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생리 중 섹스해도 되나요?

2022-03-29

생리 중에 섹스를 할지 말지는 개인 선택이지만, 우리는 그 효과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나 생리 중이야’

‘생리 중’이라는 말, 종종 잠자리를 거절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 많은 여성들의 경험이기도 하다. 아닌가? 생리 중이라고 하면 상대도 쉬이 그러려니 했다. 그만큼 우리는 유독 생리혈에 대해서 만큼은 부정적이다. 그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생리혈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더럽거나 위험한 요소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의학적으로 여성의 성욕은 배란기에 가장 높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사바사’다. 어떤 여성들은 유독 생리 중 성욕이 치솟는다고도 한다. 감히 예상하건대 생리가 시작되면 임신에 대한 염려가 줄어들기 때문에 해방감이 찾아오고 성적 흥분도가 올라가 편히 섹스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주기와 상관없이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섹스 할 때마다 피임을 꼭 해야한다). 원인이 뭐가 됐든 배란기 때보다 생리 중 섹스하고 싶은 여성은 의외로 많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논문은 생리 중 섹스를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병 감염, 골반염, 성 접촉을매개로 하는 질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크게 열어 두고 있다. 그 위험성이 2배까지 오른다고 보는 논문 자료도 최근에 발견했다. 상식적으로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임상 실험 결과는 인과 관계가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것을 놓쳤고 설득력 또한 조금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생리 중 섹스는 위험 요소가 분명 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논문을 읽으면서 확고해진 건 콘돔이 그 위험성을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뿐이다.

결국 생리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최고로 중요하다. 다만 생리 중 섹스가 갖고 있는 위험 요소를 충분히 인지한 다음 시도하는 것과 모르고 시도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또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고려해야 할지도 말이다. 나와 파트너 양쪽 다 성 매개 질환이 없음을 알고 제대로 준비만 됐다면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할까? 하자!

이제 생리 중 섹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들여다볼 차례.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오르가슴이 생리통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어봤을 거다. 다만 피로 얼룩지는 잠자리가 거북해서 실천이 어려웠을 뿐. 나 역시도 생리통이 심해 솔깃했다. 그리고 이미 경험을 마쳤다(이렇게 고백하면 설득이 조금 쉬울까?). 생리통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바로 섹스 중에 분비된다. 두통도 어느 정도 완화된다고 한다.

혹시 생리 중 섹스를 하면 피를 사방팔방으로 뿜어낼 거라 생각하고 있나? 절대, 절대 그 정도는 아니다. 이건 유경험자의 신빙성 있는 증언이다. 영 거부감이 든다면 먼저 샤워실에서 시도해보자. 생리혈이 쏟아진다고 해도 물로 쉽게 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국내에는 없지만 해외에는 섹스 할 때 사용하는 방수 타월이 있다. 침구가 오염되는 것을 막는데, 꼭 생리 기간에만 쓰지 않아도 되고 침구를 깨끗하게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써도 된다. 제법 예쁘기까지 해서 직접 만들어 팔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구글에 ‘Sex Towel’ ‘Sex Blanket’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이 쏟아진다. 방수 타월이 없다면 집에 있는 수건만 깔아도 충분하다.

꼭 성기를 삽입하는 것만 섹스가 아니다. 바이브레이터나 섹스토이를 사용해도 충분히 즐거운 섹스가 될 수 있다. 다만 평소보다 아주 조금의 배려심이 필요하다.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향초만 켜놓고 하는 거다. 향초는 자칫 신경 쓰일 수 있는 혈의 냄새까지 두루 커버해주니 말이다. 무엇보다 섹스하기 좋은 시기는 따로 없다. 서로 원할 때가 좋은 시기인 거다. 이불은 몇 번이고 빨면 된다.

강혜영

피우다 대표

해방촌에서 여성친화 섹스토이 숍 ‘피우다(Piooda)’를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 피우다 언니를 통해 더 많은 여성들과 만나며 건강한 성문화와 섹스 토이 사용법에 대해 알리는 중.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강혜영(피우다 대표)
  • 일러스트
    이동혁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