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토이부터 콘돔까지, 여기 다양한 형태로 오르가슴을 응원하는 도구를 소개한다.
- 의료기기가 장난감이 되기까지 : 섹스 토이
- 매끄러운 촉감 그 이상 : 윤활제
- 피임 효과만 있는게 아니야 : 콘돔
- 오르가슴도 부스팅이 필요해 : 인핸서
- 코가 즐거워야 잠자리가 즐겁지 : 향초
- LET HER’s Pick : 자신감과 섹시함을 더해 줄
클레오파트라가 화난 벌이 가득 든 벌통을 사용했다는 설이나 독일 연구팀이 동굴에서 발견한 3만 년 전 딜도를 보면 여성 자위를 위한 도구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섹스 토이의 기원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등장한 전기 바이브레이터다. 당시에는 불면증, 불안 및 스트레스, 복통 등 여성에게 나타나는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만이 바이브레이터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뚜렷하지 않자 대중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무료한 오후 시간을 보내던 여성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목, 어깨를 마사지하는 기계로 쓰였지만 다양한 부위에 시도하던 여성들에 의해 지금처럼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1950년대 무렵 성적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섹스 토이가 등장했다. 삽입과 진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섹스 토이가 등장하더니 급기야 삽입 부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특히 흡입과 진동을 통해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우머나이저(클리토리스 자극용), G-스폿 자극용 등 특정 부위를 공략하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여성을 위한 섹스 토이의 스펙트럼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 소품처럼 작고 앙증맞은 섹스 토이가 출시되면서 특히 20, 30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약 50%가 섹스 토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2020년과 2021년, CES에서 유일하게 혁신상을 받은 섹스 토이 브랜드 로라 디 카를로(Lora DiCarlo)는 섹스 토이에 생체모방기술(Biomimicry)을 도입한 제품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움직임이 마치 인간의 입술, 혀 그리고 손가락 동작과 아주 유사한 수준으로 섹스 토이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러브 젤(Love Gel) 혹은 루브리컨트(Lubricant)라고 부르는 윤활제는 접촉면을 매끄럽게 해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마사지 젤, 러브 젤이라고 하는데 삽입 섹스를 하거나 다양한 전희 혹은 자위를 할 때 생식기에 발라 감촉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윤활제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삽입 섹스를 할 때 생식기가 건조하거나 극심한 통증을 느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외에 강렬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윤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성분에 따라 수용성과 지용성 그리고 실리콘 성분의 윤활제가 있다. 여성 생식기에 직접 닿기 때문에 무엇보다 성분이 중요한데, 글리세린, 글리콜류의 함유 여부를 꼭 확인해봐야 한다. 두 가지 성분이 체내 삼투압 농도를 뜻하는 ‘오스몰(Osmol) 농도’를 높이므로 구입 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오스몰 농도가 높은 제품을 사용할수록 각종 성병에 취약한 질 상태가 되고, 생식기가 건조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윤활제를 선택할 때는 성관계 시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지용성 윤활제는 라텍스의 콘돔과 맞지 않고 실리콘 윤활제는 실리콘 재질의 섹스 토이와 상극이다. 제품 특성상 사용 후 침대 시트나 옷에 얼룩이 남을 수 있으므로 지용성보다는 수용성이 사용하기에 한결 편하다.
