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야외 섹스 한 수 배우고 싶어요

2022-03-29

지루한 섹스에 맞서 싸우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익숙한 방과 침대를 벗어나는 일이다. 다름아닌 성공적인 야외 섹스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려고 한다. 단, 한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밖에서 하고 싶은 만큼 타인도 내가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주 가까운 바깥부터

‘피우다’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많은 여성들이 잠자리에 작은 변화라도 주고 싶어한다는 거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활짝 열려 있다는 것. 야외 섹스의 매력은 역시 짜릿함이다. 줄곧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고집하다가 한 번씩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한 입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이 낯선 쾌감을 잘만 이용하면 엄청난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장담한다.

아무도 없는 공원의 나무 뒤? 아니면 산이나 바닷가를 생각한다고? 결국 현실은 동네 영화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누군가 신고라도 한다면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 농담이 아니다(포털 사이트만 봐도 공연음란죄로 신고 당했다는 고민 글이 많다). 밖으로 멀리 나가기 전에 침실 아닌 집 안 투어를 추천한다. 부엌 혹은 욕실에서 해보는 것. 침대에서 할 수 없던 색다른 체위가 가능해진다. ‘아니, 이게 된다고?’라고 생각했던 체위도 척척 해낼 가능성이 높다. 숨겨뒀던 유연함을 뽐내자. 조금 대담해졌다면 창가로 자리를 옮겨보는 건 어떨까. 집안이지만 ‘누군가 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쾌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야외 섹스가 즉흥적일 필요는 없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딱 들어맞는 공간을 찾다가는 이도저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인 야외 섹스를 위해서는 집에서 하는 것보다 약간의 계획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장소를 계획한다면 여행을 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숙소의 베란다도 좋고. 캠핑을 갔을 때도 좋다. 물론 이것도 타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아주 친한 동생의 따끈한 경험담을 빌려 오자면(미리 인터뷰에서 얘기하겠다고 허락도 받았다). 코트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파트너의 집에 불쑥 찾아갔다고 한다. 여기서 동생은 여자다. 그의 손을 잡아끌고 집 옥상으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물론 100% 성공은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했다고. ‘사람들 보면 어쩌려고, 어떻게 했어?’라는 내 질문에 사각지대를 찾아 사전 조사까지 한 상태였다. 장소를 물색하는데 조금만 공을 들이자. 안전한 장소라면 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흑역사를 남기고 싶다면 그렇게 해

우리가 무인도에 살지 않는 이상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짜릿함 뒤에 책임감이 따르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섹스하는 커플을 본 적이 있는데, 신고를 고민할 만큼 힘들었다. 아주 야심한 밤 영화라 그들과 나 오직 셋뿐이었는데, 정말이지 꼴불견이었다. 그들의 뜨거운 숨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영화 내용도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왜? 아마 술이 문제였을 것 같다. 오로지 취기 때문에 밖에서 바지를 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술을 마시면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느려진다.

평소라면 애무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야외라면 물리적인 시간도 정신적여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이럴 때 일수록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섹스토이가 있다면 한결 수월해진다. 비좁은 차 안이라면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할 텐데, 몸이 구겨진 채로 할 수도 있고 원하는 곳에 손이나 입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앙증맞은 섹스토이가 참 많다. 어플로 조종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속옷에 부착해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의외로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는 의상도 도움이 된다. 이날을 위해 가죽 바지를 입었다고? 가죽은 습기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한다. 상상하기도 싫다. 야외 섹스에 성공한 아주 친한 동생은 코트를 선택했다. 코트 한 벌.

강혜영

피우다 대표

해방촌에서 여성친화 섹스토이 숍 ‘피우다(Piooda)’를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 피우다 언니를 통해 더 많은 여성들과 만나며 건강한 성문화와 섹스 토이 사용법에 대해 알리는 중.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강혜영(피우다 대표)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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