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애무가 간지럽기만 한 건 왜일까요?

2022-03-29

심혈을 기울인 상대의 애무에 웃음이 나오다니, 어색함과 민망함이 물 밀 듯 밀려온다. 신음 대신 웃음이 나와 고민인 당신을 위해 웃음기 싹 빼고 핵심 꿀팁을 알려주겠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우리가 주로 간지럼을 느끼는 신체 부위는 목, 유두, 허벅지 안쪽, 겨드랑이, 성기 등으로 주요 혈관과 신경 다발이 다량으로 몰린 곳이다.

“오럴수가 선생님, 말씀해주신 신체 부위는 꽤 유명한 성감대 같은데, 그럼 계속 꾸준히 그 곳에 애무를 시도하면 간지럽다가 결국에는 흥분을 느끼게 되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신체 부위는 급소이면서도 동시에 유명한 성감대가 맞다. 그러나 간지러워 웃음이 새어 나왔다는 건, 뇌가 그 부위의 자극(애무)를 ‘쾌감’이 아닌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애무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는 건 ‘섹스에 충분히 몰입하기 어려울 만큼 뇌가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부의 자극을 쾌감으로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쑥스러운 감정이 들거나,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평소 고민이 해결되지 못해 머리 속이 복잡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애무를 시도한 사람 또한 상대가 웃음을 보였다고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당신의 애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어떤 요인으로 인해 상대의 뇌가 아직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이 모든 상황이 흥미롭고 또 사랑스럽다는 미소 하나를 장착한 채 다음 애무를 시도하면 된다. 여유로움을 보이자.

웃기면 그냥 웃자

앞서 말했듯 우선 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을 맘 편하게 즐기도록 하자. 웃긴 걸 참으면 더 웃기기 때문이다. ‘진정해, 그만 웃어, 지금 웃을 때가 아니야, 멈춰’와 같은 주문은 웃음의 억제제가 아닌 기폭제다.

간지러워 웃는 건 뇌에서 벌이는 본능적 반응이다. 재채기와 동급으로 여겨야 한다. 배시시 웃었다가 다시 키스하고 애무하자. 또 웃음이 나온다면 다른 곳을 애무하면 된다. (애무할 때 웃음과 흥분이 공존하는 모습 또한 의외로 섹시하다)

뭘 해도 자꾸 웃음이 나와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면 상대방의 귀에 더운 숨을 토하며 이렇게 속삭여주자. ‘나는 원래 간지러움이 많아. 웃음이 좀 나오는데, 그래도 너무 좋아. 계속 해줘. 너무 간지러우면 내가 다른 곳을 애무해달라고 말할게’

손에 손잡고

상대의 손만 닿아도 웃음이 터진다면, 한 번 내 손과 상대의 손을 포개서 애무를 시도해보자. 이렇게 하면 애무하는 주체가 상대가 아닌 본인이라고 느끼게 되어 간지러움이 소폭 줄어들 수 있다. 겨드랑이 쪽으로 친구가 눈만 부라려도 웃음이 터지는 사람일지라도, 본인의 겨드랑이를 본인 손으로 직접 간지럽히면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위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 일종의 핸드-트릭이다.

손을 포갠다는 게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1990)에서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도자기를 빚는 장면을 참고해보자. 상대와 나의 손이 완전히 ‘페어링’되었다는 안정감과 일체감을 느끼는 게 포인트다.

한 잔의 술과 포옹

이도 저도 어렵다면, 이럴 때는 소량의 음주가 적절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알코올 섭취는 인체의 신체 감각과 감지 능력을 둔화하기 때문이다.

섹스를 하기 전 술잔을 나누며 긴장을 풀어보자. 술을 마시면서도 간간이 서로를 꼭 끌어안거나 손을 쓰다듬으며 스킨십을 시도하자. 백허그를 한 채 술을 마시며 영화를 봐도 좋겠다. 서로의 손길이나 입김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끔 아주 천천히 스킨십을 시도하는 게 포인트다.

p.s – 너무 취하면 애무 시 웃음이 아니라 졸음이 올 수 있다. 속이 편하도록 무탄산 술, 섬유질 위주의 안주를 권한다.

오럴수가

섹스 칼럼니스트

글 보부상.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EVE의 브랜드 커뮤니케이터. 연간 누적 조회수 50만에 달하는 섹스 칼럼을 연재한 경력이 있는 섹스 칼럼니스트.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김민지 (minzi@lether.co.kr)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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