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섹스리스가 길어지고 있어요

2021-11-09

오랜 시간 파트너와 관계가 없었다? 우리는 그걸 섹스 리스라고 부른다. 섹스 리스가 된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할 거다. 아파서, 성욕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바빠서 등등. 그런데 섹스 리스를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건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파트너에 대한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니까.

사이좋은 섹스 리스 커플은 없다

섹스는 하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파트너와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면을 파고 들어가 보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고갈된 상태이거나 불만이 많은 경우가 많다.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잠자리에서 멀어졌을 테고. 다시 말하면 섹스 리스는 관계의 질이 저하됐을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때문에 섹스 리스를 극복하고 싶다면 파트너와의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남편이랑 대화조차 하기 싫어요’라는 사람에게 살을 맞대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람보르기니, 너는…

서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장 먼저 파악할 것은 나와 상대방의 성욕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욕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커플은 제외다.)

성욕은 크게 자발적 욕구와 반응적 욕구로 나뉜다. 자발적 욕구는 쉽게 말하면 손만 잡아도 불끈 성욕이 쉽게 오르는 이른바 람보르기니 형이다. 반응적 욕구는 특정한 자극이 있어야만 성욕이 오르는 경운기 정도에 비유해 볼 만하다. 자발적 욕구인 사람끼리 만나면 섹스 리스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대가 만나면 그야말로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큼의 노력이 필요하냐 묻는다면 단호하게 답하겠다. 성욕이 높은 사람이 성욕이 낮은 사람에게 무조건 맞춰줘야 한다고. 왜?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니.

1 시동 버튼 찾기

가장 먼저 파트너가 어떤 것에 시동이 걸리는지 알아내야 한다. 물론 혼자서 알아내라는 말은 아니다. 파트너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야한 영화나 자극적 사진을 보면 성욕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좋은 향기나 좋은 식사, 질 좋은 대화에서도 성욕이 올라온다. 눈만 마주쳐도 불이 붙던 시기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데이트를 했는지 떠올리면 쉽다. 스치듯 지나간 파트너에게서 안기고 싶은 향기가 난다는 건 영화 속에서 미화된 게 아니다. 성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성욕이 낮은 파트너에게 거부감을 부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 ‘밝히다’에 익숙해지자

섹스 리스가 오래됐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 욕구를 일으킬 수 있는 자극을 서로에게 주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실제 상담을 오는 커플에게 가장 먼저 권유하는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야한 행동을 서로 해보라는 거다. 유치하지만 유치할수록 사랑도 깊어지는 법이다. 야한 속옷을 입고 파트너 앞에서 포즈를 취해보라고 하거나, 자신이 예뻐 보이는 사진을 찍어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식. 어떤 사람은 야한 행동이나 포즈를 취하니 ‘제가 밝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라고 한다. ‘밝히다’는 저급한 말이 아니다. 음식을 밝히다와 차이가 없다. 이 말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섹스 또한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3 말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

2번 단계에서 많은 커플이 ‘달달함’을 회복한다. 이제는 실전이다. 어떻게 몸을 만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기표현에 익숙해지는 단계다. 많은 사람들이 표현에 인색하고 두려워한다. ‘이렇게 더 해줘’, ‘이건 별로야’라고 말하면 관계가 깨질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라면 먹을까?’ ‘라면은 별로. 짜장면 어때’와 같은 대화와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서로 성 의식이 담벼락처럼 높게 막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성과 섹스에 대해 순화하는 과정인 1~2단계를 시간을 들여 하는 게 중요하다. 만지는 것에 멈칫하지 말고 말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 단계를 극복한다면 섹스 리스는 그저 과거의 추억이 될 것이다.

박소영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이자 심리상담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어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30~40대조차 남녀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며 어른에게도 ‘섹스 수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유튜브 ‘박소영SHOW’와 커뮤니티에서 성심리에 대해 상담하며 강의하고 있다.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박소영(질좋은관계연구소)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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