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온깁’ 성향의 레즈비언 파트너도 느끼고 있을까요?

2022-08-23

연인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라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본격적인 답변을 하기 전에 성소수자 커플의 성관계에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 문화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야겠다. 먼저 ‘기브’란 관계할 때 파트너에게 해주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테이크’는 파트너로부터 받는 것이다. 여기서 ‘온깁(온기브, only give)’은 관계 시 기브만 하는 성향을, ‘온텍(온테이크, only take)’은 받기만 하는 성향을 뜻한다. 모든 성소수자가 온깁과 온텍으로 나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말 그대로 성향마다 다르며, 특히 ‘기브’와 ‘테이크’로 포지션을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문화이기도 하다.

‘기브’만 해주는 연인도 느끼고 있을까?

연인의 화려한 터치(?)에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느끼다 보면 상대도 이 관계를 나만큼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답은 ‘사바사’이다. 허무하겠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기브’만으로 느낄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때 중요한 건 연인이 왜 ‘온깁’을 선호하는지다. 첫째, 타인의 손길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 내가 타인의 몸을 터치할 때 더 쾌락을 느끼는 성향일 수 있다. 그렇다면 ‘기브’만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성관계를 ‘기버(giver)’로 시작해 그대로 굳어진 사례일 수도 있다. 섹스도 습관이라 몸이 기억하는 대로 자연스레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때로는 ‘테이크’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쉽사리 요구하지 못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확실한 건 상대에게 묻는 것이다. 섹스에 관해 대화하기를 꺼린다면 고민도 해결할 수 없다. 어떻게 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분위기를 이용해 보자.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성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야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섹스 성향을 주제로 대화해 보는 것도 좋다.

‘온깁’ 연인에게 ‘기브해주고 싶다’는 마음, 실례일까?

연인의 성향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몸을 들이민 게 아니고서야, 당연히 실례가 아니다. 연인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상대는 오히려 고마워할 것이다. 다만 행동보다 말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너의 몸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라거나 ‘네가 내게 해준 만큼 나도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진심을 전한 뒤 상대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연인이 허락했다면, 바로 섹스로 돌진하기 보다 단계적으로 시도해 보자. ‘기브 만렙’이어도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테이크’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몸이 긴장하고, 더 나아가 견디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몸을 만지는 대신 손만 잡고 키스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거나 서로 원하는 터치를 주고받는 식의 가벼운 게임을 해볼 수도 있겠다. 또는 밀당하듯 연인의 몸을 천천히 만지며 섹슈얼 텐션을 높이면 굳은 몸이 풀리는 만큼 사고도 유연해지기 마련. 무엇이든 성급하게 굴었다간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연인을 만족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기브’만 하던 연인도 ‘테이크’의 황홀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당연히 연인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시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건, 이제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동성 커플이야말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질문처럼 관계 시 ‘포지션’을 구분하는 건 유독 우리나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아무래도 남녀 간 성기 삽입만이 ‘섹스’라는 인식이 고착돼 이를 답습하는 문화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동성 커플의 장점이 무엇인가. 나와 연인의 신체 구조가 같다는 점이다. 덕분에 서로의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위를 통해 탐구했던 클리토리스의 자극과 오르가슴을 기억하며 연인의 몸을 구석구석 탐험하되, 연인의 반응을 살피며 움직이자. 어느 종류의 쾌감을 선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이다. 기술적인 팁을 준다면, 연인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위치를 찾은 다음에는 멈추지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그 부위를 집중 공략하기를 추천한다.

강혜영

피우다 대표

해방촌에서 여성친화 섹스토이 숍 ‘피우다(Piooda)’를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 피우다 언니를 통해 더 많은 여성들과 만나며 건강한 성문화와 섹스 토이 사용법에 대해 알리는 중.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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