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섹스와 소변의 상관 관계 그리고 요로 감염(UTI)

2022-06-05

파트너와의 후희를 즐길 겨를도 없이 급하게 침실을 빠져나오는가 하면, 어떨 땐 나오지 않는 소변을 오르가슴만큼이나 기다린 적도 여러 번이다.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여성들의 섹스 후 ‘볼일’. 정확히 섹스 후 볼일을 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균 때문이야

섹스 후 많은 여성이 볼일을 볼 때 불편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실제 요로 감염은 전 세계 여성 50%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걸린다고 할 만큼 여성이 겪는 세균 감염 중 발병률이 가장 높다. 요로 감염의 주요 원인은 항문이나 항문 주변 회음부에 있는 균 때문이다. 이 균이 오줌이 나오는 요도를 통해 요로로 퍼지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 도대체 섹스와 요로 감염이 무슨 상관이냐고? 우리의 성기가 섹스 중 알게 모르게 항문이나 회음부와 마찰하기 때문이다. 성기가 아닐지라도 손이나 섹스토이 등 다양한 매개체가 항문이나 회음부에 닿거나 마찰하면서 균을 요도로 옮기는 거다. 애널 섹스를 즐긴 직후라면 더더욱 균이 요도나 질에 침범할 가능성은 커진다. 마찬가지로 구강성교도 요로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요로는 요도, 방광, 신장으로 이어진 ‘소변의 길’이다. 때문에 요로 감염은 요도염, 방광염, 신장염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어느 부위가 감염되었냐에 따라 증상은 다르지만 주로 아랫배가 불편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아프다. 심각하게는 혈뇨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소변은 10분 내로

이런 위험성은 관계 직후 소변을 보는 습관만으로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다. 효과가 있는 시간은 섹스 후 5분에서 10분 사이. 단순히 소변을 배출함으로써 있을지 모를 균이 요로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일종의 세정 작용이랄까? 물론 평소 배뇨 습관이 좋고 면역력이 좋은 상태라면 요로 감염을 피할 수 있다. 결국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 부족한 건 낮은 면역력 때문이니까 말이다. 관계 전 여성청결제를 사용해 외음부는 물론 항문까지 잘 씻는 것도 요로 감염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관계 전은 물론 관계 중(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에도 수분 보충은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고. 관계 전 배뇨하는 습관이 요로 감염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근거는 부족하다. 면역력도 크게 영향을 주지만 특히 요로 감염은 폐경기 여성이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폐경기 여성의 외음부는 요로 감염에 원인이 되는 균이 쉽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산성)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의 증상 중 2~3개 이상이면 요로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은 24시간 내외로 나타난다. 위의 증상이 있어도 감염의 정도가 경미하거나 평소 면역력이나 배뇨 습관이 좋다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잘 쉬는 것만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결국 균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합병증 없이 낫기는 어렵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서 항생제 성분인 방광염약을 처방받고 치료받아야한다.

소변 검사로 진단까지

소변 문제는 산부인과보다 비뇨의학과를 찾는 것이 맞다. 흔히 비뇨의학과라 하면 ‘음경 확대’, ‘발기부전 치료’ 같은 단어가 떠올라 남성만을 위한 병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비뇨의학과는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소변을 만들고 배설하는 기능적 문제와 생식기의 문제를 다룬다. 남성은 물론 여성, 소아까지 진료하는 곳이다. ‘요도에 무언가를 넣어 검사하지 않을까?’라며 생각할 수 있는데, 요로 감염은 간단한 소변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비용은 만 원 내외.

김인경

티파니여성비뇨의학과의원 원장

국내에는 드문 비뇨의학과 여성 전문의로 여성들의 비뇨기 질환과 외음부 질환, 성 기능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여성들의 건강한 일상을 위해서 비뇨의학과도 산부인과만큼이나 편히 드나들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디자인
    김이수
  • 도움말
    김인경 원장(티파니여성비뇨의학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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