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관계 후 많은 여성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출혈이었다. 격렬하든 격렬하지 않았든 섹스 후 피를 봐서 걱정인 여성들의 고민을 전문가와 함께 풀어본다.
상황 1 : “섹스 중 콘돔에 피가 묻어나오는 거예요”
격하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다음 날이 생리 예정일이었는데, 그 이후로 4일간 평소 생리혈보다 맑은 다홍빛 피가 조금씩 묻어나왔어요. 생리치고는 양이 적은데, 혹시 임신 후에 보이는 ‘착상혈’일까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통 때보다 생리양이 적은 소량의 출혈일 경우 착상혈로 오해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한 여성들의 일부, 그러니까 약 10~30%만이 착상혈을 보입니다. 아주 높은 확률은 아니죠. 착상혈은 대부분 3일 내외의 짧은 기간 동안 핑크색 혹은 갈색의 출혈이 속옷에 약간 묻는 정도로 나타납니다. 상황대로라면 콘돔은 제대로 잘 사용한 것이 맞고 생리 예정일에 맞는 출혈로 생리혈로 보여요. 다만 이번 주기는 생리양이 적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황 2 : “파트너가 손으로 자극하다가 침대 시트가 젖을 만큼 피가 났어요”
그 이후 조금 따끔거리면 서 아프기만 한데, 질 내부에 상처가 난 걸까요? 이런 경우 병원에 가야 하나요?
외상으로 인해 질 내부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사용하다가 그럴 수 있고 질 내부에 섹스토이와 같은 이물질을 넣다가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질 내 애액이 불충분해서 마찰로 쓸리는 정도여서 자연스레 출혈이 멈추고 아물게 됩니다. 그게 아니고 질 벽의 혈관이 터질 정도의 손상이 있다면 출혈이 멈추지 않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병원에서 봉합해야 합니다. 상황을 조금 면밀하게 두고 볼 필요가 있어요. 평소 손가락을 사용해 자극할 때는 윤활젤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콘돔이나 핑거 콘돔을 사용을 추천합니다.
상황 3 : “섹스할 때마다 늘 다음날까지 소량의 피가 나와요”
휴지에 살짝 묻어나는 정도로요. 전희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여느 커플처럼 키스하고 서로의 성기를 만지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거든요. 외음부가 아프거나 배가 쑤시지는 않는데, 혹시 문제가 있는 걸까요?
섹스 후 출혈이 있는 상황은 다양해요. 물론 마찰로 인한 출혈일 수 있고 생리혈일 가능성이 높죠. 반복되는 경우라면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용종, 자궁경부염, 질염 등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자궁 입구에 작은 혹(자궁경부용종)이 있는 경우도 성관계 후 출혈이 나타납니다. 용종을 제거하고 조직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치료는 끝나게 됩니다. 자궁경부가 헐어 있거나 염증이 있는 경우, 남성의 성기가 자궁 경부에 닿아 미세한 혈관이 터지면 출혈이 발생합니다. 이 때는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 염증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축성 질염의 경우도 섹스 후 출혈을 볼 수 있는데요, 꼭 폐경기 여성이 겪는 위축성 질염이 아니어도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수 있어요. 모유 수유 중인 경우나 자궁내막증으로 호르몬 치료하는 경우에도 위축성 질염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합니다.
권소영
강남리즈산부인과의원 원장
원내 미혼 여성 클리닉을 따로 운영할 만큼 전 세대 여성의 건강한 성생활을 응원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기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산부인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자 병원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디자인김이수
- 도움말권소영 원장(강남리즈산부인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