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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과 당뇨병의 상관관계 (feat. 임당, 질염, 성기능장애)

2023-06-13

평소 당뇨병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여성도 어느날 갑자기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임신' 때문이다. 그뿐인가. 혈당 수치의 균형이 무너지면 여성의 생식기 질환이나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건강과 당뇨병의 관계를 들여다 봤다.

임신성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Gestational Diabetes)은 원래 당뇨병이 없던 여성에게서 임신 20주 이후 당뇨병이 처음 발견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다행히도 출산 후 대부분 정상 혈당으로 회복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경우 선천성 기형, 거대아 출산, 조산의 위험이 있고 분만 후에 제2형 당뇨병으로 발생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는 태아에게서 분비된 호르몬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이때 임신부의 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러나 일부는 충분한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임신성 당뇨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한 임신부는 초기부터 선별검사를 받는다. 임신성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직계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여성

-이전에 임신성 당뇨병을 경험한 여성

-이전에 4kg 이상의 아기를 분만한 여성

-이전에 뚜렷한 이유 없이 사산, 조산, 유산을 경험한 여성

다만 임신성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한 임신부가 초기 검사에서 당뇨병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더라도 24~28주 사이에 한 번 더 검사해야 한다. 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임신부 역시 24~28주에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검사 결과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은 임신부는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여 관리하면 된다. 다만 무작정 식사량을 줄이거나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선 안 된다. 케톤 산증의 예방과 임신 중 적정한 수준의 체중 증가를 위하여 적절한 에너지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 당뇨병이 없는 임신부와 동일하게 1인 권장 에너지 섭취량 및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량을 지켜 식단을 짜면 된다. 대신 단순 당류나 포화지방이 많이 포함된 식품은 피하고 당 지수가 높지 않은 음식 위주로 섭취하도록 고려해야 된다.

 

칸디다 질염

칸디다 질염은 여성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염으로, 우리 몸에 상재하고 있는 칸디다균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과증식할 때 발생한다. 원인균으로는 칸디다 알비칸스와 논알비칸스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흰색의 치즈 조각 같은 질 분비물과 외음부에 나타나는 가려움, 작열감 등이다. 또 성교통과 배뇨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체 질염이 당뇨병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칸디다 질염은 칸디다 알비칸스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혹은 당뇨병전단계인 여성은 정상 혈당의 여성보다 논알비칸스에 의한 칸디다 질염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특히 혈당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칸디다 질염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음부 위생 관리에 철저한데도 만성적인 칸디다 질염을 겪는 여성이라면 혈당 검사를 받아보고, 고혈당 상태라면 질염 치료와 혈당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 따르면 혈당 관리를 꾸준히 하는 여성은 질염 발병률이 44%까지 감소할 수 있다.

 

성기능 장애

당뇨병이 남성의 발기부전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의 성기능 장애와도 관련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상태다.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은 성생활에서도 여러 불편함을 겪는다.

고혈당 상태에서 유발되는 혈관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 혈액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성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성은 성적으로 흥분하면 질, 클리토리스 등에 혈류가 증가하며 윤활제 역할을 하는 질 분비물이 나오는데 혈당이 높은 여성은 미세 혈관 손상으로 인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게다가 당뇨병이 감각 신경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관계 시 생식기 감각에 이상이 생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당뇨병이 있는 여성은 여성 호르몬에 비해 남성 호르몬이 저하돼 성욕 감퇴까지 겪는다. 이러한 변화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 여성은 성관계 자체가 어려워진다. 즐겁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성적 흥분 반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탓에 관계를 하더라도 고통만 남는다. 이런 섹스가 반복되면 두려움이 앞서 장기적으로 성교통, 질경련증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성의학적 치료 방법과 혈당 조절 및 당뇨병 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더욱 빠르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닥터스윗비

가정의학과 전문의

영양학을 전공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와 지켜야 하는 생활 팁을 공유하는 데 앞장선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 <건강한 생활 연구소>를 통해 건강 상식을 알리고 있으며, <닥터스윗비의 영양상담실>을 운영하며 1대1 카운슬링도 제공한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대한당뇨병학회, 서울아산병원
  • <당뇨병 환자의 진균 감염> 윤나라 조선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내과학교실 감염내과, <The Journal of Korean Diabetes>
  • 디자인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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