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야한 콘텐츠를 만드는 여성들

2021-09-14

여성이 원하는 여성향 섹슈얼 콘텐츠를 만드는 여성들이 있다. 오로지 여성의 흥분과 성적 판타지를 채우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에리카 루스트(Erika Lust) 감독은 페미니스트 포르노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 속 여성들은 편향되지 않고 다양하다. 다양한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포용한다. 그가 운영하는 성인 콘텐츠 사이트 엑스컨페션스닷컴(XConfessions.com)은 그야말로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로 가득하다. 남성의 삽입 섹스에 초점을 맞춘 포르노가 아닌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상들로 말이다. 카메라는 연기자들의 주요 신체 부위를 찍기보다 연기자들의 표정과 교감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는다. 단순히 시각보다 청각이나 분위기, 정서적 교감이 작동해야 성적으로 흥분하는 여성들의 특징을 존중한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사이트 사용자들에게서 매달 보고 싶은 성적 판타지를 담은 시나리오를 받고, 에리카 감독이 이를 추려 영화로 완성한다. 물론 그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도 대부분 여성으로 콘텐츠가 남성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애쓰고, 안전하고 윤리적인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다른 운동가이자 사업가 신디 갤럽(Cindy Gallop)은 오랫동안 포르노 사이트의 영상물에 대해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하고 억압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여성들을 위한 공유 플랫폼을 만들었다. 섹슈얼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진 않지만, 유저들이 직접 찍어 올리는 플랫폼 메이크 러브 낫 폰(Make Love Not Porn)을 열었다. 프로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일상 성생활을 담은 영상을 다룬다. 촬영한 영상을 유저가 올리면 사이트에 가입한 사용자들이 유료로 다운로드한다. 다운로드 시 모든 사용자의 서면 동의를 받고 있으며, 업로드한 영상은 언제든지 편집하고 삭제할 수 있는데, 영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나아가 한 편당 5달러의 대여료를 영상 제작자와 플랫폼이 반씩 나누며 건강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는 성인용 웹툰과 웹소설이 여성들의 묵묵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작가 민조킹(렛허의 ‘불편한 이야기’ 편에 인터뷰이로 등장한다)은 인스타그램에 직접 야한 그림을 그려 올리면서 인기를 얻었다. 분명 섹스에 관한 그림인데, 야하면서 귀엽다. 신체의 디테일보다 전체적인 선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고, 그림의 일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해 오히려 보는 이가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그렇게 ‘야하지만 야하지만은 않은 그림’을 그려 여성들의 공감을 얻는다. 실제로 팬의 90%가 여성이라고. 인스타그램 활동 외에도 섹스에 대한 고민과 욕망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낸 웹툰을 모은 <쉘 위 카마수트라>를 내기도 했다. 야하긴 야하지만, 딱 우리 여성이 원하는 모습대로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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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디자인
    박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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