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술은 마시지만 다이어트는 하고 싶어

2021-12-07

최근 몇 년 동안 주류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도수가 낮은 과실주의 잇따른 출시, 16.9도까지 내려간 소주 그리고 무알콜 맥주의 인기까지 주류 문화를 이끄는 여성 애주가들이 과음이나 폭음보다는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맛있는 한 잔을 더 선호하면서 빚어낸 결과다. 렛허가 2049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분위기를 즐길 정도로만 술을 마시며(1회 음주량 5잔 미만),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주로 맥주를 즐긴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해외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여성 전용 혼술홈술 플랫폼인 비어걸(beergirl.net)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혼술을 즐기는 일본 여성들이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술자리에 참여하는 방식인데, 사전 신청을 하면 술을 보내주고 전문가가 술에 대해 설명해주며 술자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 또한 여성을 겨냥한 달달한 맛의 저도주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뉴욕에서는 아예 무알콜 음료만 판매하는 논알코올 바도 생겼다. 주류 시장 경계에 있던 여성들이 주류 문화의 가운데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음주와 웰니스 사이

여성 애주가들의 등장으로 조명받는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웰니스다. 술과 건강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잠시 미뤄두면 저도주나 무알콜 맥주의 진짜 인기 이유를 알 수 있다. 렛허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금주나 절주를 고민한 여성들은 그 이유로 건강과 비만을 꼽았다. 술은 마시고 싶지만 건강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건강과 다이어트 그리고 음주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저도주나 무알콜을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의 음주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은 알콜의존증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혼술과 홈술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알코올의존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혼술을 즐기는 여성은 폭음하거나 술에 취해 실수를 한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알코올의존증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더욱 의존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여성 알코올의존증은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여성 알코올의존증이 오래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어 치료도 활발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웰니스 트렌드 바람이 불면서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고, 최근에는 그 바람이 국내로 향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 트렌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음주를 하더라도 계획적으로 가볍게 즐기는 문화로 진화하는 중이다.

혹시 나도 알코올의존증일까?

결과

5점 이하 : 정상음주군 / 6~9점 : 위험음주군
10~15점 :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 – 남용
16점 이상 :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 – 의존
12점 이상은 상습적 과음자로 주의가 필요하며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15점 이상은 문제음주자. 따라서 알코올 전문가에게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20점 이상인 경우 전문 병원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

  • 에디터
    서희라 (seohr@lether.co.kr)
  • 디자인
    이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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