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성인용품 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 렛허가 만난 여성 브랜드 Herzgirl

2024-06-13

지난 4월 19~21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Shanghai International Adult Products Industry Expo, 이하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 전 세계 400여 개 성인용품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화한 오나홀과 리얼돌들이 여전히 즐비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여성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죠. 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3층짜리 전시관을 종일 누비고 다닌 끝에 렛허의 레이더에 포착된 여성 주도 브랜드. 허즈걸(Herzgirl)이에요.

클리토리스 인형을 들고 다니던 ‘한 여자’

성인용품 박람회를 구경하면서 가장 주목한 전시관은 3층이었는데요. 성인용품을 하나의 예술 작품, 혹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재해석하는 신생 브랜드들이 주로 모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디자인과 여성의 성에 관한 철학을 모두 갖춘 브랜드를 찾고자 구석구석 돌아보던 에디터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습니다. 손에 클리토리스를 본떠 만든 솜인형을 들고 있었죠.

에디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읽었는지 웃으며 다가온 그녀는 클리토리스 인형과 바이브레이터를 갖고 여성 오르가슴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를 만든다고 덧붙였죠. 대개 관계자들이 진동이 얼마나 강한지, 디자인이 얼마나 세련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자기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운데서(더욱이 여성용 제품을 홍보하는 관계자 대다수가 남성이었습니다) 그녀의 등장은 남달랐습니다. 냉큼 명함을 건네며 “여성의 웰니스를 다루는 렛허에서 왔고, 여성 주도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소개하자 “우리는 모든 직원이 여성”이라며 반가워했습니다. 바로 허즈걸의 CEO 매기 리우(Maggie Liu)랍니다.

2022년 6월, 여성의 관점에서 성 지식을 대중화하고 성인용품 산업의 트렌드를 혁신하고자 허즈걸을 론칭했다는 매기에게 그 허스토리(herstory)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Q. 허즈걸의 전 직원이 여성이라고요?

네, 총 12명의 여성이 허즈걸에서 일해요. 진정성 있는 경험과 사용자 피드백이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성교육 업계에서 12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리뷰어, 젊은 여성 직원들과 함께 여성의 오감이 만족하는 섹슈얼 플레저 제품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허즈걸만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눈을 감고, 모험을 펼쳐라’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의 욕구에서 시작하라’ ‘섹스토이의 본질로 돌아가라’ ‘신체의 오감을 자극하라’ ‘모험의 경험을 일깨워라’라는 철학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허츠걸만의 세계관이 있는데요. 우리는 섹슈얼 코드에서 어드벤처 모듈을 개발하여 지구에 전달하는 존재예요. 다감각적 쾌락을 탐구하고 일깨우는 어드벤처 모듈로 보다 다채로운 우주로 여성들을 인도하고 있죠.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절대적인 감각적 쾌락을 즐기고, 저마다의 독특한 몸을 사랑하며, 또 사랑과 섹스의 미래를 용감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Q. 허즈걸의 철학을 잘 드러내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허즈걸의 첫 번째 섹스토이는 G-스폿 마사지기였어요. 시중에 출시된 많은 여성용 성인용품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거나 커닐링구스를 재현한 제품인 것과 대비되는 선택이었죠. 이름은 그래비티 #808(Gravity #808)로, 질 안쪽에서 G-스폿을 자극함으로써 그 떨림이 자연스럽게 클리토리스까지 전달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초당 75회의 진동으로 G-스폿과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자극하죠. 최근에는 그래비티 #808에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추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한 업그레이드 버전도 출시했습니다.

 

또, 올해 론칭한 신제품도 있어요. 미니 마사지기인 #101터치-핑가(#101Touch-Finga)인데요. 손가락이 가진 초능력을 확장한 제품이에요. 손끝의 터치감을 살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제품이죠. 슬림하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그립감이 남다르고, 왼손잡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답니다.

Q.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 참여로 무엇을 느꼈나요?

우선 국내외 고객들에게 호평을 들었어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의 고객들을 만났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렛허와 같이 섹슈얼 웰니스를 다루는 전문 미디어나 공인된 성교육 기관이나 성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는 소규모 단체들도 만났죠. 성 산업이 진화함에 따라 여성 기업가,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앞으로 이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Q. 허즈걸이 동시대 여성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섹스는 사랑의 부름이며, 사랑은 존중과 신뢰처럼 표현할 가치가 있는 시적 본능입니다. 하지만 오감의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르가슴은 밤의 불꽃놀이처럼 어두운 밤을 깨는 새벽의 첫 빛과도 같습니다. 최근 Z세대의 각성은 섹스에 대한 용기와 자유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비슷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왔습니다 “내 첫 섹스토이는 어떻게 선택하고 사용해야 할까?” “너무 두껍거나 곧지 않은 섹스토이는 없을까?” “진동 때문에 손이 마비될 것 같은데 정작 쾌감은 느껴지지 않아”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안심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해” 지구의 사랑스러운 여성들이 원하는, 모순적이면서도 일관된 질문에 허즈걸이 답을 찾아주고 싶어요. 허즈걸은 소녀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신뢰하며, 성적 성장을 함께할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 에디터
    렛허 (info@lether.co.kr)
  • 사진
    Herzgirl
  • 영상
    손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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