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Say

오르가슴에 관한 오해와 진실

2021-08-17

세상 절반이 여자고, 그중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 또한 절반이 넘는데, 그럼에도 여성 오르가슴은 마치 정복되지 않은 신기루처럼 온갖 루머가 배회하곤 한다. 국내 대표 성 건강 전문가 배정원 소장과 함께 여성 오르가슴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통해 그 진위 여부와 여성 오르가슴의 참모습을 살펴본다.

오르가슴은 성관계로만 느낄 수 있다?

남성의 오르가슴에 비해 여성의 오르가슴은 훨씬 다채롭고 다양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은 성기의 자극이나 성교를 통한 오르가슴뿐만 아니라 가슴이나 등같이 예민한 부분을 애무하거나, 허벅지 조이기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상상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낄 정도로 여성에게 오르가슴은 다양한 경로로 찾아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성 반응은 남성보다 느립니다. 신체적 이유도 있고 환경이나 학습에 의해 달라지기도 하는데, 성감 개발이 잘 이루어지면 여성도 오르가슴에 쉽고 빠르게 도달합니다. 물론 여성의 성은 아주 복잡해서 상대와 사랑의 깊이, 섹스 경험과 능숙도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는 능력과 횟수가 달라지지요. 특히 지난 섹스가 만족스러웠고, 그런 좋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빨리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성 생식기의 크기가 작으면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

남성 성기의 크기는 오르가슴과 분명히 연관이 있습니다. 질 오르가슴을 선호하는 여성에겐 더욱 그렇죠. 길이보단 두께가 더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삽입뿐 아니라 애무를 통해서도 강하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음핵 오르가슴이나 G-스폿 오르가슴은 성기로는 어렵고 손가락이나 입(혀)을 이용해 자극해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성의 성기가 좀 작아도 손가락이나 입으로 화려한(?) 기술을 부릴 수 있다면 크기와 상관없이 여성에게 멋진 오르가슴을 선사할 수 있지요.

여성이 오르가슴을 가장 잘 느끼는 성감대는 클리토리스와 G-스폿이다?

클리토리스는 분명히 가장 예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여성의 성감대는 몸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도 쾌감을 느끼고 흥분하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가슴, 목, 허벅지 안쪽 등 피부가 예민한 곳은 모두 성감대입니다.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기만이 성감대가 아니죠. 물론 성기는 다른 곳보다 더 예민할 수는 있습니다. 남녀 공히 확실한 성감대는 뇌입니다. 각자의 뇌에 새겨진 상대의 성적 이미지, ‘사랑’이 성감대라고 할 수 있죠.

여성 오르가슴의 최종 완성은 사정이다?

여성은 사정을 할 수 없습니다. 사정이란 정자가 들어 있는 정액을 배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여성은 정자가 없기에 엄밀히 말해 사정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일부 여성은 절정을 느낄 때 요도로 많은 액을 분비하는데 그것을 ‘여성 사정’이라고도 하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사정을 하는’ 여성이 특별히 그렇지 못한 여성보다 훨씬 극치감을 느낀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여성도 오르가슴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오래 산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오르가슴은 여러 가지 미덕이 있습니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사망률을 낮춰줍니다. 진통 효과가 있고 행복감을 높여줍니다. 오르가슴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젊어 보이기도 한다니, 오래 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행복감이 충만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니 말이지요.

오르가슴을 시도 때도 없이 느끼는 질병이 있다?

오르가슴 지속 장애(지속성 생식기 흥분 장애, PGAD; 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라고도 합니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아주 드물고(약 1%) 독특한 질환입니다. 오르가슴 같은 성적 흥분 상태가 지속되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질환이죠. 성적 자극이 없는데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인 흥분감이 성기와 그 주변에 일어나는 증상인데 쾌락이라기보다 고통스러운 심각한 성기능 장애입니다.

성기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절정 도달이 가능하다?

허벅지를 조이거나 성기 부근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여성들이 꽤 있습니다. 보통 여성들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손이나 진동기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자위행위를 하지만, 다리를 꼬아 힘을 주거나 하는 행위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오르가슴은 출산 이후부터 느낄 수 있다?

진정한 오르가슴이라니 재미있군요. 그렇지 않은 오르가슴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마도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성기 오르가슴 중 클리토리스 오르가슴보다 더 깊은 느낌이어서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은 화려하고 짜릿한 감각이라면 질 오르가슴(삽입에서 느끼는)은 훨씬 둔중하고 묵직한 쾌감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합니다. 또 G-스폿 오르가슴은 아무리 요조숙녀라도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오르가슴이라고 하죠. 그러나 여성의 성기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맨 앞에 서 있습니다.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선행돼야 질 오르가슴도 G-스팟 오르가슴도 더 강렬해진다는 뜻입니다. 출산 후부터 매우 깊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이유는 보통 자연분만을 할 경우 아기가 질을 통해 내려오면서 질의 모든 부분이 마사지 효과, 수축 효과를 경험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오르가슴을 느끼는 횟수가 늘어난다?

좋은 섹스 경험을 많이 하면 나이가 들수록 오르가슴을 쉽게 자주 많이 느끼겠지요. 너무 나이가 들어 둔감해지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이 든다고 오르가슴을 더 잘 느끼는 건 아닙니다. 어느 70대 여성은 살면서 한 번도 오르가슴을 못 느껴봤다고 말하기도 하니까요. 즉 오르가슴은 느껴본 사람이 더 자주 느끼고, 쉽게 느낍니다. 자신의 성감을 잘 알고 집중하는 사람도 잘 느끼지요. 그래서 오르가슴은 스스로 쾌락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성이 자신의 오르가슴을 남성에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도 열심히 찾고 개발하고, 느끼려 할 때 오르가슴을 능숙하게 이해하게 될 겁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보건학 박사이자 행복한성문화센터의 대표다. 감추거나 은밀했던 성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상담 센터와 유튜브 성교육 채널인 ‘배정원 TV’를 운영 중이다. 대한성학회 회장으로 누구보다 대한민국 사회에 건강한 성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자문
    배정원(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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