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Say

성교통으로 병원에 가면

2023-01-26

‘이 정도 통증으로 병원에 가도 될까?’ 이런 고민은 그만.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옳다. 지금은 참을 만하더라도 방치하면 견디기 힘들어지다 못해 관계 자체를 기피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떤 병원에 갈까?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차적으로는 산부인과를 꼽을 수 있다. 성교통이 질염이나 자궁 질환,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산부인과에서 이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산부인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기 검진을 통해 균 감염 여부 등을 제때 확인하는 것만으로 성교통과 같은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방광염이나 요도염으로 인한 성교통이 의심된다면 비뇨기과에 가도 좋다.

하지만 신체적인 문제가 없을 때, 혹은 문제 요소를 해결하고도 성교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선 칼럼에서 알아본 것처럼 성교통이 일어나는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정신적으로, 또 관계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요인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정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한 번 통증을 겪은 몸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교통이 반복되거나 질 경련증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때는 성교통의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치료하는 성의학 전문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검사를 할까?

산부인과든 성의학 전문 병원이든 가장 먼저 밟는 단계는 병력 청취다. 통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어느 정도로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등을 의사가 확인하는 시간이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검사들을 실시한다.

가장 먼저 질이나 외음부에 대한 신체검진 및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보통 균 검사는 질경으로만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성교통과 같이 삽입이 힘들거나 경험이 없는 환자는 굳이 질경을 사용하지 않아도 면봉으로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또한, 면봉으로는 통증 부위를 살짝 터치해 통증 정도를 테스트하는 면봉 자극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서 자궁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질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갱년기, 산후, 경구피임약 부작용 등 호르몬 변화가 의심될 때는 호르몬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신체 검진이 끝나면 성의학 전문 병원에서는 심리 검사를 실시한다. 병원에 구비된 심리 평가지에 작성한 답변을 바탕으로 성과 관련한 환자의 인식, 갈등 상황, 성 발달력,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는 물론,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등 현재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어떤 치료를 받을까?

성교통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다양하다. 게다가 개인에 따라 증상의 편차가 크므로 치료 방법이나 기간도 다르다.

염증 및 자궁 질환 치료: 대부분의 경우 약물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단, 질염의 경우 재발을 막으려면 면역력이 높아야 하므로 평소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은 병이 진행된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 호르몬 치료, 수술 중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 환자의 증상 및 현재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먹어서 섭취하는 약물이다. 의사가 지시한 일정을 지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같은 약물은 대부분 간에서 흡수된다. 그러므로 간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라면 사전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바르는 겔이나 크림 타입의 약물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은 간을 거치지 않고도 여성호르몬을 혈류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 역시 피부가 민감한 환자에게는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경과를 살펴보며 처방해야 한다.

물리치료: 골반저근에 문제가 있을 때는 바이오피드백(생체되먹임)을 이용한 물리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은 몸에 부착해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기기로,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방식으로 운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심리치료: 마찬가지로 환자에 따라 약물치료, 상담치료, 행동치료 중 선택하거나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성 기능과 관련한 이상 상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와의 관계와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이므로, 두 사람이 함께 상담치료나 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타: 이 밖에 질 확장기를 사용해 움츠러든 질과 골반저근을 이완하는 훈련이나 통증의 역치를 높이기 위한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시술 혹은 수술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간혹 의사와의 상담이 ‘기승전시술 혹은 수술’로 끝나는 병원이 있다. 소음순이 비대칭이거나 크기가 큰 경우 성교통 등 성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유발한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이 저마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생식기도 마찬가지다. 모양이 다르다고 해서 기능이 떨어질 확률은 매우 드물다. 실제로 여성의 질 입구는 평상시 넓이와 무관하게 출산 시 아기의 머리 크기만큼 늘어날 수 있으며, 질 길이도 관계 시 발기한 남성 성기를 수용할 만큼 늘어난다.

물론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생식기의 모양을 건드리는 시술이나 수술은 성교통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40~5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는 외음부 성형 수술이나 질 탄력 개선 시술 등이 역으로 성교통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시술이나 수술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백혜경

전문의 (백혜경부부의원 원장)

미국 킨제이 연구소에서 성의학을 연수했으며, 하버드대 의대 케임브리지병원 부부 및 가족 치료 센터에서 수련 과정을 밟고 보스턴대학교 불안장애 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성별 불문 다양한 성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 치료하는 성의학 전문가로 국내를 대표한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대한산부인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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