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Say

산부인과, 그곳이 알고 싶다 OX

2021-06-10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한 여성이라면 아래 질문들이 오히려 더 황당하게 느껴지리라.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보지 못한 이들은 산부인과에 대한 웃지 못할 괴담을 믿기도 한다.

대놓고 성경험 여부를 묻는다던데 진짜 그런가요?

성경험 여부를 묻는 건 사실이지만 ‘대놓고’ 묻지는 않습니다. 성경험 여부는 질환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지만 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질문이기에 대개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문진 작성을 합니다. 산부인과에 처음 가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이, 병력, 생리력 등을 묻는 설문지를 받게 되죠. 성경험 유무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접적인 질문이 없다면 출산 유무나 결혼 유무 등 우회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성경험이 없으면 검사할 때 아프다던데 사실인가요?

성경험이 없으면 심적 부담과 경직된 몸 때문에 통증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시간이 5분을 거의 넘지 않고, 대부분 금방 적응해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죠.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자궁경부암 검사나 질염 검사, 초음파 검사 시 진료 도구가 닿는 자궁경부는 감각이 없기 때문에 검사 시 아팠다고 느낀 사람이라면 낯선 불편함 또는 뻐근함을 통증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리중인데 산부인과 가도 될까요?

병원을 방문하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생리 중에는 자궁이 잘 보이지 않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리 시 겪는 불편함이 문제라면 오히려 생리 중에 병원에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생리통 치료를 받고 싶은데 생리가 끝나 아프지 않을 때는 병원을 찾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또 생리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 고민일 때도 생리 중에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산부인과 가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치마를 입는 게 나을까요?

어떤 옷이든 상관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진료를 보기 전 하의를 탈의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마를 입고 슬리퍼로 갈아 신게 됩니다. 하지만 스커트를 입었다면 간혹 환자에 따라 속옷만 탈의하고 진료 의자에 앉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의자에 앉기 전 양말을 신어야 할지 벗어야 할지 고민된다고도 하는데, 발을 진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양말은 신든 벗든 다 괜찮습니다.

검사할 때 손가락을 넣는다는데 진짜예요?

손가락을 넣는 것을 내진이라고 합니다. 내진은 처음 산부인과에 오는 사람에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과거 초음파가 발달하기 전에 많이 하던 검사로 자궁 내 근종의 크기를 파악하거나 골반염 통증을 확인할 때, 임신한 여성에게 주로 이용한 방법이었죠. 지금도 필요에 따라 시행할 수 있지만 요즘엔 분만할 때가 아니면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성관계 경험이 없으면 항문으로 기계를 넣는다는 게 사실이에요?

가장 먼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지 파악한 후에 항문 초음파 검사 여부를 정합니다. 성관계 경험이 없고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한 경우 항문보다는 주로 복부 초음파를 합니다. 그럼에도 항문 초음파를 하는 경우는 복부 초음파로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울 때입니다. 항문 초음파가 낯설어서 불편한 느낌이 들지만 ‘악’ 소리가 날 정도의 통증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부모님이 알면 오해하실 것 같은데 산부인과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나요?

건강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 비용 부담이 꽤 늘어나죠. 건강보험은 적용받으면서 진료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면 병원에 요청하면 됩니다. 의사가 진료 차트에 비밀 진료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의료 정보는 법적으로 보호되므로 진료 기록을 타인이 열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혹시 열어봤다 하더라도 산부인과 용어는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어려운 영어로 쓰여 있어 무슨 진료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류지원

미래아이 산부인과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NEW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이렇게 물어볼텐데>의 저자. 임신출산육아 전문 팟캐스트 <맘맘맘>을 진행했으며, OnStyle <바디 액츄얼리>,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는 등 잘못된 성 지식을 바로 잡고 산부인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도움말
    류지원(미래아이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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