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1위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위바이브(WeVibe)의 몸·맘·성 가이드를 렛허 독자들에게 공개합니다! 오르가슴의 성별 격차를 줄이고,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섹스토이를 만드는 위바이브의 섹슈얼 웰니스 가이드를 만나보세요.
그때 그 신음, 정말 나의 소리일까
할리우드가 각본을 쓰고, 포르노가 상품화하고, 전 세계 여성들이 몸에 새긴 습관. 성관계에서 들려오는 ‘신음’은 오래도록 섹시함의 증거처럼 소비돼 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볼까? 많은 경우, 신음은 욕망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기보다 ‘연습된’ 퍼포먼스일지도 모른다.
어느 일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방금 본 독일 넷플릭스 코미디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말하는 방식(Wie Männer über Frauen reden)> 때문이었다. 배우 프레데릭 라우가 연기한 마르티니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여자친구가 섹스 중에 지나치게 크게 신음한다는 것. 그런데 그는 그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고, 뮤지컬 무대처럼 느껴진다고. 그가 진짜 원한 건 ‘연기 없는’ 정직한 관계였다. 그 순간, 나도 스스로에게 물었다. 침대 위에서 냈던 내 신음, 진짜였을까?
신음이 곧 오르가슴이라는 고정관념
“신음한다, 고로 나는 야성적이다”라는 착각.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다. 케첩 없는 감자튀김이 상상되지 않듯, 소리 없는 섹스는 ‘부실한’ 섹스라고 믿었다. 젊을 땐 멋있어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으니까. 아마 마르티니의 여자친구도 그런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은 간단하다. 그를 흥분시키려 낸 소리가, 정작 그를 식게 만들었다는 사실.
나이 들어 깨달았다. 볼륨은 자기 사랑의 언어가 아니라 사회가 새겨놓은 각본이라는 걸.
할리우드가 가르친 공식
포르노까지 끌어올 필요도 없다. 할리우드 영화는 늘 여성을 ‘소리치는 존재’로 그려왔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아예 광고처럼 큰 소리를 소비시켰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가짜 오르가즘 장면-<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는 침대가 아닌 식당에서 메그 라이언이 보여준다. 얼마나 그럴듯하게 연기할 수 있는지, 남자라면 절대 간파하지 못할 만큼.
문제는, ‘신음 = 쾌감’이라는 방정식이 남성의 자존심 강화 장치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연구가 밝힌 불편한 진실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연구진이 18세에서 48세 여성 71명을 조사했더니, 다수는 사실 ‘조용한 오르가슴’을 선호하면서도 여전히 소리를 냈다. 이유는 명확했다. 남자의 사정을 빨리 유도하기 위해(92%). 지루하거나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의 기분을 맞추고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해(87%).
우리가 여전히 ‘침대 위의 젠더 역할극’에 묶여 있다는 증거 아닐까. 모든 남자가 큰 신음에 흥분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여자가 신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섹스는 훨씬 더 다채로운데도, 우리는 여전히 ‘소리 크기’로 평가한다.
그러니 제안한다
본격적으로 소리를 지르기 전에, 그냥 한 번 대화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너 이런 거 좋아해?” “나는 사실 조용한 게 더 편해.” 이런 대화 하나면 충분하다. 침묵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고, 작은 신음도 얼마든지 진실할 수 있다.
좋은 섹스는 음향 효과로 증명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솔직한 것, 그게 진짜 야성이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글위바이브
- 사진Unsplash, 키다리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