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성인용품 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 2024 최신 섹스토이는?

2024-06-11

두근두근. 렛허 에디터가 첫 해외 출장으로 성인용품 박람회 다녀온 후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성인용품 박람회, 방문 전 알아두세요

렛허가 다녀온 곳은 상하이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 2024(Shanghai International Adult Products Industry Expo, 이하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예요. 현재 성인용품 박람회를 주최하는 기업도, 나라도 여러 곳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상하이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는 전 세계 섹스토이의 70% 이상을 제조하는 중국 현지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다양한 중국 제조사들이 저마다의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로도 유명하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섹스토이를 개발, 브랜드를 설립하고 싶은 (예비) 성인용품 창업주라면 한 번쯤 꼭 방문할 만하죠.

물론 사업체가 아니라 개인 관람객도 환영입니다. 실제로 렛허가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데이트를 즐기러 온 관람객이 많다는 것이었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반 성인용품 매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부터 떠오르는 스타트업, 섹스토이부터 BDSM 아이템까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체험할 수 있으니 성적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커플이 데이트하기에 이보다 더 제격인 장소가 없겠더라고요.

TIP.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는 사전 신청제로 운영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참가 신청을 할 수 있고요. 신청이 승인되면 홈페이지 하단의 마이 배지(My Badge) 메뉴에서 인증 후 입장 QR 코드를 받을 수 있어요. 성인용품 박람회는 연령 제한을 두는 행사인 만큼 관계자들의 경비(?)가 삼엄한 데다 방문객이 잔뜩 몰린 탓인지 인터넷 연결도 잘 되지 않으니, 게이트 앞에서 진을 빼고 싶지 않다면 입장 QR 코드를 반드시 사전에 받아 두세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꿀팁)

 

최초 공개! 2024 신상 섹스토이는?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는 지난해에 이어 새티스파이어(Satisfyer)가 협력사로 참여했는데요. 새티스파이어 외에도 잘로(Zalo), 스바콤(Svakom) 등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들이 부스를 냈어요. 각 브랜드마다 시그니처 디자인과 기능이 돋보이는 섹스토이들이 전시되었죠. 하지만 이미 출시된 제품이 전부라 특별한 건 없었답니다. 성인용품 박람회에 앞서 올해, 더 나아가 앞으로의 성인용품 트렌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 방문한 터라 다소 아쉽게 느껴졌어요.

대신 홍콩의 성인용품 제조사 쉔아이(XUANAI)의 신제품을 만났습니다. 커닐링구스의 감각을 재현한 클리토리스 자극용 헤드 아래로 손잡이의 굴곡이 독특한 바이브레이터인데요. 실제로 제품을 손에 쥐어 보니 독특하다고 생각한 형태가 손에 착 감기도록 설계된 것임을 알 수 있었어요.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기의 조이스틱에서 영감을 얻어 오래 쥐고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게끔 디자인에 신경 쓴 제품이라고요. 박람회 기준, 공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었는데도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는 전언입니다.

 

여기는 가슴, 저기는 엉덩이, 여전한 여성 대상화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성인용품 박람회에 몰렸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인산인해를 이루는 부스가 있더라고요. 호기심에 다가가니 사람과 꼭 같은 얼굴을 하고, 그러나 사람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신체 구조를 자랑하는 리얼돌들이 서 있었어요. 바람을 잔뜩 넣은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푼 가슴과 머리통보다 가는 허리를 드러내느라 거의 헐벗은 리얼돌들 말이죠.

여성의 엉덩이, 생식기를 그대로 재현한 오나홀 앞도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관계자들은 오나홀들이 인간의 피부 촉감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했는지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시범 삼아 찰싹 내려치는 손길에 탄력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으로 봐도 ‘리얼해’ 보였어요. 그러자 그 ‘리얼한’ 엉덩이가 누군가의 몸에서 도려내 온 것처럼 뚝 떨어져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더더욱 기이하게 느껴졌죠.

아이러니했습니다. 인간의 신체를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노골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성인용품 같지 않은 성인용품’을 강조하는 브랜드들과 여성의 몸을 성욕 해소용으로 대상화하는 브랜드들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요. 특히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브랜드들은 단순 제품 판매 외에도 여성 오르가슴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용 콘텐츠를 들고 나온 곳도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고, 음지의 성인 산업을 양지의 섹슈얼 웰니스 산업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 뒤로 여전히 리얼돌과 리얼한 오나홀 앞에 구름처럼 몰려든 소비자를 보는 일이 어쩐지 씁쓸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에디터의 전투 의지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오늘, 이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진정으로 여성을 위하고, 여성의 건강한 몸·맘·성 웰니스를 돕는 브랜드를 찾고야 말겠다’고 말이죠. 눈에 불을 켜고 1층부터 3층까지 하루 종일 성인용품 박람회를 누비고 다닌 끝에 만난 100% 여성 주도, 여성을 위한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는 2편에서 공개합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영상
    Unsplash, 손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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