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탈모 관련 정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제대로 치료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탈모 전문가에게 물었다.
탈모의 원인은 꼭 유전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기저질환, 스트레스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 탈모의 대부분의 원인이 유전인 데 반해, 여자의 경우는 탈모의 유전성은 약 20% 정도에 해당합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요인, 임신 및 출산, 육아와 사회적 스트레스, 내분비계 이상, 다이어트로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으로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심하게는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탈모 치료의 골든 타임은 모발 탈락이 시작되는 무렵입니다. 두피가 훤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졌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눈에 띄게 머리카락이 힘없이 가라앉았다고 느낀다면 바로 시작하세요.
탈모 방지 샴푸로 탈모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도 탈모 치료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모발과 두피 건강에 유용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합니다. 샴푸는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이나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있어요. 의약품은 발모 효과 및 탈모 치료 약품으로 분류돼 효능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에 의약외품이나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샴푸는 효능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유효 성분은 확인해볼 수 있어요. 덱스판테놀, 니아신, 비오틴, 아연 성분이 포함되면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았고 니코틴산아마이드, 비오틴, 살리신산 성분이 함유된 탈모 방지 샴푸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았습니다. 위의 성분들을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탈모는 평생 관리해야하는 질병이 맞습니다. 이 치료도 검증된 약물로 6개월 이상 꾸준하게관리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죠. 스트레스성 탈모나 원형 탈모의 경우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 외의 유전이나 호르몬으로 인한 탈모는 완치까지는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원형 탈모는 탈모 부위가 작으면 치료 후 약 4주 후부터 새로운 머리가 자라납니다. 모발이 정상 모발로 재생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지만 완치가 가능한 탈모입니다.
탈모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도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탈모는 모낭 상태를 확인해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M자형 탈모가 의심되지만 선천적으로 이마가 넓은 경우일 수도 있고요. 남성의 경우 이마와 머리카락 경계선이 뒤로 밀리면서 M자 모양으로 탈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헤어 라인의 후퇴보다 헤어 라인의 솜털이나 숱이 줄어드는 편이 대부분이고, 비교적 헤어 라인은 유지하되 정수리와 가르마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트리 형태로 탈모가 진행됩니다. 이는 여성의 앞머리 부위에 아로마티아제가 많이 분포해 DHT(모낭에 작용해 탈모를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주로 남성형 탈모에 작용)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죠. 탈모일지 아닐지 고민하기보다 빠르게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네, 의사와 상담하에 탈모약을 복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성에게 사용할 수 있는 탈모약으로는 미녹시딜(minoxidil)이라는 외용으로 바라는 성분제품도 있으며, 먹는 약으로는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라는 탈모 억제와 탈모 치료용으로 나온 약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가임기 여성의 경우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태아 생식기 발달에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20, 30대 여성에게는 맥주 효모로 만든 탈모약도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맥주 효모에는 모발의 주성분인 케라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오틴이 풍부하거든요.
‘프로페시아(Finasteride의 성분의 대표적인 약물이름)’를 복용한 남성들에게 성기능 저하, 성욕감퇴 등의 부작용이 발견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발견될 확률은 극히 적고, 발견되더라도 약 2%가 채 되지 않아요. 그리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성욕은 다시 예전처럼 호전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성 탈모의 주범은 두피에 자극이 되는 잦은 염색과 두피 열을 상승시키는 헤어 드라이기 사용입니다. 물론 과한 음주와 흡연도 좋지 않습니다. 또한 20대에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문제일 수 있어요.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재료를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체내 활성 산소를 분비해 정상적인 세포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탈모를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 하지만 진료하는 의사의 경험과 다양한 임상 예시 그리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아주 중요합니다. 유형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탈모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에 방문하면 모발의 탈락이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모발 이식 시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승화
가정의학과 전문의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이자 한국영양의학회 간행이사로, 어려운 건강 정보와 의학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의학 전문 포털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친절한 가정의학과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법제∙보험위원인 동시에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한국영양의학회 간행이사로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자문이승화(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