 난소 이상이나 자궁 내막, 근종, 용종 등을 확인할 때는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초음파 검사는 크게 불편하지 않고 5~10분 내외로 끝나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초음파는 복부 초음파, 질 초음파, 항문 초음파 3종류로 나뉜다. 복부초음파는 둥근 탐촉자를 배에 밀착해 검사한다. 항문 초음파와 질 초음파는 얇은 막대기처럼 긴 탐촉자를 질과 항문에 삽입해 내부를 살펴본다.
복부 초음파는 하의를 탈의하지 않고 배 부분만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적고, 생리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에 지방이 많거나 자궁 위치가 뒤쪽에 자리한 사람인 경우 잘 보이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항문 초음파는 복부 초음파로 확인이 어려운, 성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시행한다. 복부 초음파보다 선명하게 자궁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항문으로 초음파 기기를 넣는 불편함이 있다.
질 초음파는 다른 초음파보다 정확도가 뛰어나 가장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질 안쪽으로 검사 기기를 넣어야 해서 성관계가 없었던 사람은 통증을 느끼거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통증이 거의 없고 출혈도 생기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 실시할까?
·자궁의 크기 등 자궁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때
·부정 출혈이 있을 때
·생리불순, 생리통, 복통이 있을 때
·난소, 나팔관을 확인할 때
·근종, 용종을 확인할 때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
- 일러스트이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