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우리는 왜 ‘정상체중’에 만족하지 못 할까?

2022-06-21

렛허가 2049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정상체중인 여성 중 44%가 자신의 몸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래서인지 현재 정상체중인데도 ‘항상 다이어트를 한다'는 응답자가 40%나 됐다. 정상체중의 여성들은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상체중의 기준

정상체중 혹은 표준체중은 개인의 키에 비례해 적정한 체중을 뜻한다. 이때 ‘적정하다’는 것은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현재 체중이 정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체질량지수(BMI)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체질량지수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지방의 양을 추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계산법이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아래 공식에 대입하면 되는데, 이때 키와 몸무게는 소수점 한 자리까지만 측정한다.

BMI = 몸무게÷(키/100)² 

체질량지수에 따라 저체중/정상체중/과체중/비만을 구분할 수 있다.

저체중 : 18 미만
정상체중 : 18 이상 23 미만
과체중 : 23 이상 25 미만
1단계 비만 : 25 이상 29 미만
2단계 비만 : 30 이상 35 미만
고도 비만 : 35 이상

이 기준에 따르면 키 160cm인 여성은 46kg부터 58.6kg까지 정상체중에 속한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은 정상체중의 기준을 신뢰하지 못 한다. 오히려 정상체중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범위도 넓다고 생각한다. 한때 커뮤니티에서 신장별 여성의 정상체중을 정리해 놓은 표가 ‘건강한 돼지로 사는 체중’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녔을 정도다.

 

체중과 체형의 괴리

정상체중과 실제 체형 사이에 괴리를 느낀다면 이는 체질량지수가 가진 허점 때문이다. 체질량지수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지방량을 ‘추측해주는’ 약식계산법이다. 실제 근육량, 체지방량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이어도 체지방량이 표준 이상으로 많다면 건강 상태는 비만에 가까울 것이고, 반대로 과체중이어도 체지방 대비 근육량이 많다면 매우 건강한 몸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정상체중에 속한 상태인데 살집이 있다고 느낀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자신의 체성분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이어트의 목표도 체중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체지방량과 근육량의 변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무작정 식단을 제한하고 운동량을 늘리거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부위에 집중한 운동을 찾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용체중의 실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용체중’을 다이어트 목표로 설정하는 여성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미용체중은 실체도, 근거도 없는 개념이다.

한때 ‘미용체중’ 표가 커뮤니티를 휩쓴 적이 있다. 이 표는 잊힐 만하면 ‘옷태가 잘 받는 체중’ ‘모델 체중’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했다. 그러나 이 표에 나오는 체중은 체질량지수 기준 신장별 저체중에 해당하는 몸무게를 정리해둔 것에 불과하다.

‘예뻐 보이는’ 체중은 수치화 할 수 없다. 애초에 미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 뿐더러 앞서 언급했듯 체중과 체형 사이에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같은 체중이어도 개인의 체성분에 따라 체형은 다르게 나타난다.

아름다운 몸과 신체 중립성

그런데도 많은 여성이 미용체중과 마른 체형에 집착한다. 서양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상황이 심각하다. 구글에 ‘저체중(underweight)’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중 ‘한국 여자(korean girls)’ ‘케이팝 아이돌(k-pop idols)’ 등이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미디어에선 다이어트가 자기관리의 가장 기본인 것처럼 그려진다. 여자 아이돌은 아동복을 수선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여자 배우가 관찰 예능에서 밥을 맛있게 먹으면 ‘관리는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심지어는 임신한 여자 연예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가느다란 팔다리에 배만 볼록 나온 임산부에게 감탄하고, 반대로 체중이 불어난 임산부 연예인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스타는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비연예인 여성들이 여자 연예인의 몸매를 동경해 다이어트 방법까지 따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SNS에서는 소위 ‘X말라인간(매우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이 되려고 ‘프로아나(거식증을 동경하는 사람)’를 자처하는 여성도 상상 이상으로 많다.

아름다운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려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마른 몸을 우상화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SNS에 전시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자. 한편으로 해외에서는 어떤 체형이든 아름답다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를 넘어 인간의 몸은 아름다울 필요 없고, 제 기능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신체 중립성(Body Neutrality)’의 개념이 자리잡는 중이란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대한비만학회, <비만의 진단과 평가>, general.koss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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