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여성 5명 중 1명이 경험하는 성교통

2023-01-26

지난 관계들을 떠올려 보자. 모든 순간이 영화처럼 로맨틱하고 황홀했던가. 아니, 때로는 희열보다 고통이 큰 밤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 고통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된다면?

당신이 섹스 중 한 번이라도 아파본 적 있다면, 우리는 그 통증을 성교통(Dyspareunia)이라고 부른다. 의학 용어로, 남성의 성기를 여성의 질 안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관계할 때 음부나 골반 등에 나타나는 통증을 일컫는다. 이때 통증은 삽입 도중은 물론, 전후에도 느껴질 수 있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쓰라리거나 찌르는 듯한 아픔, 혹은 뜨겁게 열이 오르고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계에 따르면 성교통의 유병률은 20%가 넘는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 5명 중 1명 이상이 성교통을 경험하는 셈이다.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 막상 성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여성 질환 혹은 성 기능과 관련한 문제가 그렇듯, 성교통 역시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 그저 참거나 아예 관계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여성이 많은 탓이다.

실제로 ‘성교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다 그래’ ‘자주 하면 괜찮아질 거야’ 글쎄, 모든 첫 경험이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면 세상에 섹스를 즐기려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성교통은 비단 처음 관계한 여성뿐만 아니라 산모, 갱년기 여성 등 관계의 경험이 충분한 여성들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그러니 자주 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 역시 근거 없는 처방이다. 성교통은 단순히 섹스의 과정 중에 일어나는 통증만은 아니다. 각종 질염이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성교통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병을 키우는 꼴이 된다.

간혹 ‘아파도 느끼지 않느냐’고 묻는 이도 있는데, 그건 그가 고통의 비명과 황홀한 신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교통은 대표적인 여성 성 기능 장애 중 하나로, 성교통이 지속되면 여성은 오르가슴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여태 성교통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로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었다면 눈을 뜨자. 그 어떤 아픔도 당연하지 않다. 성교통은 여성의 현재 몸과 마음 상태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여성의 심신이 온 힘을 다해 울리는 사이렌과 같다. 당신의 섹스가 아프기 시작했다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남자도 성교통을 경험할까?

남성 성교통도 존재한다. 원인으로는 생식기의 만성적인 염증, 골반통, 음경이 휘어지는 페이로니 병, 항우울제 등의 약물 부작용, 파트너와의 관계 문제 혹은 이 밖의 심인성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남성 성교통의 유병률을 약 1%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실제 성교통을 경험한 남성 전부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추측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교통이 반복되면 성 기능 장애(남성은 발기부전, 여성은 성 흥분 장애와 오르가슴 장애)로 이어지고, 이를 부끄럽게 여겨 공개하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도 남성도,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성교통을 인지하고 치료받아야 더 큰 질환을 막을 수 있다. 더는 사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성교통 자가 진단

다음은 성교통의 증상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아래 내용 중 하나라도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자.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DSM-5 정신장애 쉽게 이해하기>(미국정신의학회 저, 박용천·오대영 역)
  • 일러스트
    옹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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