하지만 이제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콘돔은 성적 흥분을 돕는 도구로 활약하고 있다. 우선 일반 콘돔 외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두께가 0.03~0.039mm인 초박형 콘돔, 표면에 돌기가 있어 질 내벽을 자극하는 기능형 콘돔, 마취 성분이 함유된 사정 지연형 콘돔 등이 있다. 초박형 콘돔은 아주 얇아 피부처럼 느껴지는 반면 쉽게 파손되는 위험이 있다. 기능형 콘돔은 돌기 자극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지만 실제 사용해본 많은 여성들이 일반 콘돔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사정 지연형 콘돔은 너무 효과가 좋아서 탈(?)이라는 소문이 있다. 내부에 남성의 사정을 지연하는 벤조카인 성분이 들어 있어 보다 오랜 시간 삽입 섹스를 즐길 수 있다. 팁은 착용 전 벤조카인 성분을 살짝 닦거나 덜어내는 것. 그곳의 적당한 마취 효과와 함께 지속적인 피스톤 운동을 통해 오르가슴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마취 효과는 남성에게만 있고, 콘돔을 빼고 물로 성기를 닦아내면 10~20분 내로 마취 효과는 사라진다. 미국의 대표 콘돔 브랜드 트로잔(Trojan)은 앞은 불처럼 뜨겁고 뒤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색 콘돔을 출시하기도 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이 여성의 질 내부와 G-스폿을 자극하는데, 2019년 에서 파트너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콘돔으로 꼽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잠자리를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말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섹슈얼 인핸서의 도움을 받는다. 보통 비타민을 곁에 두고 복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핸서를 섭취한다. 월마트 쇼핑 리뷰에 따르면 “침대 위 웅덩이가 생겼다” “3시간 전에 복용하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OMG뿐”이라는 화끈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침대 위에서 인핸서(Enhancer)는 에너지 대사를 높이고 원래의 성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캡슐, 파우더, 오일 등으로 형태가 다양한 편인데, 주로 생식기와 생식기 주변의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에너지 대사를 끌어올려 즐거운 성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캡슐 형태의 인핸서는 일반 비타민처럼 복용하고, 파우더나 오일 형태는 물에 타서 복용해야 한다. 눈여겨봐야 할 핵심 성분은 나이아신(Niacin)이다. 비타민 B3로 침대로 가기 20분 전 약 50~500mg의 나이아신을 섭취하면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성적 흥분이 고조된다고. 남성 발기 부전 치료제에 나이아신이 함유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나이아신 외에도 아르기닌, 시트룰린 성분을 함유한 것이 많으며, 천연 성분으로는 성욕 감퇴 치료에 사용된 남아메리카산 마카, 모두의 최음제라고 알려진 은행, 질의 건조함을 막는 안젤리카 성분이 있다.
“향기는 말이나 눈빛, 감정, 의지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말처럼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곧 성욕을 자극하는 것과 같다. 특정 향기는 전신의 혈액순환을 돕고 생식기의 혈류량을 늘리기도 하지만, 특히 뇌하수체를 직접 자극해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고. 이유는 후각 신경과 환락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후각이 예민한 사람들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확률도 높다고 하니 침실에 알맞은 향을 두는 것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향기는 앰버, 샌들우드, 재스민, 일랑일랑, 장미 향 중에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샌들우드 향은 뇌하수체를 직접적으로 자극해 성적 흥분에 이르게 하고, 앰버 향은 남성 성기의 혈류량을 빠르게 증가시켜 성적 자극에 불을 지핀다. 인센스, 디퓨저, 룸 스프레이 등 향을 발산하는 아이템은 많지만, 공간에 향을 은은하게 퍼트리고 무엇보다 불빛과 온기까지 더해주는 향초가 제격. 최근에는 마사지를 겸할 수 있는 초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알맞게 녹은 왁스를 손바닥에 덜어 몸의 이곳저곳을 부드럽게 마사지할 수 있다. 앞으로 연인과 섹스를 할 때면 향초를 밝히고 숨을 깊게 들이마셔보도록.
나이트 캡 더 올드 패션드 퀵키 키트 by Maude
모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모드에서 선보인 퀵키 키트. 분위기를 깨지 않고 손쉽게 개봉할 수 있는 콘돔과 강렬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윤활제가 들어 있어 빠르고 효과적으로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키트 안에는 올드 패션드 칵테일 두 잔을 만들 수 있는 비터와 설탕도 들어 있는데, 몸에 쌓인 긴장은 물론 파트너와의 어색함도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콤팩트한 틴 케이스로 휴대하기 쉽고, 어디에서든 이벤트처럼 가볍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