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완경 후 줄어든 성욕, 이대로 둬도 될까요?

2022-08-23

완경(폐경) 후, 성욕이 무조건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람에 따라 성욕이 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만일 완경기를 거치며 성욕이 줄어들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기혼 여성이라면 부부 관계를 돌아보자

기혼 여성이라면 지난 시간 동안 지나치게 희생하는 삶을 산 건 아닌지 돌아보자.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면서 부부간 성생활 역시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의무 사항처럼 수행한 것은 아닌지, 혹은 남편의 섹스 스타일이나 패턴이 자신과 맞지 않았는데도 묵묵히 참기만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럴 때는 남편과 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년 부부들은 성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알 수 없다. 성욕이 떨어졌다면 떨어졌다고 솔직히 말하자.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물론 상대를 탓하는 투보다는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편이 관계에 더 도움 될 것이다. ‘애무해주는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라거나 ‘속도를 너무 빠르지 않게 조절했으면 좋겠다’라거나, 아니면 ‘여러 번 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 시간을 늘리라는 게 아니다. 서로 눈을 마주 보고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가 됐다면 섹스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서로의 성감대를 알아보고 성적 취향에 대해 배워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부부만의 섹스 레시피를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체의 변화가 성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남편 혹은 파트너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면 완경과 함께 찾아온 몸의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면 질 벽이 얇아진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분비물도 줄어든다. 이런 상태를 질 건조증이라고 한다. 질의 분비물은 섹스할 때 윤활제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줄어드니 성교통이 심해진다. 섹스가 고통스럽기 시작하면 관계를 하기가 두려워지고, 더 나아가 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이유로 질도 피부처럼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관리해줘야 한다.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으라는 뜻이 아니다. 평소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질 관리법이 있다. 준비물은 깨끗한 손. 긴장을 풀고 외음부와 내음부를 마치 얼굴을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터치한다. 뭉쳐있던 근육을 풀어주며 질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기구를 이용한 자위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기구가 주는 자극은 손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극에 내성이 생기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질의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해주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질을 수축하고 풀어주는 동작을 100번씩 해주기만 해도 질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운동은 피부의 민감도도 높여주는 덕분에 관계 시 쾌감을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다.

대부분 질이 건조할 때 윤활젤을 찾는다. 윤활젤은 보다 다양한 감각을 느끼며 섹스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질이 건조해졌다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간혹 체형의 변화 때문에 섹스할 의지를 잃었다는 여성도 있다. 젊은 시절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군살이 보기 싫다며 자존감을 잃은 경우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는 것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이럴 때는 시각 외의 감각에 집중하는 섹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청각과 촉각, 후각, 미각에만 초점을 맞추며 즐기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줄어든 성욕, 그대로 두면 안 될까

물론 성욕이 줄었다고 반드시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생활을 하지 않아도 남편 혹은 파트너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고, 스스로에게도 그럴 의지가 없다면 그대로 둬도 괜찮다. 다만 본인은 성욕이 줄었는데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합의할 필요는 있다. 무조건 자기 입장을 강요하거나 상대에 맞추기보다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미국의 상담가 게리 체프먼이 쓴 <5가지 사랑의 언어>에 나오는 이론이다. 제목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5가지 유형의 언어가 있다고 말한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배려, 스킨십이 그 유형이다. 지금, 당신이 성욕은 줄고 섹스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사랑한다면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이 아닐 뿐이다. 서로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대화하며 그 간극을 좁혀보기를 추천한다.

박소영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이자 심리상담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어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30~40대조차 남녀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며 어른에게도 ‘섹스 수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명동에 위치한 질좋은관계연구소에서 부부관계 상담과 교육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유튜브 ‘박소영SHOW’와 커뮤니티에서 성심리에 대해 상담하며 강의하고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일러스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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